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연극배우 송원이 8년 전 당한 성추행을 폭로하며 '미투' 운동에 동참했다. 극단 명태의 최경성 전 대표에게 성추행 당한 사실을 폭로했다.

송원은 26일 전북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초보 배우 시절이던 8년 전 자신이 속했던 극단 명태의 최경성 전 대표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던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는 "성추행 사건은 단원을 모집하기 위해 만든 전북대학교 뮤지컬 동아리 MT에서 일어났다"면서 "최 대표는 대천으로 MT를 떠나는 당일 집으로 나를 데리러 왔고 추행은 차 안에서부터 시작됐다. 궁금하지도 않은 자신의 여자친구와 이별 이야기를 하며 손을 주무르고 허벅지를 더듬었다"고 주장했다. 

   
   
▲ 사진=SBS 뉴스 캡처


이어 송원은 "어떤 남자스타일을 좋아하는 지와 요즘은 남자친구가 잘해주는 지 등 사적인 대화가 주를 이뤘다. 자신에게 시집 오라는 등 불편하고 불쾌한 농담이 이어져 숨이 막힐 정도였다"고 돌아봤다. 

숙소에 짐을 푼 최 전 대표는 극단 문제를 상의한다며 송씨와 둘만의 식사 자리를 요구했다. 성적 농담을 수 차례 하더니, 저녁 식사 후 송씨를 자택에 데려다 주겠다던 최 전 대표는 태도를 바꿨다고 한다.  

송원은 "최 대표가 모텔에서 극단 얘기를 더 하자며 팔을 강하게 붙잡아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모텔에 들어선 순간부터 치욕을 경험했다"면서 "침대에 눕더니 자신 옆자리를 손으로 두드리며 '여기서 자라'고 했다. 귓불을 손으로 만지고서 '네 태도가 귀엽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고 성추행 당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송씨는 어떻게든 그곳을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고 한다.

송원은 극단 탈퇴 이후 이어진 최 전 대표의 보복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이후 집안 사정을 핑계로 극단을 탈퇴했는데 최 대표는 '남자관계자 복잡하다'는 이유로 나를 내쫓았다고 소문냈다"며 "다른 단원으로부터 '네가 대표를 꼬신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은 적도 있다"고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송원은 "8년이 지났지만, 최 대표는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고 최근에는 밝은 모습으로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봉송까지 하더라. 당연한 사과를 요구하는데 이토록 많은 시간과 용기가 필요한 현실이 비참할 뿐이다"라고 하소연했다.  

8년이 지나 성추행 사실을 밝히게 된 데 대해 송원은 "그 때는 제가 어렸기 때문에 기자회견을 하거나 변호사를 만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주위에 도움을 구했지만 '네가 강간당한 것도 아닌데 고소할 수 있느냐'는 말이 무기력하게 만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송원의 기자회견 후 최 전 대표는 송씨에게 사과를 했다. 최 전 대표는 "먼저 저로 인해 상처받은 분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 그 일을 가볍게 생각했던 저의 무지를 후회하고 반성한다. 앞으로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 전 대표는 "이번 일로 인해 열악한 환경에서 열심히 작업하는 연극 선·후배들이 같이 매도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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