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정책에는 항상 '국민을 위한 결정'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효과는 부풀리고 비용은 축소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비용이 효과보다 훨씬 높더라도 "그건 내가 담당하던 시절에 결정한게 아니다"며 전임 정권 핑계를 대거나 전임자 핑계를 댄다.
그런 핑계도 먹히지 않으면 "예전에 정책을 시도할 때 의도는 좋았지만 상황이 바뀌어서 그런 것이다"라며 자기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게 정부의 본성이다. 여기서 정부란 무생물인 만큼 사실 정부라고 부르는 것은 정부를 구성하는 '정권 정치세력과 공무원'을 의미한다.
정책의 효과와 비용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며 강력하게 추진하는 '공무원 증원'과 대선에서 약속해 청년들을 솔깃하게 만약든 '군 복무기간 단축'을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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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가 6일 새벽 428조8000억 원의 2018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여야간 첨예한 쟁점이 됐던 공무원 증원은 9475명으로 결정됐는데 사실 이 숫자는 중앙직 공무원이다. 이와 별도로 지방직 공무원과 교원 1만4900명을 뽑게 되면 내년에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줘야 할 공무원 숫자는 2만4300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사진=미디어펜 |
공무원 증원-효과는 물음표(?)인데 청년들의 부모님 부담은 어느 정도일까
국회가 6일 새벽 428조8000억 원의 2018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여야간 첨예한 쟁점이 됐던 공무원 증원은 9475명으로 결정됐는데 사실 이 숫자는 중앙직 공무원이다. 이와 별도로 지방직 공무원과 교원 1만4900명을 뽑게 되면 내년에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줘야 할 공무원 숫자는 2만4300명으로 늘어난다. 문재인 정부는 이에 앞서 올해 추경을 통해 1만 2700명의 공무원 증원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5년간 17만 명 증원'은 이렇게 착착 진행되고 있다. 공무원 증원을 통해 청년일자리를 늘렸다고 자랑한다. 이러한 공무원 증원에 대해 국회예산정책처는 2018년 1조 원, 문재인 정부 5년간 6조 원, 향후 30년간 327조 원의 추가 비용이 든다고 설명했다.
이걸 국민 1인당 혹은 가구당 비용으로 계산해보자. 여기서 전체 인구는 간략해서 5000만 명으로 추정하고, 가구수는 요즘 1인이나 2인 가구가 많아졌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부모님과 함께 산다고 가정해 4인가구라고 치면 1250만 가구가 된다.
5000만 명이 연간 1만 원의 세금을 더 내면 5000억 원의 정부 수입이 생긴다. 문재인 정부가 5년간 공무원 증원에 6조 원을 쓴다면 국앞으로 5년간 늘어나는 공무원을 위해 국민 1인당 12만 원, 가구당 48만 원을 더 내야 한다. 30년간 327조 원을 국민 숫자로 나누면 국민 1인당 654만 원, 가구당 무려 2616만 원을 더 내야하는 셈이다. 국민 입장에서 늘어나는 공무원을 위해 이렇게 돈을 내고 싶은가?
공무원을 상대해본 사람들, 특히 각종 인허가를 내기 위해 관청을 찾은 사람들 예컨대 기업인이나 자영업자들은 잘 안다. 공무원이 얼마나 갑(甲)으로 군림하는지. 특히 모든 법과 규정이 맞더라도 담당 공무원의 괘씸죄에 걸리면 서류 미비점을 고치라고 몇번이나 수정지시를 하거나 아니면 '검토중'이라며 처리를 미루는 공무원 때문에 막대한 피해를 본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그래서 기업인들은 '공무원 1명 늘어나면, 규제 하나 늘어난다'고 애기한다. 공무원 늘어난다고 좋아하는 기업인이나 자영업자를 본 기억이 없다.
문재인 정부는 소방과 안전 담당 공무원 중심으로 국민복지향상을 위해 늘린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지방에 가보면 잘 알겠지만 고령자들이 많은 지방이나 시골에 가보면 치안 소방 안전 담당 인력이 별로 할 일이 없다. 고령화가 훨씬 먼저 진행된 일본에서 "시골 노인이 한명 쓰러지면 (할 일 없는) 경찰 세명이 달려온다"라는 말이 있는 데 그게 한국에서도 지금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참고로 공무원이 많아져서 발전한 나라는 거의 없다. 경쟁이 거의 없는 공무원의 생산성은 민간 생산성의 60~7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퍼주기 포퓰리즘으로 망해서 재기도 어렵고 청년들이 나라를 등지고 있는 그리스의 경우 인구는 1000만 명 남짓인데 공무원이 100만 명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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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5년간 공무원 17만 명 증원'은 착착 진행되고 있다. 공무원 증원에 대해 국회예산정책처는 2018년 1조 원, 문재인 정부 5년간 6조 원, 향후 30년간 327조 원의 추가 비용이 든다고 설명했다. 모두가 세금으로 충당해야 될 미래의 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
군 복무기간 단축, 사람 부족을 해결하려면 돈이 든다. 얼마일까?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현재 육군 기준으로 21개월인 군복무 기간을 18개월로 단축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약을 발표했다. 당시 문재인 후보는 군복무 단축의 대안으로 현재 양 위주의 군대를 질 위주의 군대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부대 편제를 개편하고 부사관 인력을 충원해 전체 군 인력에서 사병 비중을 줄이고 부사관 비중을 늘릴 것임을 밝혔었다.
