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복 "비핵화 문제 논의하더라도 북이 원하는 수준에서만 진행될 것"
[미디어펜=정광성 기자]문재인 정부가 5일 북한 비핵화 문제 해결을 위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북특사를 파견한데 대해 사회 일각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특사 파견으로 인해 한반도 최대 당면 과제인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해 "높은 수준의 비핵화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날 오후 1시49분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수석 특사로 하는 대북 특별 사절단이 북으로 향했다. 사절단은 정 실장을 비롯해 서훈 국정원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2차장,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등 실무진을 포함한 총 10명으로 구성됐다. 사절단은 1박 2일 평양에 머문 뒤, 오는 6일 오후 귀환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단 수석특사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방북길에 오르지 전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 간 대화와 관계 개선의 흐름을 살려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진정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만들고자 하는 문 대통령의 확고한 뜻과 의지를 분명히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저는 오늘 문 대통령의 특사로 평양을 방문한다"며 이같이 언급한 뒤 "이를 위해 긴요한 남북 간 대화는 물론 북한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다양한 대화를 이어가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협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남북총리회담 준비회담 대표를 지냈던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이번 대북특사들이 북한 김정은이나 누굴 만나서 높은 수준의 비핵화 얘기를 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비핵화 문제에 대해 논의 안 할 순 없지만 북한이 원하는 수준에서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근본적으로 착각하는 것이 있다. 북한이 평화의 길로 나온다고 해서 핵실험을 중단하지는 않는다”면서 “과거에도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가짜 평화를 들고나온 바 있다”고 언급하며 “당시에도 모든 지원을 받고 또 다시 핵실험을 감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북한이 아무리 북미 대화를 한다고 해도 미국은 자국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북핵 전면 중단이라는 대원칙은 변화지않을 것”이라며 “만약 우리가 계속해서 북에 매달리면 한미 사이는 더욱 벌어지고 미국은 '마이 웨이'를 선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대북특사들이 이번 방북을 통해 국내 여론과 야당 눈치를 봐서라도 비핵화 얘기를 안 할 수는없다”면서 “하지만 비핵화의 높은 수준의 답변을 듣고 오긴 힘들다. 북한은 정상회담을 통해 더 논의하자고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이 경제 문제와 미국과 대화가 중요하니 최소한 핵과 미사일 모라토리엄(잠정중단)이나 동결까지 선언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이 정도의 선언까지는 기대해 볼 수도 있지만 완전폐기 선언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안 소장은 또 “특사들이 북한 비핵화에 이어 북미 대화를 주선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그래서 미국에 대한 김정은의 메시지나 친서를 받아 올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 5일 오후 1시 52분경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북 특별 사절단이 북으로 향했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