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주영 기자]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장의 지배구조 개편 데드라인이 다가오면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시일이 촉박해 공정위에 유예를 요청할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됐었다. 하지만 지난 5년간 현대차그룹의 실적 악화로 현 사업구조 재편 필요성이 강화된데다 정의선 부회장으로의 경영승계를 위해 지배구조 개편을 외면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점에서 정 회장이 조만간 해법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
|
|
▲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전경 /사진=현대차 제공 |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연말 정기인사 이후 어떤 방식으로든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오는 29일이 현대차그룹 창립 50주년인 만큼 가능하면 그 이전에 대대적 조직개편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구체적인 시점은 모른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20.78%)→현대자동차(33.88%)→기아자동차(16.88%)→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형태의 지배구조를 취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 6.96%와 현대차 지분 5.17%를 가진 반면, 정 부회장은 현대차 2.3%, 기아차 1.7%, 현대모비스 0% 등 보유 지분이 적다.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16.88%는 지주사 전환을 위한 핵심 순환출자고리다. 그룹 경영권 유지와 직결된 핵심 지분이기도 하다. 지분가액은 3조8000억원 수준으로 오너일가의 직접 매입은 쉽지 않기 때문에 주축회사를 쪼개 합병하는 절차를 거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대모비스를 투자부문(지주)과 사업부문(사업)으로 인적 분할하는 방식은 이미 많이 거론된 방식이다.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사업회사는 투자부문을 떼어내면서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고 효율적으로 자원을 배분받아 현대차그룹 전체의 자기자본이익률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3개 회사가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한 뒤 각자의 투자부문을 합병하는 방식은 그 다음 시나리오다. 3개 투자부문 합병으로 현대차그룹홀딩스가 탄생하면 이 지주사는 순환출자 지분만큼 각각의 사업부문 자회사를 거느리며 오너 일가의 지배력 확보도 가능하다.
정 부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16.88%를 취득하면 되지만 정 부회장의 현재 보유 중인 계열사 지분을 모두 합해도 대략 3조원 수준이라 실현 가능성이 적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앞서 지주사 전환을 포기한 삼성전자의 경우 자사주 소각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펼친 바 있지만 현대차가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며 "기업가치 극대화와 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지주사 전환이 가장 유력한 선택지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주사 전환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아직 정몽구 회장에서 정의선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단행할 수순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또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에서 이제 막 회복하는 단계인데다 미국 판매 부진, 강성노조 파업 등 안팎으로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연내 단행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현대차 노조의 전면·부분 파업 일수는 총 56일로 생산차질 대수는 34만2000대, 금액으로는 무려 7조3000억원으로 업계는 추산했다.
파업으로 인한 피해도 크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전면파업을 포함해 24차례 파업을 진행했고, 12차례 특근을 거부했다. 현대차 노조는 12월들어 2주 연속 부분파업에 돌입한 상황으로 업계에서는 올해 현대차 파업에 따른 피해액이 1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
|
|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연합뉴스 |
이처럼 현대차그룹 경영 환경이 안팎으로 악화되고 있는 점을 볼 때 현대차가 공정위에 지배구조개편안 제출을 내년으로 미룰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업계의 예상이다.
다만, 이미 다수의 기업들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고 있고 정부가 지주전환을 위한 혜택을 강하게 어필하고 있는 점은 현대차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얼마 전 현대산업개발은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사 전환을 공식화 했고 LG그룹은 기존 개인 대주주 중심에서 지주회사(주)LG와 자회사간의 수직적 구조로 지배구조를 개편한 바 있다. SK는 금융계열사인 SK증권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며 그룹 내 SK케미칼도 지주회사 전환을 진행 중이다.
롯데그룹은 지난 10월 롯데지주를 출범시키며 기존 67개였던 순환출자 고리를 13개로 줄였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다른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순환출자 구조가 복잡한 데다 지배권 승계에 영향력을 미치는 계열사가 많은 편"이라면서도 "공정위가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더욱더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놓고 고민을 거듭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