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외교부가 30일 공개한 1987년 외교문서에 따르면, 북한이 1987년 12월 미소 정상회담에 나선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을 통해 미국에게 소위 '남북 연방제 중립국 창설'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1987년 12월9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미소 정상회담에서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북한 제안서를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전했다.

북한은 '한반도 완충지대 설정 및 중립국 창설을 위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제안'이라는 제목의 문서에서 "군사협정을 포함해 남북한이 제3국과 체결한, 민족적 단합에 위배되는 모든 협정 및 조약을 폐기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6.25 전쟁 정전협정 후 맺어져 한미동맹을 규정한 한미상호방위조약의 폐기를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한은 "남북한이 오직 자위의 목적을 위해서만 필요한 정도의 규모로 단계적인 대규모 감군을 단행"하자며 "남북한 각각 10만 미만의 병력 유지 및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외국 군대를 철수할 것"을 제안해 주한미군의 철수까지 목적으로 삼았다.

특히 북한은 제안서에서 "남북한으로 구성된 연방공화국을 창설하고 연방공화국이 중립국가 및 완충지대임을 선언하는 헌법을 채택하자"며 "연방공화국이 단일 국호로 유엔에 가입하도록 하자"고 언급했다.

이를 위해 북한은 남북한이 서명하는 '불가침 선언'을 제안하면서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동시에 남북한 양군을 단일한 '민족군'으로 통합하자고 제의했다.

이에 대한 미국 정부와 우리 정부의 반응은 "비현실적"이라고 판단해 북측의 제안을 일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1988년 1월15일 작성된 '장관님 보고사항'이라는 제목의 외교문서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북한의 이러한 제안에 대해 "한국 정부가 다뤄야 할 문제"라며 "북한이 인도적 및 경제적인 분야에서 실재적이고 실현가능한 신뢰구축 조치를 추진할 의사가 없는 한 그런 제의는 비현실적"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우리 정부는 최광수 장관이 김경원 주미대사에게 1987년 12월15일자로 보낸 전문에 따르면, 이에 대해 "거창하고 현실성이 없으며 구체적인 내용에서 새로운 게 없다"며 "모든 남북한 간 문제는 남북 당사자 간 직접 대화를 통해 현실적으로 가능한 문제부터 토의함으로써 실적을 쌓아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외교부는 30년이 경과한 1987년도 문서를 중심으로 총 1420권, 23만여 쪽에 달하는 외교문서를 원문해제와 함께 이날 3월30일자로 국민에게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