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정현이 하필 몸 상태가 안좋았다. 정현의 컨디션과 상관없이 페더러는 역시 최고의 선수였다.

세계 테니스계에 샛별로 떠오른 정현(22, 삼성증권 후원)이 그랜드슬램 기적의 행진을 4강에서 멈췄다. 부상에 발목이 잡힌 아쉬운 패배였다.

정현(세계랭킹 58위)은 26일 호주 멜버른의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벌어진 로저 페더러(스위스, 랭킹 2위)와의 2018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준결승전에서 세트스코어 0-1로 뒤진 2세트, 게임스코어 2-5에서 발바닥 부상으로 기권하고 말았다.

   
▲ 사진=정현 인스타그램


아쉬움이 남는 결말이었지만, 정현은 누가 뭐래도 이번 호주오픈 최고의 핫 플레이어였다. 2017년 프랑스오픈 3라운드가 메이저대회 역대 개인 최고 성적이었던 그가 4강까지 올라 '테니스의 황제' 페더러와 코트에서 마주서는 모습을 연출한 것만 해도 기적같은 일이었다.

정현은 출발부터 페더러에게 밀렸다. 1세트 첫번째 자신의 서브 게임에서 페더러에게 브레이크를 당했다. 정현의 장기인 백핸드 스트로크가 제대로 통하지 않을 정도로 페더러의 샷은 정교하고 날카로웠다. 0-2로 뒤진 상황에서 정 현은 3번째 자신의 서브 게임을 따내 실마리를 찾아가는 듯했다. 그러나 페더러는 흔들림이 없었다. 구석구석을 찌르는 칼같은 서브로 에이스를 연이어 성공시켰고, 스트로크는 환상적이었다. 정현이 네트 플레이로 돌파구를 찾으려고 하면 패싱 샷으로 무력화시켰다.

결국 정현은 게임 승리를 추가하지 못하고 1세트를 33분 만에 1-6으로 내줬다.

2세트부터 반격에 나서야 했던 정현이지만 움직임이 눈에 띄게 둔해졌다. 뭔가 좋지 않은 느낌이었는데 발바닥에 물집이 잡혀 터지는 부상이 있었다. 정현은 2세트 1-4로 뒤진 상황에서 메디컬 타임아웃으로 응급처치에 나섰다. 이미 발바닥에는 테이핑이 된 상태였다. 

준결승까지 오는 동안 강행군을 하면서 생긴 물집이 하필 페더러와의 빅매치에서 말썽을 일으켰다. 테이핑한 발바닥 쪽 물집이 터져 새로 테이핑을 하고 코트에 나서야 했다.

정현은 다시 투혼을 발휘해 자신의 서브 게임을 따내며 어떻게든 버텨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페더러의 서브 게임을 내준 후 정현은 주심에게 더 이상 뛰기 힘들다며 기권을 선언했다. 

그렇게 정현의 위대한 도전은 부상과 함께 아쉽게 마무리가 됐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도 아쉬워하면서 코트를 떠나는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청년 정현에게 기립박수로 격려를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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