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박스권 장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기업의 내재가치에 초점을 맞춘 '가치투자 펀드'가 괄목할만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8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48개 국내 자산운용사 가운데 최근 1년간 일반주식형 펀드 운용에서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운용사는 20개다.
특히 에셋플러스자산운용(10.08%), 신영자산운용(10.06%),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6.05%) 등 가치투자를 내세우는 운용사들이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나타냈다. 이들 운용사의 연초 이후 수익률 역시 에셋플러스자산운용(3.73%), 신영자산운용(2.06%),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0.97%) 등으로 시장 평균 수익률(-1.57%)을 크게 웃돌고 있다.
가치투자 전문가들은 국내외 경제지표가 크게 회복되지 않는 한 올해도 가치주의 약진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은 "체감 경기지표가 나아지지 않는 등 성장에 대한 기대가 유보되는 상황"이라며 "시장에서는 '올해부터 성장주가 활약할 것'이라는 예상이 쏟아졌지만, 여전히 가치주의 투자가치가 높다"고 강조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경기가 크게 회복되거나 새로운 성장 모멘텀(동력)이 생기면 가치주의 상승이 꺾일 수 있겠지만, 당분간은 가치주의 강세 흐름이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부사장은 "가치주 강세 패턴은 보통 2~3년 동안 지속되는데, '올해까지 이 흐름이 이어질 것이냐'는 의문이 많았다"면서도 "시장에 큰 변화가 없다면 상승폭은 다소 둔화되더라도, 저성장 시대 안정적 수익을 내는 가치주 강세 기조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은 "주식시장이 2년째 위로도, 아래로도 크게 이탈하지 않는 박스권에 갇혀 있다 보니까 개별 종목 발굴 능력이 좋은 펀드의 수익률이 좋았다"고 진단했다.
강 회장은 "보통 시장이 박스권을 이탈할 때는 사상최고치 이익을 내는 등 주도 업종군이 2~3개 정도 존재해야 한다"며 "한국 상장기업의 이익 창출 능력이 많이 떨어져 당분간 크게 비약하는 업종이 나타날 것 같지 않다. 따라서 수익가치인 주당순이익(EPS) 및 자산가치인 주당순자산가치(BPS) 등을 중심으로 한 개별 종목 선정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치투자 3인방'은 국내 코스피가 당분간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저평가된 주식이 좋은 투자자산임에는 틀림없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채원 부사장은 "원화강세 국면일 때 소비주가 들썩여야 하는데, 지금은 소비주는 안 움직이고 수출주만 빠지는 전형적인 약세장의 모습"이라면서도 "코스피 전체 순이익을 시가총액으로 나눈 기대수익률은 7.7% 정도로 다른 투자자산과 비교해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
강방천 회장은 "시장을 이끄는 힘은 기업이익인데, 과거와 같이 기업이익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시장을 낙관적으로 보기는 이르다"면서도 "시장은 위로도 닫혀있지만 그렇다고 밑으로 빠지지도 않을 것이다. 저금리 시대 주식은 좋은 투자자산이며, 연기금의 주식 매수 강도도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남권 부사장 역시 "기업의 배당 성향 및 수익률은 최저 상태이며, 순자산가치 기준으로 현재 코스피는 굉장히 낮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