[미디어펜=김규태 기자]정부가 20일 경북 포항 진앙지 인근의 액상화 현상을 공식 확인해, 내진설계 이상의 특단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경북 포항시 북구에 20일 오전6시 지난 15일 포항 본진(규모5.4)의 여진 중 2번째로 큰 규모 3.6 지진이 일어난 가운데, 행정안전부 활성단층 조사팀은 간이조사 결과 진앙지 반경 3킬로미터까지 육안으로 확인한 것만 200곳 이상일 정도로 소규모 액상화가 광범위하게 진행됐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현장조사팀은 18일 액상화 현상에 따른 진흙 분출구 30여곳을 확인했다고 공식 발표했고, 부산대 손문 교수팀은 19일 진앙지 2㎞ 반경에서 액상화 흔적 100여곳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관건은 지진으로 흔들린 지하수가 위로 쏠리면서 지반을 물렁하게 만드는 액상화 현상이 진앙지에서 먼 곳까지 상당기간 동안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국내 첫 사례인만큼 포항 지역에 강한 여진이 추가로 발생할 경우 건물들의 기존 내진설계로도 이를 버틸 수 없다는 점이다.
기상청은 액상화 현상 여부에 대해 추가조사를 시작한 상태고, 전문가들은 진앙을 중심으로 지름 8km 반경에 있는 지역을 액상화 의심 지역으로 판단하고 있다.
기상청은 아직까지 지표면 현상만 갖고는 액상화 현상이라 단정 지을 수 없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액상화가 일어난 지층의 숫자와 시작된 위치, 모든 지하수가 분출됐는지 여부에 대해 심층조사를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행안부 활성단층조사팀장인 김영석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액상화가 진행되면 땅이 팽창해 2차적으로 균열이 일어난다"며 "지진에 의한 1차 피해 혹은 액상화로 인한 2차 피해 여부를 추가로 조사해 파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
|
▲ 19일 오전 경북 포항시 칠포리 일대에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관계자가 지진 영향으로 나타난 액상화 현상의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현장에는 액상화로 모래가 솟구치며 원형의 작은 모래 산들이 남아 있다./사진=연합뉴스 |
일각에서는 액상화 현상이 사실이며 20일 발생한 것 이상으로 강한 규모의 여진이 발생할 경우, 땅꺼짐이 발생해 건축물 추가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더욱이 포항 진앙지 인근 액상화 현상이 관측되는 지역에는 주유소와 전기시설이 다수 위치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국에서는 190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대지진과 1964년 일본 니가타 지진, 1976년 중국의 탕산 대지진, 1985년 멕시코 멕시코시티 지진에서 액상화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중국 탕산 대지진의 경우 24만 여명이 사망하는 등 액상화 현상으로 지진 규모에 비해 피해가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제라도 액상화 지도 제작에 들어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1964년 니가타지진 당시 액상화 현상으로 아파트 3채가 기울어지는 등 큰 피해를 입었던 일본은 전국 각지의 액상화 위험성을 등급 및 이력으로 표기한 '액상화 지도'를 제작 공개했다.
또한 니가타지진 이후 일본 지자체들은 액상화 지도를 토대로 지반개량사업을 계속 벌였고, 건설회사들 또한 액상화 피해를 줄이는 다양한 공법을 개발해왔다.
액상화 현상에 따른 위험도가 큰 지역부터 지반 보강공사를 수시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지진 피해지역은 지하수가 상대적으로 많고 깊이도 얕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액상화로 인한 지반침하 리스크가 타지역보다 큰 포항 진앙지에 대해 정부가 어떤 실효적인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