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처럼 썩은 뿌리 공영방송 KBS 길환영 사장, 김시곤 전 보도국장 추악한 싸움/거버넌스 개혁, 공영방송, 국민의 방송 거듭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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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근 선문대 교수 |
‘세월호 침몰 사건’은 우리 사회 곳곳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아치고 있다. ‘4.16이전의 대한민국과 4.16이후의 대한민국은 다를 것’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선언은 우리사회 곳곳에 고착되고 은폐되어 있는 고질적인 문제들을 드러내어 개혁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물론 그런 개혁이 어떻게 끝맺음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정말 새로운 나라가 될는지 아니면 이전처럼 흐지부지 끝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썩은 뿌리 중에 가장 먼저 드러난 것이 아마도 KBS가 아닌가 싶다. 세월호 참사 보도와 관련해 부적절한 발언으로 해임된 김시곤 전 보도국장과 길환영 사장간에 정말 눈뜨고 볼 수 없는 추악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폭로전 양상은 마치 몇 년 전에 한 연예인부부가 ‘결혼이후 한 번도 한(?)적 없다’고 자폭발언까지 하면서 벌었던 막장드라마를 다시 보는 것 같다.
그러면서 드디어 보도국 간부들과 노조까지 가세하면서 그동안 수면아래 감추어져있던 KBS의 내부 갈등이 본격적으로 표면화되고 있는 느낌이다. 실제 KBS노조는 사장비리와 관련해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한다.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이번에도 사장퇴진 요구가 다시 나오고 있고, 이는 여·야 정쟁으로 비화될 것이 분명하다. 실제 여·야 추천인사로 구성된 KBS이사회 야당추천이사들은 사장해임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되니까 KBS 내부사정을 모르는 일반인들은 “정말 KBS는 콩가루회사구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또 그나마 공기업이나 언론사의 생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도 “보도국장이라면 사장을 최측근 아니 심하게 말하면 심복을 앉히는 것 아닌가?”라고 의아해하는 것 같다. 솔직히 아무리 관대하게 보더라도 중견간부가 최고경영자에 대한 그런 식의 폭로전이 가져올 결과가 뻔한데 그럴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도 들 것이다. 물론 다른 한편에서는 그래도 될 정도면 KBS가 참 좋은 아니 민주화된 직장이라는 생각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핵심은 여기에 있는 것이다. KBS이니까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KBS는 국가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공영방송이다. 엄격하게 말하면 다른 공기업들과 똑같은 형태지만, 언론기관이라는 이유로 법적으로는 공기업 범주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이는 2007년 시행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 제정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에서 KBS는 언론기관이라는 이유로 제외되었다). 한편으로 보면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어떤 외부로부터의 견제나 감시를 받지 않은 ‘그들만의 방송사’가 될 수도 있다는 부정적 측면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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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에 대한 과잉 왜곡보도및 오보등과 관련해 공영방송 KBS가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을 계기로 불거진 길환영사장과 김전국장간의 추악한 싸움, 기자및 노조들의 사장퇴진을 볼모로 한 제작거부등은 공영방송의 본분을 저버린 것이다. 오로직 임직원, 특히 기자와 노조원들의만의 폐쇄된 방송으로 변질시키고 있다. 이제 KBS의 거버넌스를 실질적으로 바꿔야 한다. 청와대와 정치권간의 나눠먹기식 안배가 아닌, 공영방송과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기위한 방향으로 개혁해야 한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퇴임하면서 길환영사장의 동시퇴진도 요구하고 있다. |
