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JTBC 예능프로그램 '밤도깨비'가 8개월 만에 종영된다.

JTBC 측은 26일 최근 '밤도깨비' 마지막 녹화를 진행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마지막 녹화의 게스트로는 개그맨 김병만이 출연했으며 3월 중순 방송될 예정이다. 즉, 3월 중순이면 '밤도깨비'는 종영하고 시청자들과 작별한다.
 
지난해 7월 30일 '밤도깨비'가 첫 방송됐으니 약 8개월 만에 프로그램 종영의 운명을 맞게 됐다.

아쉽다. 연예인 멤버들이 날밤을 새는 극한 체험을 하며 핫한 장소나 맛집 등을 1등으로 찾아가는 모습을 그린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기본 포맷이었다. 여기 저기 예능 프로그램에서 많이 봐왔던 흔한 설정이었다. 

   
▲ 사진=JTBC '밤도깨비' 홈페이지


그래도 개그맨 이수근 정형돈 박성광에 가수 이홍기(FT아일랜드) 김종현(뉴이스트W)으로 구성된 멤버들의 케미스트리는 괜찮은 편이었다. 애드리브 위주의 진행을 하면서도 왁자지껄 유쾌한 장면들을 많이 만들어내 즐거움을 주는 예능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뭔가 보여주겠다며 새로 기획된 프로그램으로서 '한 방'이 없었다. 밤을 새는 동안 졸음을 참아가며 중구난방 주고받는 횡설수설 개그나, 시간을 때우기 위해 시도한 게임 등이 초반에는 나름 신선한 면이 있었다. 문제는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익숙해지면서 재미가 점점 떨어졌다.

새로운 멤버(배우 천정명)도 투입해보고, 다양한 게스트도 불러내 새로움을 추구했지만 기본적인 틀을 벗어나기는 힘들어 보였다. 시청률이 1~2%대에서 답보 상태가 계속됐지만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는 못했다.

이 프로그램이 처음 시작될 때 기획 의도 자체에 한계도 있었다. 홈페이지 프로그램 소개는 "2017년 대한민국에 불었던 도깨비 신드롬이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이들을 위로해줄 밤도깨비로 나타났다!"로 시작된다. 그리고 "밑도 끝도 없이 웃기는, 비효율적 버라이어티의 끝판왕! 불면 버라이어티, 밤도깨비!"로 끝난다.

프로그램 타이틀부터 드라마 '도깨비'에서 따와 드라마의 인기에 편승해 가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이들을 위로"한다는 컨셉트는 여름이 지나고 열대야가 사라지면서 무의미해졌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야외 활동에 한계가 있다보니 실내로 찾아들게 되고, 프로그램의 운신의 폭이 스스로 좁아졌다. "밑도 끝도 없이 웃기"다 보니 웃음 코드에도 갈수록 피로감이 생겼다.

이런 한계를 안고도 8개월을 버텨온 것은 순전히 제작진과 출연진의 노력처럼 보인다. 

차라리 '시즌제'로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밤새 얘기할 거리, 놀 거리, 먹을 거리 등을 풍성하게 준비해놓고, 준비한 만큼 치밀하게 촬영을 하고, 준비된 거리가 모두 떨어지면 휴식기를 갖고, 다시 아이디어가 쌓이면 새 시즌을 시작하고. 

예능 프로그램의 '시즌제' 도입은 비단 종영의 운명을 맞은 '밤도깨비'에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지상파, 종편, 케이블 TV 가리지 않고 예능 프로그램이 차고 넘치는데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려면 '시즌제'가 하나의 좋은 방편이 될 수 있다. 10년 장수하며 국민예능 반열에 오른 MBC '무한도전'도 바로 이런 점을 고민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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