문재인 정부의 계획에 따라 내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매년 2만 명 이상 총 13만 명의 병력이 줄어든다. 현재의 63만 명이 50만 명으로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저출산에 따라 2020년대 들어 입대할 자원이 크게 줄고, 육군 등의 군살을 빼 선진국형 첨단군대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복무기간 단축에 따라 현재 21개월(육군과 해병대)인 병사 복무기간은 18개월이 된다. 복무 기간이 3개월 줄어들면 병사들의 순환 주기가 빨라진다. 지금 사병 숫자가 43만명인데 그게 7분의 1가량(3개월/21개월) 줄어들면 무려 6만 명이 감축되는 일이 벌어지는 결과가 벌어진다.
게다가 사병으로 갈 젊은이들의 숫자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2002년은 대한민국 신생아 숫자가 50만 명 밑으로 떨어진 첫해다. 당시 남자 아이는 약 25만 명 가량 태어났는데, 그중 이런저런 사정으로 현역 입대가 어려운 사람을 빼면 약 20만 명이 현역 사병으로 복무가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2002년생들이 18세가 되는 시점이 2020년인데 20만 명의 젊은이가 1년6개월(18개월)을 꼬박 복무한다고 해도 30만 명의 사병밖에 확보할 수 없게 된다. 지금 사병숫자 43만 명보다 무려 13만 명이나 적다.
병력이 줄어드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복무 기간을 늘리거나 최소한 현행대로는 유지해야 하는데 이를 줄이겠다는 발상을 하니 어지간한 탁상공론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복무기간이 21개월에서 18개월로 줄어들 때 병사들의 비(非)숙련 비율은 57%에서 67%로 늘어난다고 한다.
사병이 줄어드는 문제를 모병제로 해결하면 되지 않나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징병제를 모병제로 전화하는 것은 '부유층의 군입대 기피'라는 풍조의 우려 때문에 국민정서상 불가능하다. 직업군인을 늘리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직업 군인 10만명을 늘린다고 가정하고 그들에 대한 1인당 인건비가 연간 5000만 원이라고 계산하면 간단하게 연간 비용이 5조 원 늘어난다.
공무원 증원 때 들어가는 비용 계산방식을 적용하면 직업군인 10만 명을 늘리면 국민 일인당 매년 10만 원, 4인 가구당 40만 원의 추가 부담이 생긴다. 문재인정부 집권 5년으로 확장하면 무려 국민 일인당 50만 원, 가구당 200만 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 그렇게 세금을 더 내고 싶은 국민은 얼마나 될까?
문재인 정부의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7.1% 늘었다. 반면 내년 경상성장률 전망치는 4.5%다. (경상성장률이란 흔히 경제의 성장을 말할 때 쓰는 실질성장률에 물가상승률을 더한 수치로서 예산 증가와 비교할 때는 경상성장률을 써야 한다)우리 경제의 키우는 파이의 크기보다 국가 씀씀이가 더욱 빨리 늘어난다는 것이다.
어떤 개인이든지 지출이 수입을 초과하는 삶을 계속 이어갈 수는 없다. 가족도 마찬가지다. '적자 가계부'는 영원히 갈 수 없다. 나라도 마찬가지다. 적자재정의 폐해는 매년 조금씩 쌓이더라도 언제가는 강력한 폭탄이 되어 터진다. 그게 5년이나 10년 후면 우리 자신의 문제가 되고, 20년에서 30년 이후면 우리 자녀의 문제가 된다.
그처럼 멀리 내다보고 국정을 끌어가는게 진정한 리더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나랏돈을 마구 쓰면서 "국민을 위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그 이면에 '효과가 얼마인지는 잘 모르겠고, 앞으로 세금을 훨씬 더 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는 명백한 사실은 숨긴다. /김필재 정치평론가
[김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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