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결탁, 법률안 교차 투표 많아... 밀실거래등은 불투명 부작용

정치인들의 사익(私益)추구 행위 특강(10)

본 코너에서는 ‘정치인들의 사익(私益)추구 행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나쁜 민주주의: 정치인·관료들은 왜 사익만 추구하는가?』 (이몬 버틀러 저, 이성규·김행범 옮김, 북코리아, 2012년)를 연속적으로 게재하기로 한다. [편집자주]

   
▲ 이성규 안동대 무역학과 교수
제6장 투표 시장: 로그롤링

■ 로그롤링이란? 정치인 상호이익위해 투표거래하는 행위

물건을 사고파는 ‘상품 시장’이 있듯이 투표(또는 정치)에도 시장이 존재한다. ‘투표 시장’에서는 투표들이 거래된다. 예를 들면, 두 의원들이 투표 시장에서 만나 자신들의 상호 이익을 위하여 표를 거래한다. 투표(정치)시장에서의 이러한 투표 거래 행위(vote trading)를 “로그롤링”(logrolling)이라고 부른다.

정치의 경우 한 가지 이슈에 대해 다수결을 확보하기 위하여 1회에 한하여 연합들을 결성하기 보다는 ‘이익집단 정치’(interest-group politics)에 더 많이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정치는 하나의 ‘연속적인’ 과정이다. 다시 말하면, 정치는 여러 개의 다양한 이슈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계속적으로 등장하는 하나의 연속적인 과정이다. 즉, 정치는 개인들과 이익집단들이 서로 간에 지지를 교환함으로써 상호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광범위한 활동 영역을 제공해 주는 하나의 업무(affairs)를 의미한다.
 

이러한 정치적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어떤 이슈(또는 사업) - 예를 들면, 자신의 지역에 더 나은 도로를 건설할 필요성 - 에 대해 강한 추진 의사를 가지고 있는 어떤 집단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필요한 정치적 과정은 특정 이슈에 큰 관심이 있는 다른 집단들과 다음과 같은 ‘단순한 교섭’(simple bargain)을 하는 일이다. 즉, “귀하께서 오늘 우리의 도로 개선 사업에 찬성해 준다면 우리도 나중에 귀하의 도로 개량 사업에 찬성해 드리겠습니다!”
 

미국의 경우 이러한 ‘투표 거래행위’(vote trading)를 “로그롤링”(logrolling)이라고 부른다. 이 표현은 아마 깊은 산 속에서 벌채한 목재들을 마을이나 공장으로 이동하기 위하여 이웃사람들이 서로 협력하는 오랜 관행으로부터 유래되었다. 벌채한 목재들을 어떤 사람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마을이나 공장으로 움직이기 어려울 것이다.(로그롤링의 한글 사전적 의미는 ‘협력해서 하는 통나무 굴리기’, ‘의안을 협력해서 통과시키기’, 또는 ‘정치적인 결탁’ 등이라고 번역되어 있다.)

■ 로그롤링의 유형: 암묵적 로그롤링과 명시적 로그롤링

우리는 도로 개선 사업의 경우처럼 별개의 법률안에 대해 각자의 투표를 교환하려는 하나의 합의를 ‘명시적 로그롤링’(explicit logrolling)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명시적 로그롤링’은 투표가 쉽게 거래되는 의회 또는 의회 내 각종 위원회(committee)와 같은 민주주의 기구들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의회나 위원회에서는 투표가 쉽게 거래되기도 하지만, 또 양 당사자들이 상대방이 교섭약속을 실제로 이행하는 것을 알 필요가 있기 때문에 투표거래 행위가 쉽게 목격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특징 때문에 명시적 로그롤링은 ‘비밀투표’(secret ballots)의 경우에서나 회원들을 쉽게 규율(통제)할 수 없는 대규모 집단들 간에는 잘 작동하지 않는다.