때문에 KBS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국가로부터 독립되어 있는 것 같지만 실제 권력이 바뀔 때마다 정치적 파동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특히 1998년 처음으로 선거를 통해 정권교체에 성공한 김대중 정부와 이어진 노무현 정부는 KBS를 철저하게 정치지형화시켰다. 박권상 사장처럼 집권세력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거나 정연주 사장처럼 이념적 지향성이 분명한 인물을 사장으로 임명해 정치권력화시켰던 것이다. 그러면서 팀제 같은 조직개편과 정치성향이 강한 노조와 공조체제를 구축해 기존의 수직적 조직구조를 붕괴시켜 버렸다. 현재 KBS노조와 구성원들이 정치적 성향을 달리하는 조직으로 양분되어 있는 것도 이런 역사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 이후에 10년 만에 정권을 다시 찾은 이명박 보수정부는 이렇게 정치화된 KBS 조직을 다시 원상 복구하고자 하였다. 그렇지만 이사회를 통해 사장은 바꿀 수 있어도, 오랜 기간 고착된 KBS 조직을 변화시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 내내 KBS 내에 정치적 파업과 특보사장 퇴출투쟁이 그치지 않았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 때문에 KBS 사장이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건은 전문성이나 정치적 독립성이 아니라 내부구성원들로부터 가장 저항이 적은 인물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는 또한 KBS 경영진이 노조와 이런저런 이면협상을 통해 공존하면서 경영이 방만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노조 입장에서도 자신들의 요구를 잘 들어줄 수 있는 공생이 가능한 사장이나 경영진에 대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때문에 경영자입장에서는 가급적 많은 구성원들로부터 지지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게 되고, 그것이 바로 주요보직을 안배하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일반기업과 달리 보도국장과 사장이 동상이몽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계약 동거’형태가 구조화될 수밖에 없고, 그 내면에 이번 같은 ‘콩가루 막장 파국’ 가능성을 항상 안고 있었던 것이다. 보도국장이 기자회견에서 ‘사장의 보도관련 요구 내역를 가지고 있다’고 한 것이나 노조가 사장비리를 고발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이를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 같이 왜곡된 구조가 가능하게 된 배경에는 KBS 넓게는 지상파방송사들의 방송영역 독점구조가 연관되어 있다. 실제로 KBS사장을 직접 선출하는 KBS이사회 구성에서 KBS출신 이사가 자치하는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 KBS출신이 아니고는 사장으로 선출되기 쉽지 않은 구도가 정착되어가고 있다. 물론 여야가 합의한 방송법 개정안에서 KBS출신의 이사선임을 다소 제한하는 규정이 신설됐지만 솔직히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더 나아가 KBS 이사를 선출하는 방송통신위원회 같은 규제기구에 KBS 출신이 항상 당연직처럼 안배되고 있고, 방송통신위원을 추천하는 국회 상임위나 주요 정부기구 역시 KBS 출신이 다수 포진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KBS사장은 점점 더 KBS출신이 아니면 도전하기 힘든 자리가 되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KBS사장 의지가 있거나 물망에 오르는 내부인사들은 가급적 구성원들에게 많은 인심을 얻어야 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KBS 구성원들 사이에는 ‘나는 네가 지난여름에 한 일을 잘 알고 있다’는 의식이 형성될 수밖에 없고, 이는 지금 같은 막장 파국으로 이어지고 결국은 공영방송 KBS 개혁을 힘들게 만드는 이유인 것이다.
지금 정치적 독립성뿐만 아니라 방만한 경영, 구성원들의 자사이기주의 등으로 엄청난 비판을 받고 있는 KBS가 정말 개혁되기 위해서는 이런 내부 구성원들만의 ‘폐쇄적 순혈주의’를 탈피해야만 한다. 하지만 지금 같은 구조아래서 그런 개혁은 기대조차 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국회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공영방송 거버넌스 개편논의가 여야간에 이사 자리를 몇 대 몇으로 나누고, 사장선임요건을 강화하는 정략적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은 지극히 잘못된 것이다. 진정한 공영방송 구축을 위한 거버넌스는 KBS가 지금처럼 ‘자기들만의 방송’으로부터 탈피해 국민을 위한 투명한 방송이 될 수 있도록 정말 실효성 있는 민주적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라 하겠다. /황근 선문대교수, 미디어펜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