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였던 ‘빚 100% 탕감’ 정책이 시행된다. 원금을 일부 감면해주고 이자를 낮춰주는 ‘채무 재조정’이 아닌 ‘원금을 전액 탕감’해주는 정책이 실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
|
|
▲ 금융위원회는 29일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서민금융진흥원, 한국자산관리공사, 금융감독원과 합동으로 장기소액연체자 지원대책을 발표했다./사진제공=금융위원장
|
금융위원회는 29일 ‘장기소액연체자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원금 1000만원 이하 채무를 10년이상 연체하고 있거나 갚을 능력이 없는 이들에 대한 채권을 소각하고, 일시적 연체가 장기연체화 되지 않도록 부실채권 추심‧매각 과정의 규율을 강화키로 한 게 이번 대책의 주요 골자다.
빚 갚을 능력이 없는데도 장기간 추심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취약계층의 경제적 재기를 돕겠다는 취지다.
이에 정부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공약집에서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연체채권 중 1000만원 이하 10년 이상 연체된 채권을 소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장기소액연체자(83만명)을 포함해 민간금융회사와 대부업체 및 금융공공기관 등이 보유한 장기소액연체자(76만명)까지 지원 대상에 포함시킨 것이다. 이들의 대출금액은 6조2000만원으로 추정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장기소액연체의 상황은 일차적으로는 채무자 본인의 책임”이라면서도 “부실대출에 대한 금융회사의 책임과 경제상황, 정책 사각지대 등 정부와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경제전문가들은 우선 고려 사항인 ‘형평성’을 간과한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정책이 일회성에 그친다는 차원에서도 정책의 형평성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한 전문가는 “일부러 빚을 갚지 않고 버틴 것이 아니라 형편이 어려워 ‘빚을 갚지 못한’ 이들의 경제적 제기를 돕기 위한 취지라고는 하나, 비슷한 처지에서 빚을 성실히 갚아가는 ‘성실 채무자’와의 형평성 논란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며 “꼬박꼬박 빚을 갚아온 이들에겐 상대적 박탈감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다 장기소액연체자에 대한 빚 탕감이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것이란 우려도 만만치 않다. 정부는 이를 고려해 대상자의 부정을 걸러내기 위해 금융자산 현황과 거주지 임대차 계약서, 카드 사용 내용 등 상환능력을 철저히 심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나서서 ‘빚은 갚아야 한다’는 원칙에 반하는 정책을 시행함으로써 ‘금융 포퓰리즘’을 남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 다른 전문가는 “과거에도 ‘빚을 줄여준다’는 공약과 정책은 있었지만 원금을 전액 탕감해주는 정책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었다”며 “기본 원칙에 위배되는 금융정책이 한번 실시되면 그 다음부터는 더 큰 포퓰리즘을 바라게 된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 해도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면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