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10%)-중도금(60%)-잔금(30%) 공식 깨져
"중도금 비중 낮아져도 분양대금은 차이 없어"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주택 자금 대출을 옥죄는 등 정부의 전방위적 부동산 압박 정책에 건설사들이 유례없는 파격적 중도금 제도 운영에 나서고 있다. 수요자들의 초기 자금 부담을 줄여 분양 계약률을 끌어 올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8일 건설 및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불문율처럼 여겨지던 ‘10·60·30’ 공식이 깨지고 있다. 

아파트 분양대금은 계약금 10%, 중도금 60%, 잔금 30% 비율이 일반적. 여기에 금융 혜택을 제공한다고 해 봐야 중도금 무이자 대출이나 발코니 확장비 무상정도다. 

그런데 최근에는 중도금을 아예 없애거나 비중을 최소화 해 수요자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방식도 등장했다. 

효성이 경기도 평택 소사벌 택지지구에 선보이는 ‘평택소사벌 효성해링턴 코트’는 계약금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10%이지만, 중도금은 5%로 낮췄다. 즉 분양가의 15% 자금만 가지고 있어도 분양을 받을 수 있고, 잔금 때 나머지 85%만 준비하면 된다. 중도금이 5%로 낮아지면서 그만큼 중도금 대출에 따른 이자부담도 줄어들게 된다. 

중도금 자체를 없앤 단지도 있다. 경기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에 공급되는 ‘수지 성복 어반하임’은 계약금 10%만 내면 나머지 90%를 입주 때 잔금으로 치르면 된다.

중도금 납부 일정을 연기할 수 있도록 한 단지도 있다. 반도건설의 ‘대구국가산단 반도유보라2.0’은 계약금은 분양가의 10%로 기존과 동일하지만, 중도금 납부를 1년간 유예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와 더불어 발코니 확장비 무료, 중도금 전액 무이자의 혜택도 제공한다.

건설사가 수요자들의 투자 문턱을 낮추기 위해 일정 수준의 자금 부담을 껴안으면서까지 내놓은 ‘고육지책’인 셈이다. 

   
▲ 주택대출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아파트 중도금 대출 비중을 분양대금의 5%로 줄이거나 아예 없애는 사업장도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수원 광교역 일대 아파트 전경/사진=미디어펜


하지만 전문가들은 분양 초기 필요한 자금이 적어졌다고 해서 섣불리 분양 계약에 뛰어드는 건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초기 자금 부담만 줄었을 뿐, 결국 잔금 납부 시점에는 목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마찬가지라는 것. 

특히 입주 때 목돈 마련을 하지 못하면 10%의 계약금을 날릴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정부가 오는 26일부터는 DSR(총체적상환능력비율)도 시범 적용하는 등 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대출받는 일이 더욱 까다로워진 것도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김영곤 강남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중도금을 없애거나 낮추면 분양 계약률을 끌어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중도금 비율이 낮아졌다고 해도 분양에 있어 필요한 절대적 금액은 결국엔 기존과 같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잔금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아진 상황에서는 집을 살 때 대출이 필수적인 서민들의 경우 해당 대출에서 어려움이 생기면 별다른 대안이 없게 된다”며 “중도금·잔금 등 비중에 현혹되지 말고 분양가의 30% 이상의 자금은 확보한 뒤 신중하게 청약에 나설 것”을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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