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유진 기자] 해외건설 수주 부진에 시달리던 건설업계에 연초부터 수주 낭보 소식이 잇따라 들려오고 있다. 여기에 국제유가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3년만에 '해외수주 300억달러' 회복도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유가 상승을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호재가 없고, 국제유가 흐름 역시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낙관많은 할 수 없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지난 5일 필리핀 할루어강 다목적 공사(2단계) 낙찰의향서(LOA)를 접수하며 올해 첫 해외 수주 소식을 전했다.
필리핀 관개청이 발주한 프로젝트로, 곡창지대인 일로일로주(州)에 3개 댐과 도수로, 관개시설을 짓는 공사다. 공사 금액은 1억9300만달러다.
SK건설도 홍콩 도로관리청이 발주한 카오룽 중앙간선도로의 야우마따이 동부구간 건설공사를 수주했다.
SK건설은 홍콩의 빌드킹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사를 따내는데 성공했다. 공사금액은 6억4000만달러(약 7100억원)이고, 이 중 SK건설의 지분은 40%다.
중견기업인 한신공영도 캄보디아에서 900억원이 넘는 도로공사를 따냈다.
이렇게 올들어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확보한 일감은 약 22억달러로 비교적 출발이 좋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수주액은 290억달러로 2016년(282억달러)에 비해 늘기는 했지만 증가폭은 큰 의미가 없었다.
해외수주는 지난 2010년 716억달러를 기록하며 한 때 '해외수주 1000억달러 시대'를 꿈꾸기도 했지만 이후 내리막 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2016년과 지난해에는 2년 연속 300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극심한 수주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이전보다 훨씬 까다로워진 발주처의 눈높이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는 자금조달 등의 문제가 있지만 플랜트와 중동지역에 편중돼 있는 수주 구조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국제 유가가 상승세를 타면서 해외수주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영국 런던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된 북해산 브렌트유 3월물 가격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배럴당 70.26달러로 3년여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원유 2월물 역시 장중 한 때 64.81달러까지 치솟으며 2014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같은 국제유가 상승세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효과에 따른 것으로, 세계적인 투자은행들도 유가 전망을 상향조정하고 있다.
강정화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올해 해외수주는 지난해(290억달러) 보다 늘어난 360억달러로 전망된다"며 "유가와 해외 수주 실적은 같이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 유가 상승 등을 감안하면 전년 대비 20~30%가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국제유가 상승이 해외수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급등락 없이 꾸준한 오름세를 보여야 하는데, 리비아나 베네수엘라 등 지정학적 변수가 많아 현재로서는 확신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한 대형건설사에서 해외건설 분야를 맡고 있는 실무팀장은 "국제유가가 일시적으로 오르는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승흐름이 얼마나 장기적으로 이어지느냐가 발주자나 수주자에게 매우 중요하다"며 "지금으로서는 공격적으로 수주전에 뛰어들기 보다는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한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엔지니어링과 GS건설, 대우건설 등 대다수 기업들이 해외플랜트 사업에서 손실을 내며 부실을 털어야 했던 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다.
또 국제유가 상승이 원화가치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유가 상승에 따라 원화 강세가 지속되면 환을이 떨어질 수 밖에없고, 이렇게 될 경우 국내 건설사의 가격 졍쟁력이 중국과 일본은 물론 유럽의 기업에게도 밀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사들이 올해 수주목표액을 늘려 잡는 등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국내에서는 일감이 한계에 이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3~4년은 주택사업을 통해 먹거리를 만들 수 있었지만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정비사업 물량 축소 등으로 국내사업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역시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발주처의 도급공사를 저가경쟁으로 수주하는 방식은 더 이상 어려울 것"이라며 "그래서 우리는 신도시 등의 개발안을 제안하는 기획형 사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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