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주영 기자]아시아나항공이 또다시 외국인 경력기장을 채용한 것으로 알려지며 기존 부기장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사측이 비선호기종인 B747, B767 경력 기장의 지원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내국인 조종사들을 역차별하고 있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B747과 B767기종을 중심으로 외국인 조종사를 수급한 상황이다. 실제 이달 1일부로 총 비행시간 4000시간(기장시간 500시간) 이상의 경력 기장 모집 공고를 내고 채용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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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진=아시아나항공 제공 |
B747과 B767은 조종사들의 '기피기종'으로 알려져 있다. 평균기령이 20년에 임박해 다른 기종 대비 기령이 월등하게 높은데다 퀵턴(해당 도시에 체류하지 않고 타고 간 항공기로 바로 돌아오는 비행) 근무로 인한 업무강도가 비교적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B767, B747기를 각각 7대, 2대 보유 중이다.
특히 아시아나는 해당 기종에 대한 경력 기장의 지원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일정기간 근무 후 타기종으로 전환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조건을 내걸기도 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작년 연말 한시적으로 저비용항공사에서 근무중인 기장 채용도 진행했지만 기존 조종사들의 반대로 무산된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에 근무중인 외국인 조종사는 160명(2월1일 기준)으로 전체 운항승무원 중 10.5%를 차지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새로 영입된 외국인 조종사들의 자격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점이다. 아시아나 내부에서는 외국인 조종사들이 대개 30대부터 60대까지 연령대로 충분한 비행실력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로 기장 자격을 통과해 운항안전성을 위협받고 있다는 평가다.
기존에 승진이 적체된 부기장들의 경우 반발이 더욱 심하다. A조종사는 "사측이 LCC기장 채용을 취소하면서 내국인 부기장을 추가 승급시킬 것으로 생각했지만 오히려 외국인 기장들을 대상으로 희망자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B조종사는 "외국인 조종사 문제는 우리가 중국에 진출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며 "임금이나 대우등 역차별은 더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종사들은 10여년 이상 승급이 지체되고 있는 부기장들을 외면한 조처라는 반응이다. 외국인 기장을 데려오는 이유는 노후기종을 탑승할 기장이 부족하기 때문이며 B747, B767 기종의 사례처럼 제2차, 3차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아시아나가 외국인 경력채용을 재개하면서 조종사 간 '노노(勞勞) 갈등'을 넘어 업계 간 갈등으로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기장과 부기장, 최신예 기종 조종사와 노후기종 조종사 간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앞으로 더욱 첨예한 갈등이 있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 아시아나 관계자는 "외국인 조종사들은 상시채용으로 입사하며 채용 후에도 내부 훈련과 평가를 통해 비행에 투입하고 있어 운항안전성도 검증된 상황"이라며 "이로 인한 기존 운항승무원의 승격 인원 축소, 기종 전환 등 피해가 없도록 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그렇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내달 초 진행될 국토부의 항공업계 근무실태 특별점검은 변수로 떠오른다. 국토부는 국적항공사 9곳을 대상으로 앞서 언급한 '퀵턴'이나 '오프'를 축소하는 등 근무 스케줄의 무리한 운영이 있었는지, 운영하면서 편법이 동원된 부분이 있는지 등을 순차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이 때문에 비정상적 장시간 근무패턴을 비롯한 고용형태 측면에서 오랜 기간 굳어져 온 항공업계의 관행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14년에도 조종사들의 피로도 누적에 따른 동남아 지역 운항편의 퀵턴 근무를 폐지한 바 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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