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세상에 기휘(忌諱)가 많을수록 백성은 더욱 가난하게 된다."
노자는 '도덕경' 제57장에서 백성의 삶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기휘를 지목하고 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기휘는 꺼리고 싫어함·나라의 금령 등의 의미를 갖고 있으며, 이 중 세 번째 의미는 국가의 규제로 풀이할 수 있다.
또한 도덕경 제58장에서는 "다스림이 꼼꼼할수록 백성은 더욱 망가진다"며 정부가 개인의 삶에 구체적으로 개입하는 것의 폐혜를 지적하고 있다.
즉, 노자는 규제 확대 및 정해진 사항들만 허용되고 나머지는 전면 금지되는 포지티브 규제의 위험성을 경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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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25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대한상공회의소 정책간담회'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가운데)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대한상공회의소 |
박근혜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도 규제 완화 및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을 천명하고 있음에도 현장에서는 여전히 수도권 규제·인증 및 진입규제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등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 부처 간 나눠먹기식 지원과 칸막이식 행정 △시민단체 및 정치권을 비롯한 직간접적 이해당사자간 협의 및 조정 실패 △공무원의 소극성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산업간 융합 및 빠른 신기술 개발이 이뤄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규제 혁파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경제성장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월드뱅크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최빈국 85개 중 규제개혁을 추진한 24개 국가만이 연평균 2%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으며, 브릭스를 위시한 개발도상국 가운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높은 것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은 것에 기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혁신성장 전략회의' 에서 "한국의 GDP는 세계 11위, 무역규모는 7~8위인 반면, 규제 순위는 95위"라며 '안 돼 공화국'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규제 완화가 기업을 위시한 민간에서 신기술을 탄생시키고 고용과 투자를 확대, 국민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점을 일찍이 지적한 노자의 가르침을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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