로그롤링을 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암묵적 로그롤링’(implicit logrolling)이 있다. ‘암묵적 로그롤링’이란 “상이한 집단들이 그들의 여러 가지 제안들을 하나의 꾸러미(package)로 묶어서 이에 대해 투표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어떤 하나의 법안에 대해 강한 추진 의사를 가지고 있는 투표자들 또는 의원들이 결국에는 다른 사람들이 제안하는 법안들에 대해서도 찬성투표를 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종류의 투표거래 행위는 정당의 선거 매니페스토들(manifestos) 또는 입법 제안들이 함께 결합될 때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다. 예를 들면, 아이젠하워(Dwight Eisenhower; 미국의 제34대 대통령) 전 미국 대통령은 대다수의 주(州)들에게 혜택을 가져다주는 주간(州間) 고속도로 건설계획들을 묶어서 꾸러미화한 적이 있었다. 그 결과 하원 의원들은 그들 각자의 주에서의 도로건설 사업에 찬성투표함으로써 결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제안한 미국의 전체 고속도로망(‘꾸러미화된 제안’)에 대해 찬성투표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암묵적 로그롤링은 의원들에게 많은 혜택(이점)들을 가져다준다. 즉, 의원들은 다른 의원들의 특수이익 법안과 함께 자신들의 특수이익 법안을 하나로 꾸러미화함으로써 더 큰 지지를 얻을 수 있고, 동시에 전체 꾸러미에 대해서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 이점이 있다. 특수이익 법안을 가진 의원들은 암묵적인 로그롤링을 하나의 ‘타협’이었다고 설명할 수 있다. 즉, 의원들은 자신의 지역에 있는 여러 도로들을 개량하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다른 의원들이 제시한 법안들과 꾸러미화해서 함께 갈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무료 식량 배급권(Food Stamp)과 농업지원법(Farm Bill) 등이 암묵적 로그롤링의 하나의 예에 속한다.

그러므로 로그롤링은 민주주의 과정의 중요한 한 부분이라는 사실은 결코 놀랄 일이 아니다. 그러나 투표에 부쳐지는 꾸러미가 밀실에서의 ‘비밀 거래’로 결정되는 ‘암묵적’ 로그롤링과 달리 명시적 로그롤링(explicit logrolling)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투표거래는 암묵적 로그롤링에 비해 최소한 ‘투명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하면, 명시적 로그롤링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투표가 어떻게 거래되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일부 ‘명시적인’ 투표거래는 실제로는 그렇게 명시적이지 않다. 의회에서 일상사로 늘 있듯이 많은 이슈들이 등장하는 경우 명시적인 약속이 없이 종종 의원들 간에 ‘상호 지지’가 있을 것이라는 무언의 가정만이 있을 뿐이다. 의원들은 다음을 기대하면서 동료 의원들의 사업들에 찬성 투표할 것이다. 즉, 의원들은 다른 동료 의원들이 자신의 ‘호의’(찬성투표)를 기억하고, 때가 되어 자신들이 제안하는 법안에 대해 찬성투표해 줄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동료 의원들의 사업에 찬성투표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명시적 로그롤링 과정은 매우 미묘해서 의원들 그 자신조차도 그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털럭(Gordon Tullock)은 영국 어느 하원 의원의 자조적 고백을 예로 들었다. 영국의 어느 하원 의원은 처음에는 의회 내에서 ‘투표가 거래된다’는 생각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극구 부인한 바 있다.

그러나 나중에 그 의원은 자신이 제안한 법률안을 지지하기 위하여 어떻게 다른 의원들의 팔을 비틀었는지(arm-twist; 즉, ‘협력을 강요하다’), 그리고 다른 의원들이 그들의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하여 자신의 팔을 어떻게 비틀었는지 등에 대해 소상히 설명한 적이 있다.

(출처: 『나쁜 민주주의: 정치인·관료들은 왜 사익만 추구하는가?』 (이몬 버틀러 저, 이성규·김행범 옮김, 북코리아, 2012년) /이성규 국립안동대 무역학과 교수, 미디어펜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