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일부터 중소기업의 공공기관에 대한 연대보증 폐지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1. A씨는 2000년대 초반 핸드폰 타입의 네비게이션 개발회사를 설립했다. 내비게이션 주문물량이 급증하면서 금융기관에 경영자로서 회사채무에 연대보증 후 거액의 자금을 조달해 사업을 확장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스마트폰 사용이 대중화되면서 네비게이션을 찾는 수요도 급감했다. 결국 그는 회사의 연대보증인으로서 자신의 전 재산을 금융기관에 변제하고도 여전히 빚을 갚고 있는 상황이다.

#2.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는 B씨는 창업초기에 큰 규모의 고정 거래처를 확보했다. 자재대금과 인건비를 제 때 지불하기 위해 회사에 대한 연대보증을 조건으로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았다. 그러나 거래처가 갑자기 도산하면서 자신의 자택을 경매 처분해야 했다.

#3. 게임 개발업체를 운영하던 C씨는 공공기관에서 연대보증 제도를 폐지한다는 사실을 듣고 90% 보증비율로 10억원의 보증부대출을 신청했다. 그러나 은행에서는 보증비율을 넘어서는 10%에 대해서는 연대보증을 입보해야 한다고 해서 결국 1억원에 대해서는 연대보증을 서야했다.

   
▲ 최종구 금융위원장./사진제공=금융위원회

앞으로는 혁신적인 기업이나 벤처기업을 창업했다가 실패하더라도 재도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내달 2일부터 중소기업의 공공기관에 대한 연대보증 요구가 폐지되고, 은행권도 보증부대출의 비보증분에 대해서는 연대보증을 폐지한다. 또한 기존 대출이나 보증에 대해서도 책임경영심사를 거쳐 단계적으로 연대보증을 폐지한다.

금융위원회는 8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공공기관 연대보증 폐지’에 대해 발표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공공기관 연대보증 폐지 관련 은행권 간담회에서 “이번 연대보증 폐지가 큰 부작용 없이 정착될 경우 혁신창업의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공공기관과 연계된 은행권의 대출자금에 대해 연대보증 폐지가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은행권의 협조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연대보증제도는 중소기업의 부족한 담보와 신용을 보강해 자금조달을 좀 더 원활하게 해 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한 번의 실패로 인한 과도한 채무상환의 부담은 혁신창업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12년 기업경영과 관계없는 가족이나 동료 등에게 요구되던 제3자 연대보증은 전면 폐지했으나, 책임경영 확보차원에서 법인대표자 1인에 대한 연대보증은 유지해왔다.

그러나 공공기관 대출‧보증시 법인대표자 1인에 대한 연대보증도 폐지하기로 했다. 창업활성화를 위해 실패하더라도 창업과 재도전에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우선 중소기업의 공공기관(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중소기업진흥공단‧지역신용보증재단)에 대한 연대보증을 폐지하기로 했다. 보증‧대출의 신규 및 증액 신청분에 대해 업력과 상관없이 연대보증을 폐지하고, 연대보증이 적용되고 있는 기대출‧보증기업에 대해서는 단계적으로 연대보증을 폐지한다.

은행권 보증부대출의 비보증분에 대해서도 연대보증을 폐지한다. 보증기관을 통해 보증서를 발급받은 경우 은행에서도 연대보증을 폐지하고, 비보증분에 대한 은행권의 연대보증 면제 이행 여부 등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연대보증 폐지에 따른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이 위축되지 않도록 지원체계도 마련된다. 중소기업에 대한 공공기관의 신규 자금공급 규모(25조2000억원)를 지난해(24조3000억원)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고, 책임경영심사시 대출‧보증 거절사유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이번 폐지에도 연대보증 입보가 가능한 은행의 순수 신용대출은 보증부대출의 연대보증 폐지 성과를 지켜보면서 폐지 유도를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지난달 시중은행의 동참을 위해 보증기관-은행 간 보증부대출의 비보증분에 대한 연대보증 폐지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며 “이어 전산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공공기관 연대보증 폐지를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