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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 |
관제언론 KBS가 끝내 큰 구설수에 올랐다. 세월호 실타래를 앞장서 풀어놔도 시원찮을 국가기간방송이 부실 재난보도로 내내 고전하더니 급기야 보도국장 사퇴로 자승자박하는 활극을 연출했다. KBS 보도국장은 세월호 희생자와 교통사고 희생자를 비교했다는 보도를 왜곡이라 반박하더니 종편 인터뷰에서 KBS 사장을 맹비난하고 사퇴를 요구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러니 우파는 KBS 내부 종북세력 운운하고 좌파는 KBS사장을 길완용이라 소개하며 A급 매국노 사냥에 나섰다. 이 무슨 추태고 난장판인가? 국민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KBS는 정녕 국민의 싫은 방송, 짜증나는 언론으로 파멸하려는가? 정부는 국가기간방송 KBS 몰락을 그냥 좌시하고만 말 것인가?
결론부터, 대안부터 말하고자 한다. 작금 KBS 문제는 백약이 무효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심하게 탈선한 국가기간방송 KBS를 국가기간통신 연합뉴스와 융합토록 해 대한민국 공영언론 실종사건을 해결했으면 한다. 더불어 KBS 공영방송 부문 자원들은 EBS와 합쳐 명실상부하게 한국의 뿌리깊은나무 문화콘텐츠를 맡도록 조치해야 한다. 인상될 수신료는 공익정신만을 추구하는 제대로 된 <KBS1 + EBS>에 집중하면 된다. 남는 KBS2는 원래대로 돌려줘야 한다. 1980년 5공 언론통폐합 폭거로 강탈한 전리품 KBS2는 결코 ‘다리 밑에서 주워온 자식’이 아님을 이제라도 분명히 밝히고 바로 잡아야 옳다. KBS2를 환원 또는 재민영화 함으로써 KBS 지붕 아래 전사적으로 뻗친 예능 상업주의 근성을 씻어내야 한다.
일부 KBS 직원 아나운서, 기자, PD 들이 국민의 방송 언론종사자로 입사했다가 KBS1 온실, KBS2 탁류를 오가며 예능 일색 노니는 광경을 이젠 좀 그쳤으면 한다. 이 경박한 예능, 오락 근성이 곧 KBS 저급, 무능, 분열의 주범이기도 하다. 1980년부터 무려 30여 년 동안 너무 많은 KBS 인재들이 채널 1, 2와 프리랜서라는 외곽을 오가며 정체불명 각시탈 피에로로 명멸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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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방송과정에서 KBS가 보여준 추태와 자중지란, 공영방송 포기등의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국가기간방송인 KBS와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를 한데묶어 제대로 된 공영언론을 만드는 방통융합의 개혁이 필요하다. KBS1는 EBS와 합쳐 고급 공영방송으로 가고, KBS2는 환원시키던가, 재민영화를 해서 공영방송의 상업주의폐단을 해소해야 한다. 김시곤 KBS보도국장이 세월호 실종자와 교통사고 사망자를 비교하는 발언논란으로 사퇴하면서 길환영 사장의 동시퇴진을 요구하는 회견을 벌이고 있다. |
KBS 라디오 중에서도 강탈해온 땅문서 집문서는 본래 주인 품에 돌려주는 미디어 개조를 단행해야 할 때다. 아울러 KBS가 내쳤다고도 하는 EBS는 손이 발이 되도록 빌더라도 다시 안아 와야 순리다. EBS에는 미안한 표현이지만 지금 매국노 이완용 소리까지 들어가며 내동댕이쳐진 KBS를 살릴 묘안은 EBS 살점밖에 없다. 현실적으로도 EBS는 국민이 내는 수신료 배정 몫을 생각해야 한다. 조금 더 받자고 아쉬운 소리하기보다는 KBS와 합체함으로써 e지식채널, 명품 다큐,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등으로 쌓아올린 공든 탑 DNA를 확대 재생산하는 편이 EBS로서도 더 현명한 미래 전략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EBS 자기희생이나 KBS2 처분 정도 조치로도 KBS 개혁은 꿈쩍하지 않을 전망이다. 강력한 돌쩌귀를 집어 넣어야만 공룡을 움직일 수 있다. 이번 KBS 추태, 분란 문제 핵심인 못난 관제언론 본질을 직시해야 실마리가 보인다는 견해다. KBS 뉴스는 축구팀으로 치면 국내파 중심 순혈주의로만 흘러 언론영웅은커녕 동네북이 되어버린 천덕꾸러기와 같다. 극도의 무사안일 복지부동, 글로벌 경쟁력이나 불편부당 같은 언론 가치를 포기한 나팔수 몸종 근성에다 조직 비대, 비만, 무능이 총 집합한 종합병동 수준에 와 있다. 해서 그 안에 든 개개인의 PI(Personal Image) 부문 에러와 자책골 자멸이 일상사가 되고 말았다.
