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동성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은 이현주 감독이 영화계 은퇴를 선언했다. 당연하지만 때늦은 면이 있다. 

이현주 감독은 8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재판 과정에서 저 나름의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저의 아쉬움을 풀고 이해받기 위해 했던 행동들은 어떤 면죄부도 되지 않는다"면서 "이미 많은 분들이 이 일로 상처를 받으셨고 그 상처는 점점 커지고 있다. 죄송하다"고 사과부터 했다.

이어 "그 날의 일을 전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피해자와 피해자의 남자친구가 느꼈을 고통을 간과했다"면서 "이유를 막론하고 저희 행동들은 너무도 커다란 상처를 줬음을 인정하고 반성한다"고 피해자에게 한 행동을 반성했다.

   
▲ 사진=SBS '제38회 청룡영화제' 방송 캡처


그러면서 이 감독은 "제게 영화는 삶의 전부였다. 지금까지 그것을 위해 살아왔다. 하지만 이 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더는 영화 일을 하지 않겠다"고 영화계 은퇴의 뜻을 밝혔다. 

앞서 이현주 감독은 2015년 동기인 여성 A씨가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성폭행한 혐의(준유사강간)로 기소돼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성폭력 교육 40시간 이수 등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은 일반에 알려지지 않고 있다가 피해자 A씨가 '미투 캠페인'에 동참하겠다며 최근 SNS에 폭로하면서 크게 주목을 받았다. 이 감독이 유죄 판결을 받은 사실을 알게 된 한국영화감독조합은 이 감독의 제명을 의결했고, 여성영화인모임도 지난해 이 감독이 '연애담'으로 받았던 수상을 취소했다.

이 감독의 영화계 은퇴 선언은 너무 늦게 이뤄졌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12월에 있었지만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동안 이 감독은 책임지는 어떤 모습도 하지 않았다. 또 피해자가 사실 폭로를 한 뒤에는 이 감독이 지난 6일 실명과 함께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공개하면서 "합의로 이뤄진 성관계"라고 주장하는 등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에 피해자 측이 재반박을 하며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 감독의 은퇴 선언이 나온 것이다. 관련 기사 댓글에는 이 감독이 은퇴를 할 것이 아니라 영화계에서 퇴출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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