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단이 평양과 워싱턴을 오간 5일만에 남북미 ‘3각 외교’가 극적인 진전을 보였다. 

오는 4월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 이후 다음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됐다. 이에 더해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오는 1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된 브리핑을 한다.

지난 6일 평양에서 돌아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9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 위원장의 ‘조속히 만난 것을 희망’ 의사를 전달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5월 안에 만나겠다’고 전격 호응했다.

이에 따라 불과 얼마 전까지 심각한 ‘군사적 충돌’ 가능성까지 제기되던 한반도 정세가 북미간 탐색대화를 뛰어넘어 한미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열린 완전히 달라진 새로운 국면으로의 진입하게 된 것이다.

맥매스터 보좌관이 유엔 안보리에서 열기로 한 브리핑 내용은 워싱턴을 방문한 한국 대북특사단으로부터 전달받은 방북 성과들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박상철 경기대학교 부총장(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은 “그동안 국제사회가 가해온 대북제재가 안보리 결의를 기본으로 하고 있었으므로 미국 정부가 실효성 있는 절차를 밟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의용 안보실장의 트럼프 대통령 접견 이후 한미 공동발표가 아니라 백악관에서 정의용 실장의 단독 발표로 이뤄진 점도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서 박 교수는 “그동안 북한에 대해 대화와 압박을 동시에 해온 미국 정부의 고도의 외교력을 엿볼 수 있는 면이라며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대화의 엑셀레이트를 밟고, 미 정부는 안보리를 통해 브레이크 장치를 마련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정의용 실장이 밝힌 미국 백악관 발표 내용은 △김정은 위원장은 대북특사단을 만나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밝혔고, △북한은 어떠한 핵 또는 미사일 실험도 자제할 것이라고 약속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한·미 양국의 정례적인 연합군사훈련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고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가능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뜻을 표명했다.

이어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항구적인 비핵화 달성을 위해 김정은 위원장과 금년 5월까지 만날 것이라고 했고 △대한민국은 미국, 일본, 그리고 전 세계 많은 우방국들과 함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완전하고 단호한 의지를 견지해 나가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우리는 평화적 해결 가능성을 시험해보기 위한 외교적 과정을 지속하는 데 대해 낙관하고 있고 △대한민국, 미국과 우방국들은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 북한이 말한 내용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줄 때까지 압박이 지속될 것임을 강조하는 데 있어 단합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는 군사적인 문제인 동시에 
고도로 정치적인 문제“라며 ”김정은 위원장은 경제파탄을 막기 위해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중간선거를 앞두고 외교적 성과를 거두기 위해 서로 빅딜을 추구할 만한 이해관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 실장은 이어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의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 폐기를 수용하는 대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해제, 북미관계 정상화 및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만약 북한의 이 같은 요구를 트럼프 대통령이 수용한다면 북한 핵 및 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획기적인 진전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 실장은 “북한은 리수용 노동당 중앙위원회 외교 담당 부위원장이나 리용호 외무상을 단장으로 하고 김여정이 특사로 참가하는 고위급대표단을 미국에 보낼 가능성도 있다”며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선호할 것이고, 미국은 김정은의 워싱턴 DC 방문을 선호할 것이기 때문에 한미정상회담 장소는 실무협의를 통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박상철 교수는 “한반도 정세가 그동안 전쟁과 대화가 혼재된 상태로 오랜 기간 지속되다가 대화 모드로 바뀌니까 무서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전쟁과 대화론’이 정설이고, 그래서 대화의 끝에 평화만 있는 것이 아니므로 남북문제는 말 그대로 유리그릇 다루듯 해야 한다”고 말했다. 

헌법에까지 ‘핵 보유’를 명시한 북한이 조건없이 비핵화에 동의할 가능성은 희박하고, 예측이 쉽지 않은 북한과 미국 두 지도자의 파격적인 결정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시작될 전망이지만 박 교수는 “지금은 핵동결로 시작해 핵폐기로 연결되는 긴 터널에 들어가기 직전 입구에 서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 대북 수석특사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8일(현지시간) 이날 오후7시10분 미국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5월까지 김정은 북한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사진=KTV 국민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