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노선영(29)의 올림픽이 아쉬움 속에 막을 내렸다. 동생(故 노진규)을 가슴에 묻고 함께 뛰었지만 정상이 아닌 컨디션으로는 마지막 힘을 내는데도 한계가 있었다.

노선영은 19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빙속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 경기에 후배 김보름(25) 박지우(20)와 함께 출전했다.

8개팀 가운데 4위 안에 들어야 준결승에 올라갈 수 있었다. 1조에서 네덜란드와 레이스를 펼친 한국은 3분03초76의 다소 부진한 기록을 내며 7위에 머물러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맏언니 노선영이 막판 체력 저하로 스피드가 떨어져 기록을 많이 까먹었다. 팀추월은 마지막 세번째 선수의 결승선 통과가 기록이 된다. 노선영은 중반까지는 후배들을 격려해가며 레이스를 주도했지만, 후반 페이스가 떨어진 것에 눈에 띄었고 혼자 처져서 골인했다.

경기 후 노선영은 많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동생을 위해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쇼트트랙 국가대표였던 노선영의 동생 노진규는 골육종으로 투병하다 2016년 4월 세상을 떠났다. 노선영은 "하늘에 있는 동생을 위해 평창올림픽에서 꼭 메달을 따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밝혀왔다. 

하지만 노선영이 개인적으로 세 번째 출전하는 올림픽인 이번 평창 대회 준비를 하면서 정상적인 컨디션을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대회 개막을 보름밖에 남겨두지 않았던 상황에서 그는 태극마크를 반납하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어이없는 행정 착오로 노선영의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해주지 못한 것. 

대표팀에서 제외돼 분노의 눈물을 쏟았던 노선영은, 러시아 선수 두 명이 빠지는 바람에 겨우 출전권을 얻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었다.

너무나 중요한 시기에 대표팀 제외, 재합류 과정을 겪으며 노선영은 제대로 마음을 추슬러 훈련을 할 시간도 사실상 없었다. 그래도 노선영은 앞서 1500m에도 출전해 이를 악물고 뛰어 14위에 올랐고, 이날 팀추월에 나서 숨을 몰아쉬어가며 끝까지 레이스를 펼쳤다.

동생에게 메달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노선영은 동생이 그렇게 바랐던 평창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빙판 위를 질주했다. 아쉬움은 남겠지만, 함께 고생한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은 있겠지만, 동생과 함께 뛴 노선영은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국가대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