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5.5조, 새정치연 27조 공약, 인물보다 정책 공약평가하자

   
▲ 송덕진 자유경제원 제도경제실장
6.4 지방선거 정당별 공약 및 정책이 발표됐다. 본격적인 선거유세를 앞 두고 후보자별 공약도 속속 제시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새누리당을 비롯한 여러 정당들은 국민안전 공약을 최우선으로 내걸었다. 2010년 야권이 지방선거에서 압승시 승리 카드였던 무상급식 공약처럼 공짜를 가지고 선동했던 당시와는 사뭇 달랐다. 
 

그러나 이번에도 여전히 안타깝고 한탄스럽다. 막상 공약과 정책을 펼쳐 보니, 추진 사업의 구체적인 목표, 우선순위, 실천방법, 이행기간, 재원 마련방안을 명확하게 제시해 유권자의 선택을 구하는 정책이나 공약은 없다. 단지 인기에 영합한 실현가능성이 없는 표만 얻어 보겠다는 비현실적인 선심성 공약이 대부분이다.

유권자들은 각 정당이 내 놓은 정책, 각 후보자가 제시한 공약에 대해 실현가능성과 구체성을 꼼꼼히 따져보고 비교하고 평가해서 후보자를 선택하는 정책 선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정당들이 제시한 정책과 공약이 부실하다 못해 꿈처럼 허망하거나 너무나 달콤한 거짓말 같은 이야기로 도배했으니 큰 일이다.
 

세월호 참사는 물론 여기 저기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안전 사고에 재난 대응 안전 시스템 구축을 여·야가 전면으로 내세운 것은 이번 선거의 특징이다. 안전 공약을 제외하고 새누리당은 65세 이상 독감예방 접종비 전액 지원, 20~30대 주부 건강검진 지원 등 아이부터 노인까지 맞춤형 복지를 실현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사회복지 전담공무원 5000명 증원, 저소득가구에 대한 바우처 지급 등은 작고 효율적인 정부보다는 정부의 역할을 넓히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시장경제원리에 맞지 않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한 술 더 떴다. 2015년까지 전국 공공 의료기관에, 2017년까지는 요양병원을 포함한 전국 모든 병원급 의료기관까지 보호자 간병이 필요없는 환자 안심병원을 만들고, 현재 2332개 국공립 어린이집을 2015년부터 매년 1000개씩 늘리겠다고 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생활임금제를 도입하고 교복값 인하, 대학 입학금 폐지, 무한 환승 대중교통 정액제 카드 도입 등의 급진 좌파 공약이 제시됐다.

여기에 질세라 좌파 정당들도 안전을 바탕으로 둔 무상 복지 공약을 여전히 내 놓고 표를 원하고 있다. 물·전기·가스를 공짜로 주겠다는 무상 공약, 고등학교까지 친환경 무상급식을 제시하면서도 구체적인 실천계획 및 재원마련 방안도 없는 실정이다. 경기침체에 따른 경제 활성화보다는 여전히 표를 의식한 선심성 공약이 남발되었고, 40%대의 낮은 지방재정 자립도 고려한다면 공약 실현이 가능한지 의문이다. 이번 정당별 공약 및 정책이 대부분 급조성 성격이 짙으며, 구체적인 실천방안까지 제시되지 않아 원론적인 입장만 제시되어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써 애석할 뿐이다.

새누리당 5조 5000억 원 VS 새정치민주연합 27조 1000억원
새누리당은 이번 지방선거 공약을 이행하는데 2014년부터 2018년까지 4년간 총 5조 5000억 원이 필요하다며 재원 조달은 비과세 감면 조기 폐지,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그에 반해 새정치민주연합은 공약이행에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총 27조 1000억 원, 연평균 약 6조 8000억 원이 필요한데 주로 법인세 증세를 통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양대 정당의 재원확보 방안은 상당히 미흡하고 실효성에 의문시되는 점이다. 

   
▲64지방선거의 서울시장 선거전에 나선 새누리당 정몽준후보(왼쪽)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후보가 최근 한 토론회에서 정책대결을 벌이고 있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보다 지역 주민과 상당히 가깝고 밀접하다. 실질적으로 지역생활에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어떤 인물이 지방자치단체장을 맡게 되고, 어떻게 지방 의회활동을 하게 되는지 중요하다 하겠다. 그러기에 지방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의 공약과 정책은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인물평가보다 정책과 공약평가에
공약과 정책이 발표되면서 분석보다는 후보별 인물 평가가 많아지고 있다. 특정 정당 후보가 중요하기 보다는 비전을 가지고 맡은 바 소임을 잘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무슨 비전을 가지고 4년간 지역사회를 잘 끌고 갈 수 있는지에 대한 평가에 각계각층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이라고 보수를 기반으로 하는 정당이 아니다. 새롭게 옷을 입고 이름을 바뀐다고 새정치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시민단체를 비롯한 전문가 집단은 공정하고 중립적인 자세로 정당별, 후보자별 공약과 정책에 대해서 정확하며 전문적인 분석을 해 줘야 한다. 이에 대한 자료 및 정보를 언론, 인터넷, SNS 등에 제공함으로써 유권자들의 판단에 도움을 줘여 한다. 당선 후에도 공약 이행상황 감시 또한 중요하다 할 것이다.
 

유권자는 선거의 주인으로 능동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각 후보자가 제시한 공약에 대한 구체성과 실현가능성을 꼼꼼히 따져보고 비교 평가하여 후보자를 선택하는 정책선거가 되어야 한다. 자질과 능력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하고 엉뚱한 사람을 지역의 지도자, 지역 일꾼으로 뽑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의 몫으로 부메랑처럼 되돌아온다. /송덕진 자유경제원 제도경제실장, 미디어펜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