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무한도전'이 또 하나 기억될 만한 특집을 만들어냈다. 아이디어가 빛났고, 생각할 거리도 던졌고, 재미도 있었다. 

23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은 연말 특집으로 올해의 인물을 자체 선정해 시상을 했다. 연말이면 예능 프로그램들이 한 해를 정리한다는 의미로 이런저런 시상식을 더러 해왔다. 하지만 '무한도전'의 시상식은 역시 무한도전다웠다.

   


▲'연말 특집'이란 이런 것

연말이 되면 각 예능 프로그램들은 특집을 많이 방송한다. 주로 한 해 동안 그 프로그램이 어떤 얘기들을 전했는지, 출연자들의 활약상은 어땠는지, 시청자들의 좋은 반응을 받은 프로그램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정리한다. 다시 보고 싶은 장면을 편집해 내보내기도 하고, 자체 시상식을 갖기도 한다.

'무한도전'이 이날 연말 특집으로 올해의 인물을 선정해 시상한 것은 형식적인 차원에서는 익숙한 아이템일 수 있다. 그럼에도 '무한도전'은 뭔가 달랐다. 

'무한도전'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들을 보자. 유시민 작가, 개그맨 송은이와 김생민, 가수 윤종신, 배우 진선규였다. 이들의 공통점은? 올 한 해 연예계를 빛낸 인물들이다. 유시민 작가를 '연예계' 인물에 포함시키는 것이 타당한가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어쨌든 유시민은 뿌리가 예능인 방송 프로그램('썰전', '알쓸신잡')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무한도전'은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올해의 인물 대상자를 예능 쪽으로만 국한시키는 편협성에서는 벗어났다. 그렇다고 해서 정치가나 사회적 이슈가 됐던 인물(예를 들면 이국종 교수)로 눈길을 돌리는 무리수도 두지 않았다. '무한도전'이 가장 잘 아는 분야인 방송 가요 영화 등 연예계에서 인물을 찾았고, 개성을 발휘하며 뭔가 메시지를 던진 인물들을 선정해 화제성을 끌어올렸다.

찾아가는 서비스도 좋았다. 편하게 프로그램을 찍자고 수상자들을 한 자리에 모았으면 재미는 뚝 떨어졌을 것이다. 시선은 분산되고, 쓸 데 없이 허비되는 시간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멤버들이 직접 올해의 인물들을 일일이 찾아가는 수고를 하며 오롯이 그 인물에 집중하도록 해 몰입도를 높였다.

▲편파적이지 않았다…자사 홍보? 필요 없어!

올해 '좋니'로 메가 히트를 기록한 가수 윤종신, '범죄도시'에서의 강력한 연기로 청룡영화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감동적인 수상 소감을 전해 큰 화제가 됐던 배우 진선규를 올해의 인물에 포함시킨 것은 고개가 끄덕여진다.

유시민 작가는 시사토크 예능 프로그램 '썰전', 쓸데없을 것 같지 않은 잡학 전달 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에서 명토론가로, 잡학 왕박사로 큰 역할을 해냈다. 송은이와 김생민은 '김생민의 영수증'이란 신개념 방송을 기획하고 진행하며 사회적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들을 올해의 인물에 포함시킨 것은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썰전'은 JTBC, '알쓸신잡'은 tvN에서 방송되는 프로그램이다. '김생민의 영수증'은 심지어 지상파 KBS 프로그램이다. MBC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비록 동시간대 방송되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화제성 면에서 예능 경쟁작들이라 할 수있는 타 방송사 프로그램의 출연자에게 올해의 인물 트로피를 안겼다.

억지로 찾았으면 MBC 프로그램 가운데에도 올해의 인물 감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이번 특집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방송사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상 주는 걸로도 웃길 수 있다

취지는 좋지만 재미가 없으면 예능 프로그램으로서는 실패다. '무한도전'은 상 주는 것으로도 얼마든지 재미를 안기고 웃음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보여줬다.

   

   


'무한도전' 멤버들은 장관 출신의 유시민 작가를 찾아가 방송 출연료가 얼마인지 물어(사실 많은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질문이다) 당황시켰다. 김생민을 만나서는 마치 '김생민의 영수증' 의뢰인이 된 것처럼 "아내와 각자 관리하던 통장을 합해야 하는지 고민"이라는 등 개인적인 고민 상담을 늘어놓아 웃음을 안겼다. 윤종신에게는 생목으로 '좋니'를 부르게 해 고음이 올라가는지 기어이 확인을 했다. 방송 출연이 낯선 진선규를 만나 코 성형과 관련된 자연스러운 토크를 이끌어내고 브라질 전통무술 카포에라로 예능감을 발휘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웃고 즐기다가 문득 '아~ 이들은 정말 올 한 해를 뜻깊게 보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무한도전'이 쌓아온 저력, 멤버들의 내공, 김태호 PD의 무한팽창 아이디어가 어우러져 2017 올해의 인물 시상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사진=MBC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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