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최근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는 미투 운동은 마치 봉인이 해제된 양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속속 드러내고 있다. 사회 전반에 폭풍우처럼 몰아치고 있는 미투 운동은 '성'이란 좁은 의식 수준에서 '젠더 관점'으로 진행하고 있다. 잘못된 관습을 벗어나려는 21세기형 인권혁명이라 부를 만하다.
문제는 미투 운동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이중적 잣대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가해자를 향해 쏟아지는 인식모독적 반응이 2차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언론보도의 수위에 대한 공방도 뜨겁다. 2차 피해를 야기한다는 주장과 언론자유를 위축한다는 공방이 팽팽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소위원장 허미숙·이하 방심위)의 고민도 녹록치 않다. 27일 방심위는 지난 1월30일 방송된 'TV조선 뉴스9'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 기사에 대한 심의가 있었다. 삽화를 이용해 성추행 내용을 선정적으로 보도했다는 시청자 민원에 대한 심의였다.
심의위원들의 의견은 엇갈렸지만 결과는 "피해자를 생각한다면 가해자를 위주로 다뤘어야 한다. 피해자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지양해야 한다"며 행정지도조치가 내려졌다. 심의 과정 중 보도 내용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과 행정지도 주장이 2대2로 팽팽히 맞서자 허 위원장은 행정지도 주장에 손을 들었다.
이를 놓고 언론의 자유를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해석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차 피해를 우려한 윤정주 위원은 이 기사에 대해 "성폭행에 대한 자세한 묘사는 2차 피해를 유발한다"며 "삽화는 자제하고 좀 더 건조하게 다루면 좋겠다"고 말하며 행정처분인 '의견제시'를 냈다. 심영섭 위원은 "이렇게 보도하지 않았다면 서 검사 건은 묻였을 것"이라면서도 윤 위원의 입장에 동조했다.
반면 전광삼 위원은 "(이 안건을 행정지도 하면) 이런 보도는 하지 말라는 얘기가 된다"면서 "피해자의 증언을 바탕으로 쓴 기사에 이런 제재를 하는 건 사후 통제"라고 주장했다. 박상수 위원도 "당사자는 각오를 하고 폭로한 것이고 (해당 안건 내용인) 삽화가 선정적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문제없는 기사"라고 공감했다.
방심위 위원들의 팽팽한 입장을 대변하듯 이번 심의에 대해 언론의 자유에 대한 지나친 해석이란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허 위원장은 "취재의 자유, 보도의 자유를 침해하는 건 심의위원회에서 없어야 된다"면서도 "성평등에 대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며 현재 심의 규정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미투 운동에 대한 2차 피해 방지와 언론의 자유 사이에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는 여지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날 전광삼 위원은 "기자가 어떤 관점에서 기사를 썼나, 기자가 의도한 게 뭐냐가 중요하다"며 "기자가 추측이나 지어낸 얘기가 아니다. 이런 보도도 하지 말라는 얘기가 되는 거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가 된 삽화) 이걸 선정적으로 볼지 아니면 이 여자 분이 이런 성추행을 당했다는 걸 알리는 건지가 문제다"라며 "보도하고 알리는 게 보도다. 이런 제재를 하는 건 보도를 억제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언론의 자유를 얘기하는 게 아니다. 사회적 약자를 차별하는 건 언론의 자유가 아니다. 사회를 어떻게 개선할 지가 중요하다"며 의견제시를 한 윤 의원에 대해 전 위원은 "'피해자의 증언을 바탕으로 얘기한 건데 이건 사후 통제다"라며 "이 정도로도 얘기할 수 없는 건 기자 그만둬야 한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현재 미투 운동은 현재진행형이다. 앞으로 많은 사례들이 쏟아질 것이다. 억울한 피해자가 나와서도 안되겠지만 억울한 가해자가 있어서도 안된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2차 피해는 물론 언론의 자유도 여론에 휘둘려서는 안된다.
공작설·음모론은 더 더욱 아니다. 이는 피해자에게는 인격살인이다. 미투 운동의 본질을 왜곡하고 입막음 효과(?)까지 있다. 미투 운동에 대한 공정하고 정의로운 보도윤리 잣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여론이라는 마녀사냥에 언론의 자유가 화형대에 올라서는 안된다. 가슴으로 느끼고 머리로 판단하는 냉철함이 필요한 때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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