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조중동 직무유기 공론화 막아…결국 여당 반격 허용 '밑지는 장사'
   
▲ 조우석 언론인
그의 발언은 실로 통쾌 무비했다. 한국정치에 희망이 없지 않으며, 제1야당이 살아있다는 생각에 안도감까지 들었다. 심재철 국회 부의장의 지난달 28일 작심 발언 직후 후련한 느낌이 바로 그러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임종석 비서실장, 서훈 국정원장,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4인을 법치 파괴의 내란죄로 형사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점령군처럼 국가기밀을 뒤지는 과거사위를 해체해야 하며, 불법 수사로 수사-구속 중인 피의자도 석방해야 한다고 함께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의 지난 6개월이야말로 그런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이튿날 목소리를 다시 높였던 심 부의장이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이 오르내린 것도 이례적이다.

자유한국당 소속의 5선 의원이란 경륜에 국회 부의장이란 무게감도 한몫 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제기 이후 딱 보름, 현상황은 완전 딴판으로 흘러간다. 우선 자유한국당이 저렇게 무력한가 싶어 어안이 벙벙하다. 전세를 뒤집을 수 있는 승부수 한 방이 터졌는데, 그걸 전혀 활용 못한다.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 올린 심재철

외려 여당이 "심재철은 저렇게 말하는데, 자유한국당의 공식입장은 뭐냐?"며 역습을 해오자 성명서 하나 덜렁 내놓은 게 후속 조치의 전부다. 그렇게 주춤하는 새 집권여당은 부의장 사퇴 요구 등 역공에 성공했다. 심 부의장의 발언이야말로 민주주의와 국가체제 부정이자, 국기문란의 선동죄 혐의가 있으니 그를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자는 게 저들의 으름짱이다.

정의당 의원 노회찬이 :심 부의장은 제정신이 아니며 정신착란증이 있다"고 한 말은 이런 분위기에서 나왔던 기막힌 조롱이다. 한 시민은 그가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역전되자 '변절자 심재철'이란 딱지 붙이기가 등장했다.

1980년 5월 당시 서울대 총학생회장으로 운동권이던 무렵 그가 이른바 서울역 앞 회군(回軍)을 하는 바람에 신군부 집권의 빌미를 줬다는 공격이다. 한국정치가 아무리 좌파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지만, 이렇게 퇴행적인 줄은 몰랐다. 물론 언론이 망가진 탓인데 지난 보름, 조중동 중 단 한 곳도 심재철의 발언을 사설로 다룬 매체가 없다.

   
▲ 심재철 국회 부의장이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임종석 비서실장, 서훈 국정원장,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4인을 법치 파괴의 내란죄로 형사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사진=연합뉴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토록 중요한 문제제기를 애써 외면하는 저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 땅에 언론자유가 실종됐고, 언론기관이 그걸 자초한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의 초법적 권력 운용에 눌리고, 수상한 '지지율 독재' 속에 갇혀 공론장 역할을 스스로 방기하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와 좌파 언론 사이의 권언(勸言)유착 구조는 더욱 강화된 모양새다. 조선일보가 한 면을 할애해 심재철과의 일문일답을 실었지만, 그건 면피용에 불과했다. 문재인 정부의 폭주와, 그에 따른 자유민주주의 훼손을 막을 장치는 과연 없는가? 답답하다. 결국은 현 상황의 책임은 자유한국당이 져야 옳다.

정상적인 제1야당이라면 심재철 발언 직후 당 대표 등 당 지도부의 엄호사격이 뒤따랐어야 했다. 당연히 내란죄 고발 특위를 발족하거나, 관련 TF 구성 등 후속조치가 있었을 경우 상황은 꽤 다르게 전개됐을 가능성이 있었다. 중진 의원의 발언과 당이 저토록 따로 노는 건 실로 비정상이다.

홍준표 "당에 戰士 없다"는 못난 소리

심재철의 발언 직후 그 당의 초-재선 의원들 사이에서 "엉뚱하다", "상식을 벗어났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는데, 그건 자유한국당이 얼마나 엉터리이고, 초-재선 의원들이 얼마나 얼간이인가를 새삼 보여준 셈이다. 홍준표 당 대표부터 문제다. 그는 입만 열면 "우리 당엔 전사(戰士)가 없다"는 말을 하지만, 그 자신부터 전사 자격이 있는가?

헌법적 가치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훼손하는 집권여당의 폭주에 브레이크를 거는 건 보수정당의 기본이 아니던가? 얼마 전 그는 "좌파 광풍 시대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예견했지만, 그건 너무 안이했다. 좌파 광풍을 멈추게 하는 게 야당 몫이고, 당 대표의 역할이 아니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심재철 부의장의 발언은 대반격의 기회였는데, 그걸 못 살린 왕바보 자유한국당이 밉다. 정치인을 포함한 이 나라 지도층의 직무유기가 실로 가슴 아프다. 요즘 보통 사람들은 누구나 말한다. 문재인 정부가 이 정도 폭주할 줄은 미처 예상 못 했다고…. 며칠 전 내걸린 고려대 대자보 '촛불혁명의 숨겨진 진실을 직시하라'도 결국 "사회주의 망국"을 걱정했다.

그게 맞는 진단이다. 지금은 유사 사회주의 혁명의 단계이며, 그게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1년이 넘도록 진행 중이다. 그런 구조를 필자인 나는 '저강도 혁명(low intensity revolution)'이란 소견을 이미 10월 말에 이 지면에서 밝힌 바 있다. 그건  은페된 혁명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심재철의 문제제기는 결국 같은 문제제기다.

때문에 지금은 그가 만들어낸 공론화의 불씨를 어떻게 살릴까가 관건이다. 이런 문제제기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이다 아니다의 차원을 떠나 이 나라의 구조적 상황에 대한 성찰이다. 그래서 중요하다. 강요된 침묵을 깨야 할 시점이며, 때문에 용기가 필요하다. 심재철의 문제제기는 엉터리 자유한국당, 못난 언론 상황을 딛고 더욱 공론화되어야 옳다. /조우석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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