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 단위로 밝혀진 세월호 사고 당일 청와대 행적…檢 "방대한 증거조사·증인 신문 필요"
[미디어펜=김규태 기자]검찰이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의 세월호 사고 당일 보고 사후조작과 관련해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 관계자 4명을 불구속 기소해 향후 이들에 대해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 보고 및 지시시간 임의 변경, 위증,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 무단 수정 등의 책임을 물어 김기춘(79) 전 비서실장·김장수(69) 전 국가안보실장·김관진(70) 전 국가안보실장·윤전추(39) 전 청와대 행정관을 불구속 기소해 재판에 넘겼다.

'세월호 사고 보고 시각 조작 및 대통령훈령 불법 수정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자용 부장검사)는 28일 이들에 대해 김기춘 전 실장과 김장수 전 실장에게는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를, 김관진 전 실장에게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및 공용서류 손상 혐의를, 윤 전 행정관에게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사건과 관련해 위증한 혐의를 적용했다.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는 유죄로 판단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직권남용죄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 공용서류손상죄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윤 전 행정관이 받고 있는 위증 혐의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법조계는 이들에 대해 "담당 재판부가 유죄로 판단한다 하더라도 대법원 양형위원회 권고기준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권고기준을 감안하면 김기춘·김장수 전 실장의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는 징역 최소 8개월~최대 2년까지이고, 김관진 전 실장의 공용서류손상죄는 최소 1~4년까지 징역 형량이 조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법조계는 재판부가 피의자들에 대해 김기춘 전 실장 등이 고령인 점을 감안하면 집행유예가 선고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해당 범행이 사회에 끼친 폐해가 크다고 보면 혐의에 따라 권고형량이 늘어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또한 법조계는 윤 전 행정관의 위증 혐의와 관련해 앞서 국회 국정농단 국정조사특위에서 위증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점을 들면서, 동일 혐의로 재차 기소된 점을 감안하면 가중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보았다.

   
▲ 검찰은 세월호 대통령 보고 및 지시시간 임의 변경, 위증,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 무단수정 등의 책임을 물어 김기춘(79) 전 비서실장·김장수(69) 전 국가안보실장·김관진(70) 전 국가안보실장·윤전추(39) 전 청와대 행정관을 불구속 기소했다./자료사진=연합뉴스

앞서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지난해 10월 "세월호 사고 당일 청와대가 박 전 대통령에게 사고 내용을 최초 보고한 시간이 오전9시30분으로 알려졌지만 사후에 30분 늦은 오전10시로 조작한 정황이 발견됐다"면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지금까지 6개월간 수사해왔고, 당시 청와대 근무자와 각 부처 관계자 등 참고인 63명을 조사한 후 세월호 사고에 대한 대통령 보고·지시시간을 사후 조작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최완주 서울고등법원장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 받아 세종시 대통령기록관에서 사고 발생 당일을 중심으로 생산된 청와대 문건들(대통령 기록물)과 출입 로그기록 등을 열람해 확인했고,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에서 세월호 관련 상황보고서를 확보했다.

검찰은 이번 기소를 앞두고 지난 7일 청와대를 방문해 본관에서 관저까지 이동 소요 시간 및 거리를 측정하는 등 세월호 사고 당일 상황을 재연함으로써 '분 단위' 현장 검증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검찰은 지난 19일 서울구치소를 찾아가 박 전 대통령을 조사하려 했지만 박 전 대통령의 거부로 옥중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기소에 대해 "불구속 기소한 피의자 4명이 범행동기 등 일부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증인신문과 방대한 증거에 대한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십 명을 법정에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