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지상파 TV 3사의 연말은 분주하다. 연말 각종 시상식이 줄줄이 열리기 때문이다.

연말 시상식은 예전에는 방송사마다 3번씩 열리는 것이 기본이었다. 연기, 예능, 가요 분야에 대해 각각 시상식이 개최됐다. 하지만 가요 부문 시상식은 공정성 시비 등으로 성격을 바꿔 수상자를 뽑지 않고 축제 형식(KBS 가요대축제, MBC 가요대제전, SBS 가요대전)으로 한 해를 결산하는 무대로 음악 팬들을 찾는다.

올해도 어김없이 지상파 3사의 '연기 대상'과 '연예 대상' 시상식이 열리고 있지만, 하나가 쏙 빠졌다. 바로 'KBS 연예대상'이다.

이유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시피 KBS의 파업 때문이다. KBS는 MBC와 함께 지난 9월초부터 방송 정상화와 경영진 교체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MBC는 사장 교체로 파업이 중단돼 방송이 정상화된 반면 KBS는 아직 파업이 진행 중이다.

   
▲ KBS 예능 프로그램들. /사진=KBS 홈페이지 캡처


두 방송사의 파업으로 직격탄을 맞은 프로그램이 예능 쪽이었다. 드라마는 외주 제작 등의 여건으로 인해 일부 차질 속에서도 큰 결방 사태 없이 방송돼 왔지만, 예능 프로그램은 PD들의 파업 참여로 장기간 결방이 이어졌다.

MBC는 방송 정상화가 되면서 '연예대상'(29일)과 '연기대상'(30일) 시상식을 치렀다. KBS는 '연기대상'만 31일 진행하기로 했고, '연예대상'은 결국 무산됐다. SBS의 경우 '연예대상'은 30일 열렸고, '연기대상'은 역시 31일 열린다. 

방송사 관계자들, 즉 사측이나 노조측이나 각자의 명분에 따라 대립하며 파업이 이어졌을 것이다. 방송사가 정상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연말 시상식이 무산된 것도 이해가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7년 KBS 연예대상이 없어진 것은 아쉽다. 파업으로 결방되기 이전 시청자들에게 즐거움과 웃음을 안기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KBS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나 제작진 등이 시상식도 없이 연말을 보내는 마음은 어떨까. 특히 각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왔던 연예인들은 장기간 타의에 의한 '휴직' 상태다.(일부에 해당하겠지만 출연 프로그램의 결방으로 경제적 타격이 큰 연예인도 있을 것이다.)

연말 시상식을 열 사정이 안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치고, KBS가 자체적으로 수상자를 선정하고 작은 정성을 담아 제작한 트로피라도 전달했으면 어땠을까. 화려한 시상식 무대에서 트로피를 받고 멋진 수상소감을 밝히는 것과는 비교되지 않겠지만, 그래도 노력을 인정받고 격려를 받으면 수상자는 나름 자부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

매주 방송되는 음악 순위방송에서 1위 시상을 한다. 방송사 사정이나 외부적인 상황에 따라 음악방송이 결방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그 때도 1위 발표는 따로 하고 트로피도 전달된다. KBS 연예대상도 이번에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결방'했지만 수상자 선정과 발표라도 했으면 의미가 있지 않았을까.   

올해 MBC 연예대상의 대상은 '나 혼자 산다'를 인기 프로그램 반열에 올려놓은 전현무가 받았다. KBS 아나운서 출신으로 MBC에서 대상을 받은 전인미답의 성과를 올린 전현무는 수상 소감에서 "내년에는 MBC가 (파업이 끝났으니) 꽃길을 걷기를 응원한다"며 "제가 있던 고향(KBS)에도 따뜻한 봄바람이 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의미 있는 발언을 했다. 시상식도 없이 썰렁하고 추운 겨울을 보낸 KBS 예능에 따뜻한 봄바람이 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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