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신생아들이 집단사망한 이대목동병원과 같은 사건을 막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병원 업무정지가 가능하도록 의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나서자 의료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과관계를 명확히 밝히기 어려운 사망이 비일비재한 병원 특성상, 영업정지로 인한 다른 환자들의 불편 초래 등 선의의 피해자가 다수 발생하고 병원이 영업정지 대신 과징금을 내려는 경우도 많아 실효성이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앞서 복지부는 23일 식약처 등 5개 부처 공동으로 열린 국무총리 업무보고에서 신생아중환자실 안전관리 단기대책으로, 의료기관의 준수사항 위반으로 사람 생명과 신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했을 경우 제재기준을 기존 시정명령에서 업무정지가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법 개정 후 병원이 감염관리, 위생관리 등 기본 준수 사항을 지키지 않은 결과로 환자에 치명적인 위협을 끼쳤다면 복지부가 시정명령 없이 바로 업무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중환자실과 응급실을 갖춘 한 중형병원장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병원에서 입원환자 중 원내감염 빈도는 6%이고 중환자실은 40%에 달한다"며 "영업정지 가능성이 큰 곳일수록 임종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들은 모두 집으로 돌려보내야 하냐. 차라리 과징금을 낼 것"이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병원장은 "복지부의 이번 대책은 의료정책 실패로 환자가 사망하면 보건복지부를 해산하자는 논리와 다를게 없다"며 "각 사망에 따라 원인과 여건이 천차만별이고 이대목동의 경우처럼 병원 스스로 사인을 밝히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의료과실 분쟁이나 민사소송이 끊이질 않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형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 있는 한 전문의는 이에 대해 "NICU(신생아 중환자실) 구조상 의사가 주사제나 영양제에 대한 균 감염을 사전에 확인하기 불가능하다"며 "주사제·영양제 관리는 병원 공급실 및 제약회사도 관여되어 있는데 사망 발생시 영업정지 시키겠다는 건 그냥 병원 문 닫고 다른 환아들 전원시키라는 강제조치"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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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건복지부는 23일 열린 국무총리 주재 업무보고에서 신생아중환자실 안전관리 대책을 발표했다./자료사진=연합뉴스 |
한 응급실 전문의는 "NICU의 본질적인 문제는 운영하면 할수록 적자나는 구조"라며 "정부에서 실제 운영비의 반값 밖에 주지않아 병원마다 애물단지인데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영업정지 조치를 기다리느니 병원이 선제적으로 NICU 문을 닫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관건은 복지부가 이번 법 개정에 초점을 맞춘 이유가 이대목동병원의 신생아 집단사망인데, 아직까지 미숙아들의 사인만 밝혀졌을 뿐 감염 경로와 집단사망 경위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국과수는 지난 12일 사인 부검 결과에 대해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으로 추정된다"며 "주사제 용기에 들어있던 지질영양제 자체가 오염됐거나 주사제 용기를 개봉해 주사에 연결하는 과정에서 시트로박터균이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이번과 같은 집단사망이 '이례적'이라고만 설명했지 동시다발적인 사망 경위에 대해 결론내리지 못했고, 사망 신생아들과 동일한 주사제를 맞았던 다른 환아 1명이 아무런 이상없이 퇴원했다는 점도 풀리지 않은 상태다.
현재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23일 신생아 중환자실 담당 의료진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실시했고, 병원 감염관리실 관계자 1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감염관리체계를 조사했다.
이번 의료법 개정 추진이 이대목동병원 사건에 소급 적용되지 않는 가운데, 복지부는 이대목동병원 사건의 원인 및 경위를 면밀히 분석 보완해 다음달 중에 발표할 예정이다.
복지부가 이대목동병원 사건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리고, 병원 영업정지의 세부기준을 어떻게 마련할지 주목된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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