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진에어 "충성고객 확보" 고심
티웨이항공 "내년 브랜드 인지도 높일 것"
[미디어펜=최주영 기자]직장인 A씨(여)는 지난 여름 왕복 20만원대 가격에 다녀온 일본 후쿠오카를 재방문하기 위해 포털사이트에 접속했지만 정작 어떤 항공사의 항공편을 이용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평소 '최저가 항공권'을 결제하는 습관이 지속되다 보니 브랜드가 중요한 구매 기준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A씨는 "가격이 싸면 그뿐, 재방문할 때 꼭 동일한 항공사를 이용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저비용항공사 이용객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업체들은 내년 '질적 성장'을 위한 새 마케팅 전략 짜기에 분주하다. 이미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상황에서 각종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던 방식만으로는 장기적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 제주항공 여객기 /사진=제주항공 제공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적 LCC의 국제여객 운송량은 931만명으로 전년 대비 50% 가량 증가했다. LCC 항공수요가 구조적인 상승세에 올라섰다는 분석이다. 다만 제주항공과 진에어를 제외한 후발업체들은 수년동안 수익성 하락이 지속되는 등 업체별로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이에 저비용항공사들은 앞서 A씨의 사례처럼 '저렴한 가격'만을 앞세워 고객을 끌어들이기 보다는 고정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을 대안으로 삼을 계획이다. 특히 내년에는 마일리지 제도와 같은 사후 혜택 프로모션을 강화하는 전략을 펼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연간 탑승객 1000만명을 돌파한 제주항공은 내년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고심중이다. 특히 오는 2018년부터는 양적 성장을 통한 외형 확대보다는 내실을 다져 고정적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중견항공사'로의 도약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제주항공은 올해 두 차례 멤버쉽 제도를 개편했는데 지난 3월에는 상용고객 우대프로그램 `리프레시 포인트` 사용범위를 여러 부가서비스로 확대했고 지난 6월에는 포인트 적립 및 사용 기준을 바꿨다. 

제주항공이 자체적으로 운영 중인 '리프레시 포인트' 회원수는 341만명을 넘어 400만명을 바라보고 있다. 제주항공의 '리프레시 포인트'는 항공권 예매나 부가서비스를 신청할 때 1포인트당 1원의 가치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리프레시 포인트는 지인이나 직계가족에 양도할 수도 있다. 타사의 경우 직계가족으로만 한정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포인트 제도라고 할 수 있다.

2012년부터 '나비포인트'라는 마일리지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진에어 또한 내년 중 포인트 제도를 개편할 것으로 알려졌다. 진에어가 실시 중인 나비포인트제도는 탑승노선에 따라 10~40포인트를 적립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최소 100포인트를 쌓으면 주중 편도 항공권이 지급된다. 

예를 들어 김포-제주간을 5번 왕복하거나 김포-괌 구간을 다녀온 뒤 김포-제주간을 왕복하면 공짜 항공권이 제공되는 것이다.

앞서 진에어는 지난 6월 업계 최초로 네이버페이를 통한 항공권 간편 결제 서비스를 도입한 바 있다. 온라인 가맹점에서 네이버 ID 및 네이버페이 비밀번호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에 따라 기존 마일리지 제도에 비해 제공하는 포인트의 비중이 높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진에어의 설명이다.

에어부산, 티웨이항공도 충성 고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에어부산은 진에어의 나비포인트제와 같은 '플라이&스탬프' 제도를 5년째 운영 중이다.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에서 커피 10잔을 마시면 한 잔을 공짜로 주는 스탬프 제도와 같이 항공기 이용 횟수에 따라 무료항공권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티웨이항공은 별도의 마일리지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 않지만 항공권 운임 또는 사전 주문 기내식, 좌석 지정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쿠폰을 지급한다. 예를 들어, 신규 회원으로 가입할 경우 회원가입 축하쿠폰, 추천인 ID 입력시 추천인 감사쿠폰, 희망여행지 등록시 관련 쿠폰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올들어 12월 현재까지 국내선과 국제선 탑승객 수가 600만명을 넘어선 티웨이항공은 특가 프로모션 등 저렴한 가격 정책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티웨이항공은 내년에도 여객수송 점유율을 높이는 동시에 브랜드 인지도를 더욱 높일 수 있는 캠페인 위주 이벤트를 펼칠 계획이다.

지난해 도입한 E크레딧 서비스를 최근 종료한 이스타항공은 내년 경영정상화 여부에 따라 신규 서비스를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 여행객들로 붐비는 인천공항 /사진=연합뉴스


항공업계에서 매년 시장 포화에 따른 과잉공급에 대한 우려는 지속 제기돼 왔지만, 지난 2010년 77% 수준이었던 탑승률은 올해 82%로 높아졌고 2018년에도 이같은 상승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고객을 사로잡기 위한 항공사들의 셈법도 바빠질 전망이다. 

항공업계 전문가는 "그동안 LCC의 성장은 가격경쟁력이 촉진제로 작용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며 "소비자들이 항공사에 특화된 서비스 보다는 '가격정책'에 이끌리기 쉽지만 이같은 방식은 '임시방편'적 마케팅에 불과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이어 "'저가 전략'을 고수하는 것은 항공사들이 '제살 깎아먹기'식 운영을 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손해로 작용할 수 있다"며 "항공사별 특색을 살린 회원제도 운영 또는 충성고객 확보를 위한 '내실다지기' 전략을 고수하는 것이 내년 마케팅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