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이행보증금 3150억원, 산은이 모두 가져가는 것 과해"
[미디어펜=나광호 기자]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3100억원대 이행보증금을 지급했으나, 인수 무산 후 이를 돌려받지 못했던 한화케미칼이 1200억원 가량을 돌려받는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6부(김시철 부장판사)는 11일 한화케미칼이 KDB산업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상대로 낸 이행보증금 관련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한화케미칼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한화는 1심 소장을 접수한 지 8년여 만에 산은과 캠코로부터 1260억418만원을 회수하게 됐다.

한화는 2008년 산은이 보유한 대우조선 주식 9639만주를 6조3002억원에 매수하기로 하고 이행보증금 3150억원을 선지급하고, 그해 12월 29일까지 최종계약을 체결하지 못할 경우 산은이 이행보증금을 갖는다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그러나 한화가 미국발 금융위기 등으로 자금 확보에 난항을 겪자 자산매각을 통해 3조8000억원은 자체조달하고 나머지 2조5000억원은 5년 후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산은이 이를 거부, 2009년 6월 18일 계약이 최종적으로 결렬됐다.

   
▲ 서울 중구 한화그룹 본사 전경/사진=연합뉴스


산은은 MOU 내용에 따라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으며, 이에 대해 한화는 금융위기 여파로 인한 상당수 금융거래 중단·MOU 초안에 포함된 대우조선에 대한 확인 실사 미진행을 이유로 소송을 냈다.

하급심(1·2심) 재판부는 앞서 한화가 대우조선 자산가치 하락·확인실사미실시 등을 이유로 기간 내 최종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에 대해 "정당한 이유가 없다"며 "이행보증금의 위약벌몰취규정은 본입찰안내시 명시됐고, 주식 인수거래 규모·성격으로 볼때 금액이 과도 혹은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산은의 요구로 확인실사 실시와 무관하게 최종계약을 체결하는 조항 등 한화에 불리한 규정들이 포함됐으며, 한화는 이행보증금을 지급하고도 확인실사 기회를 갖지 못했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환송했다.

또한 "최종계약 무산으로 산은이 입은 손해는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믿었던 신뢰이익 정도에 한정된다"며 "산은이 3150억원의 이행보증금 전액을 몰취하는 것은 과다하다"고 부연했다.

서울 고법 민사16부는 이 같은 취지에 따라 산업은행이 입은 손해만큼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돌려주라고 판결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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