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자유한국당 당무감사 결과 발표 이후 탈락자들의 후폭풍이 거세다. 현역의원 4명을 포함해 62명의 당협위원장들을 교체하는 결정에 “홍준표 대표의 사당화”라며 크게 반발, 불복할 조짐마저 보이고 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핵심 친박’인 유기준 의원은 이번 당무감사를 홍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친박 보복’으로 규정했다. 유 의원은 1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대표의 폭주를 견제해 온 저 같은 인사를 희생양 삼아 마음에 안 드는 이들을 몰아내려는 정치보복이 시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류여해 최고위원은 전날 자신이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한 ‘눈물의 기자회견’에 이어 이날도 홍 대표에 대한 비난을 이어갔다. “여자 정치인을, 그것도 싹을 꺾거나 뭉개는 것은 정치 도의에도 어긋난다. 여성 정치인을 무시하는 오래된 정치 악습”이라며 “홍 대표는 여자를 무시하는 마초가 맞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불가피한 조직 혁신이자, 당무감사 자체가 객관적으로 이뤄졌음을 강조하는 등 물러설 뜻이 없음을 밝히고 있어 당분간 진통이 계속될 전망이다.

당협위원장 교체 대상에는 서청원·유기준 의원과 배덕광·엄용수 의원 등 친박계로 분류되는 현역 의원 4명 및 류여해(서울 서초갑) 최고위원, 권영세(서울 영등포구을), 박민식(부산 북구강서구갑) 전 의원 등 인지도가 높은 당협위원장 상당수가 포함됐다.

이날부터 재심 절차가 진행되지만, 이들은 재심과는 별도로 기자회견 등을 통해 격앙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을 볼 때 지금 한국당은 여전히 ‘박근혜 탄핵’ 충격을 극복하지 못한 모양새다.

이를 지켜보는 보수사회에서도 한국당이 완전히 탈바꿈해야 하고, 이를 위해 다음 선거를 통해 70% 이상 물갈이가 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친박 청산’에 대해서는 “더 강도 높게”와 “의미없다”는 주장이 엇갈려 나왔다.

   


현진권 경제평론가는 18일 ‘미디어펜’과의 전화통화에서 “정당은 현재를 살아갈 수밖에 없다”며 “지금 친박 청산이 이뤄진다면 또 그대로 역사의 흐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현진권 평론가는 “한국당이 지금보다 더욱 강력하게 혁신을 이뤄나가야 하고,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도 더욱 강력해야 한다”며 “다만 정치는 숫자이므로 당의 정체성을 잘 구축하되 친박과도 잘 어우러져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무능한 게 맞고, 그 실패에 대해 책임은 물어야 하는 것도 맞지만 지금 한국당은 지난 탄핵 과정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데 소홀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탄핵당한 전직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탄핵에 따른 정권교체의 합법성’을 가려서 선명하게 주장하는 것이 보수야당이 할 일인데도 정작 그런 역할은 못한 채 친박 멱살만 잡고 끌어내리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서청원 의원은 ‘친박’이어서 문제가 된 것이 아니라 이미 8선 의원으로서 당내 원로 자리를 지킬 만한 명분이 없다”며 “한국당 지도부는 이번에도 친박 청산이라는 꼬리표를 붙이지 않을 방법이 있는데도 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한국당은 ‘친박 청산’으로 새로운 보수가 될 수 없다. 오히려 당 지도부가 지난 태극기 집회에 나선 보수 국민들의 명분과 자존심을 찾아주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 진영의 많은 정치‧경제 전문가들은 제1야당인 한국당이 정부 견제에는 힘을 잃고 여전히 내부적으로 ‘친박 청산’에 매몰돼 있는 이유는 그만큼 당 지도부 자체의 정체성이 약한 것을 드러내는 방증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차원에서 당에 새로운 피를 수혈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지만 현재 당 지도부에 대한 불신감이 높은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홍준표 대표가 지난 대선 후보자였으나 자신이 ‘성완종 리스트’ 의혹으로 대법원 선고를 남겨놓고 있는 상태에서 서둘러 당대표에 오르면 안됐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뒤늦은 지적으로 들릴진 모르지만 첫단추가 잘못 꿰어졌다는 의미로 이후에도 바른정당에서 복당파를 받은 점이나 그 가운데 신임 원내대표를 세우는 등 한국당의 행보가 여전히 혁신과 거리가 멀다는 점도 불신을 해소하기 힘든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한국당이 보수 진영에서 고르고 안정감 있는 지지를 받을 때 확장력도 가질 것으로 보여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장 당내 안정감을 회복하기에도 갈길이 멀어보이는 것이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