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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영 굿소사이어티 이사·전 경희대 객원교수 |
지난 16일자 아침 일간지들의 1면은 정부의 ;청년 일자리 대책'에 대한 비판 기사들로 도배되었다. "또 세금으로…中企 가면 1000만원 준다"(조선일보), "中企 취업 청년에 정부가 년 1000만원 준다"(동아일보), "세금 쏟고도 일자리 파탄…또 혈세…'사과 없는 정부'"(서울경제) 등이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의 요지는 청년들의 중소기업 취업을 촉진하기 위해 중소기업 취업자들에게 현금 지원과 세제, 금융 혜택 등을 통해 매년 1000만원의 보너스를 줘서 대기업과의 임금격차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20만개 안팎의 중소기업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고 한다.
현 정부 출범 이래 공무원 수를 늘리고 국고를 털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정책을 지속해 왔지만, 세금 수십 조원을 축내고도 청년실업률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번에 또다시 선심정책을 발표하며 4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겠다고 한다. 게다가, 이번 청년일자리 대책은 3~5년 한시적 지원책으로 그 후의 일은 다음 정부에 떠맡기고 현 정권 임기를 선심으로 버티자는 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오늘 조선일보 사설은 "한시적으로 세금을 지원하는 것은 언 발에 오줌 누기일 뿐이다… 핵심은 노동개혁과 규제 완화다. 노동시장이 유연화되면 자연히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줄어들고 중소기업 취업도 늘어난다. 여기에 규제 완화까지 나오면 새 비즈니스가 솟아난다. 문제는 노조와 좌파 세력이 반대하는 것이다. 입에 쓰지만 몸에 좋은 약은 주지 않고 환자에게 세금 설탕물만 먹이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한국당 등 야 4당도 "일자리 부족은 정책실패 때문인데 왜 나라 곳간을 털려 하느냐"는 강경한 입장으로 앞으로 국회 추경안 논의 과정에서 여야의 충돌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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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비정규직 철폐와 노동시간 단축, 최저임금 대폭인상, 청소년 일자리 정책, 원전폐기, 증세에 의한 복지확충 등의 포퓰리즘 정책들은 위의 '좌파 포퓰리즘'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진=청와대 제공 |
요즘 무개념, 무관심, 무책임의 정치인이나 국민을 일컬어 "죽어봐야 죽는 맛을 안다"는 우스갯소리가 떠돈다.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는 집권층에게는 "나라가 거덜나봐야 거렁뱅이 유랑민 신세를 안다", 철밥통 부풀리기에만 혈안인 극렬 노조에게는 "회사가 망해봐야 깡통 차는 맛을 안다"라는 쓴소리이다.
누적손실로 자본이 잠식되어 한국에서 철수하겠다고 하는 회사측에 대해 한국GM 노조는 "기본급 동결할 테니…1인당 3000만원어치 주식 달라…모든 종업원 10년간 정리해고 말라"는 등의 요구안을 내밀었다. 노조의 철밥통은 임금인상뿐만 아니라 정년 연장에 이어 고용세습, 세습채용에까지 이르는 등 현대판 음서제도(蔭敍制度:고려시대에 5품 이상 관리의 자제에게 무시험으로 관리가 되게끔 한 제도)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노조가 회사의 '고용과 해고' 문제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결국 일자리 창출의 발목을 잡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대부분의 자본주의국가들에서 인정되는 일시해고(layoff)나 정리해고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기업환경에서 우리 기업들이 고용을 늘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번 '청소년 일자리 대책'을 믿고 중소업체들이 얼마나 고용을 늘릴 것인지도 의문이다. 기업 입장에서 수십 년을 고용해야 할 직원을 3년간 지원을 받는다고 선뜻 뽑기도 어려울 거고, 청년들도 3년 지원을 받는다고 자신의 진로를 쉽게 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자면, 노조가 사수하고 있는 철밥통이 바로 청소년들이 차지해야 할 자리이며, 철밥통이 커질수록 기업은 생존을 위해 밥통 숫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경제시대에서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감당키 어려운 노조의 철밥통을 버리고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들이 직장을 찾는 청년들에게는 이중고, 삼중고를 안겨줄 수밖에 없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임금 격차는 청소년실업문제의 극히 일부에 불과함은 정부가 모를 리 없다. 정부가 노동개혁이나 규제완화 등 문제 해결의 핵심은 덮어두고 정권유지에 급급하여 포퓰리즘 미봉책으로 국가경제를 붕괴로 몰아간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이유이다. 일자리는 국민의 세금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사업을 확장하면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이다. 정부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세금을 퍼붓고 대기업을 압박하는 난센스를 보면서 "죽어봐야 죽는 맛을 안다"는 말이 생겨났을 것이다.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들다 국가경제가 거덜난 대표적인 사례로 그리스,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등을 들 수 있다. 1980년대 이후 공무원 조직과 연금 확대 등 포퓰리즘 정책으로 정권을 유지했던 그리스는 2009년 재정위기를 맞아 2010년 구제금융 신청 이후 현재까지 전국민이 고통에 허덕이고 있다.
과거 경제선진국이었던 아르헨티나는 1946년 후안 페론 대통령 집권 이후 퍼주기 포퓰리즘 정책으로 결국 21세기에 들어 첫 외환위기를 맞은 국가가 되었다. 아르헨티나 정부 몰락 배경에는 강성노조가 있다. 1999년 취임한 페르난도 데라루아 대통령의 재정건전성 우선 정책에 대해 노조가 전국적 파업을 벌이면서 결국 2001년 1000억 달러의 국가부도를 선언하고 국제금융시장에서 퇴출당했다.
'남미 사회주의의 낙원'으로 불리던 베네수엘라는 막대한 석유 수출 수입에만 의존하며 퍼주기식 무상복지로 정권을 유지하다가 2013년 노조활동가 출신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국제유가 하락과 함께 급속한 파멸의 길로 들어섰다. 2016년 400%가 넘는 살인적 인플레에 이어 지폐가 화장실 휴지로 사용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베네수엘라의 비극은 우고 차베스와 후임 마두로 대통령 합작의 '좌파 포퓰리즘'의 유산이다.
우리는 이들의 과오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현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비정규직 철폐와 노동시간 단축, 최저임금 대폭인상, 청소년 일자리 정책, 원전폐기, 증세에 의한 복지확충 등의 포퓰리즘 정책들은 위의 '좌파 포퓰리즘'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한민국의 국가경제 붕괴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에 더해 자유를 제한하는 개헌까지 이루어진다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핵개발'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철영 굿소사이어티 이사·전 경희대 객원교수
[이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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