세월호 보도 앵커들에게 검은 옷으로만 입지 말랬다는 신종 보도지침 이후에 화장 짙어지고 조명 번쩍거리게 시리 귀걸이 매단 진행자들이 그렇게 거슬릴 수가 없었다. 국민은 울고 있는데 국민의 방송은 아침저녁으로 번들거리고들 있었으니 사단이 날 밖에. KBS 로비에 항의 농성 들어오고 청와대 앞 아스팔트에서 KBS 사장이 머리 숙이는 사태가 그냥 우연히 찾아온 게 아니다. 이런 KBS라면 맥킨지나 삼성경제연구소가 컨설팅 지원을 한다 해도 회생은 힘들다고 본다. 아니 과거에 인정받아본 적도 없었으니 회생이라는 말조차 성립되지 않는다.
때문에 국가기간방송과 국가기간통신을 묶는 창조적 방통융합 특단의 조치로 물꼬를 터야 하리라고 본다. KBS는 수신료로 존재하고 국가기간통신 연합뉴스는 연간 300억원대 국고지원 명줄을 대고 있으니 대의에도 맞다. 제대로 된 힘찬 공영언론 하나라도 존재해야 국가이익을 지키고 알 권리도 속 시원하게 누린다는 비전에 맞는다는 지적이다. 이런 판 갈이를 해내야 진짜 미디어 개조, 국가 개조가 비롯된다. 수많은 난관도 아른거린다. 느슨한 연대냐 완전 통합으로 가느냐 하는 쟁점부터 시끄러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사안일수록 창의적 발상과 결연한 의지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한다. 논리부터 세워야 한다.
예컨대 연합뉴스에 주는 매년 수백억원 공적 자금은 세칭 정부구독료다. 1, 2차 세계대전 강대국 각축 때나 냉전시대에 1국 1통신사 원칙을 숭상한 대로 뉴스 에이전시가 누려온 어마한 특권이다. 더 놀랄 일은 연합이 1980년 통폐합된 민영 합동통신, 동양통신이 모태인 기묘한 국가대표라는 사실이다. 이후 YTN을 세웠었고 사명을 연합뉴스로 바꾸고 보도전문PP도 개국했으니 국가기간언론이라는 틀에서 보면 이미 KBS와 한 배를 탔다.
그런가하면 전통 언론들이 인터넷, 모바일 플랫폼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는 최근 상황에서 연합뉴스는 홀로 즐기고 있다. 거액의 정부구독료를 받고도 민간이 지탱해온 뉴스 남대문 시장에 진입해 싹쓸이 장사를 하고 있는 격이다. KBS2가 광고하고 통속 예능해서 돈벌이하는 패턴과도 꼭 닮았다. 그러니 이들 KBS와 연합뉴스는 시장경제 공정 경쟁을 교란하는 비정상 관행과 탐욕을 동시에 끊고 정부구독료 영역으로 어서 귀환해야 한다. 진짜 국민구독료, 국가구독료 위상으로 나아갈 마지막 절호의 기회다.
정부로서는 KBS1과 연합뉴스, EBS를 어떻게든 한 데 묶어 국가중추언론 통합브랜드로 재탄생하게끔 도와야 한다. 더욱 우수하고 우렁찬 콘텐츠들을 발굴해 유통하는 지상파 다채널서비스(MMS) 등 여러 혁신을 창출하는 글로벌 미디어그룹으로 촉진해나가면 된다. BBC가 50여개채널을 집약한 디지털 무료 방송서비스 프리뷰(Freeview)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좋은 선례도 있다. KBS2 내놓고 네이버 속보 꿰찬 연합 특신 포기하는 결정이 도리어 상생과 대약진이 될 거라는 얘기다. 죽어야 사는 사즉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다 여력이 생기면 KBS 월드를 글로벌 플랫폼이자 한류 첨병으로 키우는 것과 같은 멋진 세계경영에 신명나게 매달릴 수 있다.
이런 방울 달기 실천이 곧 미디어 개조다. 또릿한 미디어 개조라야 대한민국 변화, 국가개조 첫 단추 소임을 할 수 있다. 정부가 사즉생 메시지를 KBS와 EBS, 연합뉴스에 보내야 한다. 일시 저항도 따르겠지만 이 것 하나 창조적 파괴 할 수 없다면 대한민국 정부는 입 없는 모나리자로 굳어버릴 지도 모른다. 노상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라고 타박하던 고위직 리더들이 이번 ‘이완용 KBS’ 문제를 해결 못할 경우 어느새 입도 없고 말도 없고 들어주는 이도 없는 배에 감금되고 말 터이다. 그네들이 속절없이 유령선 선장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예감이 마구 차오르는 오월이다.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 미디어펜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