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해정 기자]애플의 '배터리 게이트'에 이어 인텔도 컴퓨터 칩의 해킹 취약성을 알고도 수개월 동안 이를 숨겼다는 데 대해 미국 곳곳에서 소비자들의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7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의 IT 전문 블로그 기즈모도(Gizmodo)에 따르면 지난 3일 캘리포니아 주 북부 지방법원에 인텔을 상대로 소비자 집단소송이 제기됐으며, 4일 오리건 주, 인디애나 주 남부 지방법원에 각각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인텔은 10년간 팔아온 중앙처리장치(CPU) 칩에서 해킹에 취약한 결함이 발견됐지만 이를 인지하고도 6개월 동안 소비자들에게 알리지 않아 지난 2일부터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이틀 만에 미국에서는 세 건의 집단소송이 접수됐다.

이들 원고는 소장에서 인텔을 상대로 불법 거래 행위, 부당 이득 축적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또한 반도체 칩의 해킹 취약성, 인텔 측의 정보 공개 지연 등으로 입게 된 손해 배상을 요구했다. 특히 인텔의 조치대로 보안 업데이트를 해도 CPU의 성능 저하가 우려된다고 주장하면서 그에 따른 배상도 요구했다.

이번 파문은 인텔이 최근 10년 동안 판매해온 CPU 칩인 'x86' 프로세서에서 해킹에 취약한 결함인 '멜트다운'(Meltdown)과 '스펙터'(Spectre)가 발견되면서 일었다. 멜트다운은 해커들이 하드웨어 장벽을 뚫고 컴퓨터 메모리에 침투해 로그인 비밀번호, 사진, 이메일 등 개인정보를 훔치게 한다는 점에서 이용자에게 치명타를 줄 수 있다.

인텔은 지난해 6월 구글 연구원들로부터 결함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지난 2일 언론 보도가 나온 뒤에야 입장을 밝혔다는 점에서 최소 6개월간 치명적인 약점을 숨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인텔은 논란이 일자 패치(수정 프로그램) 배포를 확대하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논란은 중단되지 않았다.

한편 지난달 애플은 구형 아이폰의 성능을 몰래 저하시킨 '배터리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캐나다 등 최소 6개국에서 26건의 소송을 당했다. 
[미디어펜=이해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