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화유기'가 벼랑 끝 궁지에서 일단 벗어났다. 방송 초반 잇따라 터진 대형악재로 드라마 중단 위기까지 내몰렸으나 한 주 결방 후 정상적으로 방송이 재개됐다.

tvN 주말 드라마 '화유기'는 지난 6일, 7일 3, 4회가 방송됐다. 지난달 23일 2회 방송 도중 CG 처리가 안된 화면이 그대로 등장하고 두 차례 방송 중단과 갑작스런 드라마 종료로 대형 방송사고를 냈다. 이어 촬영 현장에서 스태프의 낙상 사고 소식까지 전해졌다.

결국 연말 한 주 결방을 해야 했던 '화유기'는 제작사와 tvN 측의 사과 등으로 사태를 수습하고 지난 주말 방송을 재개했다. 3, 4회에서는 우려했던 CG 사고도 없어 시청자들은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었다.

   
▲ 사진=tvN '도깨비', '화유기' 포스터


인기 작가 홍자매(홍정은, 홍미란)와 '최고의 사랑'을 함께했던 박홍균 감독이 다시 의기투합해 새로 내놓은 작품. '서유기'를 모티브로 한 이색적인 판타지 드라마. 이승기의 군 제대 후 첫 복귀작. 주연배우 차승원 이승기 오연서 외에도 장광 이홍기 김성오 이엘 성지루 등 화려한 출연진.

화제가 될 만한 드라마였고 시청자들의 기대도 컸다. 방송 사고를 겪고, 한 주 결방 사태를 빚었음에도 3회 5.6%에 이어 4회에서는 6.1%로 시청률도 점점 오르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화유기'는 방송 사고를 딛고 안정을 되찾은 듯하다. 하지만 '화유기'가 극복해야 할 것이 방송 사고뿐일까.

시청자들은 '화유기'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도깨비'를 떠올린다. 불과 1년 전 방송돼 최고의 화제작으로 큰 인기를 누리며 신드롬까지 일으켰던 바로 그 드라마 '도깨비'다.

판타지물이고, 귀신 또는 요괴가 등장한다는 유사성 때문만이 아니다. 극 전개 방식, 캐릭터 등에서 '화유기'와 '도깨비'가 묘하게 오버랩되는 부분이 많아서다.

'화유기' 주인공 손오공 역의 이승기는 도깨비 공유와 닮은 부분이 있다. 지켜줘야 할 여자가 있고, 역설적으로 그 여자에게 자신의 운명이 달려 있다.

손오공과 우마왕(차승원)의 한 집 동거는 도깨비에서 공유와 저승사자(이동욱)의 동거를 연상시킨다. 동거인 둘이 티격태격 코믹스럽게 충돌하면서도 서로 의지하는 부분이 있는 것도 비슷하다.

삼장 진선미(오연서)가 필요할 때 '손오공' 이름을 부르면 이승기가 나타나는 것과 도깨비 신부 지은탁(김고은)이 불을 훅 불어 끄면 공유가 나타나는 것도 겹친다.

이렇다 보니 저팔계(이홍기)와 유덕화(육성재), 사오정(장광)과 유회장(김성겸), 김비서(조우진)와 이한주(김성오)는 전혀 다른 캐릭터인데도 뭔가 연관성을 갖다붙여보게 된다. 심지어 '도깨비'의 삼신할매였던 이엘이 '화유기'의 마비서 역으로 나오는 것까지 그냥 넘기기 어렵다.

물론 '화유기'와 '도깨비'는 전혀 다른 드라마다. '도깨비'의 여운이 너무 강하게 남아 있어 '화유기'에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화유기'가 온전히 참신한 하나의 작품으로 더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도깨비의 아류'라는 오명을 벗어나 여운이 남는 드라마로 성공을 거두려면, 분명 '도깨비'는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 '도깨비'에는 아련하면서 가슴을 저리게 만드는 비장미가 있었던 반면 '화유기'는 코믹에 방점을 찍었다는 데서 차이가 느껴진다. 손오공과 삼장이 역경 끝에 해피엔딩을 맞더라도 박수를 쳐주면 그만. 도깨비와 신부처럼 '그 후 그들은 어떻게 됐을까' 다시 떠올리며 괜히 먹먹해질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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