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지난달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를 통해 남쪽으로 넘어온 북한 병사 오청성(25)씨가 운전병으로 판문점을 관리하는 개성지구 경무장(우리의 헌병)의 자동차를 운전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정통한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오씨가 몰았던 지프는 러시아에서 제조한 ‘우와즈’나 중국산 ‘신비’로 연대장급 이상 군 지휘관이 타는 것이다. 게다가 오 씨가 대낮에 지프를 타고 JSA 경비초소를 통과한 것은 평소 이곳을 관리하기 위해 드나들었던 차량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소식통은 “오씨의 나이가 입당 직전의 나이인 점에서 북한 연대장급 이상의 군 간부의 차를 몰았던 운전병이고, 북한에서 군 지휘관의 운전병도 출신 성분을 따져서 뽑는다는 점에서 오 씨 역시 간부의 자제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오씨가 공동경비구역 군사분계선을 넘어 귀순했으니 그 가족들은 이미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도 전했다.

또 "오씨가 몰았던 지프가 JSA를 자주 들어왔던 차량으로 등록돼 대낮에 JSA 경비초소를 통과했지만 뒤늦게 개성 경무장에서 탈출병을 잡으라는 지시가 내려지면서 북한 경계병들이 몰려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동안 언론에서 오씨가 발싸개 대신 하얀 양말을 신고 있었던 점에서 간부의 자제일 것이라는 추정이 많았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북한에서는 군 지휘관만 양말을 신을 수 있고, 나머지 병사들은 반드시 발싸개를 해야 한다”며 “하지만 군 지휘관의 운전병들은 대체로 규정을 어기고 양말을 신곤 한다”고 전했다.

군 지휘관의 운전병으로 수년째 근무해왔다면 고급 군사기밀이나 적어도 기밀을 포착할 단서 정도는 알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지난달 22일 유엔사가 공개한 귀순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동영상에서 귀순병은 빠른 속도로 지프차를 몰고 내려온다, 군사분계선(MDL)에 도착했을 즈음 지프의 한쪽 바퀴가 도랑에 빠지는 모습이 포착되고, 2분 정도 머뭇거리던 병사는 차에서 내려 뛰기 시작한다.

이때 북한군 경계병들이 나타나 그를 쫒으며 총격을 가하는 장면이 생생히 담겨 있었다. 북한군들은 각각 서서, 엎드려서, 앉아서 정조준을 해 총을 난사했다. 잠시 뒤 주위가 어둑해진 상황에서 군사분계선을 넘은 귀순병사가 담장 아래 죽은 듯이 누워있는 모습이 나온다. 이때 우리 측 두명의 군인이 포복으로 접근해 병사를 손으로 끌어당겨 구출해오는 모습과 그 뒤에서 또 한 군인이 엄호하는 장면도 열상감시 장비(TOD)에 그대로 포착돼 있다. 

   
▲ 유엔사가 22일 공개한 CCTV영상에 따르면, 급박하게 차랑에서 하차한 귀순자는 남쪽으로 달렸고 이 시점에서 4명의 북한군 병사들이 도주하는 병사에게 직접 사격을 가했다./사진=정부 e브리핑 제공


오씨를 수술했던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 교수에 따르면, 오씨는 170cm의 키에 60kg 정도의 체격으로 돌격형 머리(해병대 스타일)를 해 배우 현빈씨와 비슷한 인상을 가졌다고 한다. 

이국종 교수는 의식이 돌아온 오씨에게 민감한 국내 TV뉴스 대신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K-pop을 들려줬더니 걸 그룹 소녀시대가 부르는 'Gee'를 제일 맘에 들어 하더라고 전했다.

오씨는 처음 구출됐을 당시 몸에 5발의 총상으로 출혈이 워낙 심해서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3시간짜리 수술을 두 번이나 하는 동안 피를 계속 보충해야 했는데 이때 들어간 혈액이 1만2000cc 정도였다. 일반 성인 혈액 정량(4000cc)의 3배에 해당하는 양이라고 한다.

오씨는 사선을 넘어 온지 2주만에 일반병실로 옮겨져 회복 치료를 받고 있다. 이국종 교수가 입원 일주일여 만에 의식을 회복한 오씨에게 “당신의 몸속엔 대한민국 국민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말하자 오씨는 ‘한국인들에게 고맙다’고 했다고 전해졌다. 또 오씨는 “군대생활 8년째 운전병으로 근무했다”고 말했으며, “앞으로 법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오씨는 몸이 좀 회복되자 이 교수에게 초코파이를 먹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초코파이를 어떻게 알게 됐냐’는 질문에는 “개성공단에서 많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초코파이는 2000년대 중반 개성공단 근로자들이 간식용으로 받으면서 주민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끈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