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 금호타이어 노동조합이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로의 매각을 무조건 반대한다는 입장에서 벗어나 조합원 찬반투표에 맡기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금호타이어 사태는 새 국면을 맞게 됐다. 해외매각 동의와 노사 자구안 합의가 없으면 법정관리를 강행하겠다던 채권단도 다시 시한을 연장해 줄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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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호타이어 중앙연구소 /사진=금호타이어 |
30일 금호타이어 노조에 따르면 노조 집행부는 이날 오전 임원회의를 거쳐 해외매각 찬반투표를 하기로 결정했다.
조삼수 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 대표지회장도 그동안 고수해 오던 해외매각 반대 투쟁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날 오후 총파업 결의대회 투쟁사에서 "이 자리는 해외매각을 반드시 분쇄한다는 각오로 싸우고 싶었던 자리였으나 지난 24일 (투자 의사를) 밝혔던 업체는 산업은행과 정부의 감시와 탄압에 더는 나타나지 않겠다고 한다"면서 "이제는 정리해야 하고, 중단하기로 어젯밤에 결정했다"고 밝혔다.
노조의 이 같은 입장 변화는 법정관리 데드라인을 앞두고 주변 상황이 모두 노조에 불리하게 돌아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정부 경제팀 수장들이 '노사합의가 없으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면서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전달한 데 이어 청와대도 '정치적 논리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정부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량해고사태를 유발하는 법정관리를 그대로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이 사라졌다.
또한 조삼수 지회장이 밝힌 바와 같이 노조 측에 금호타이어 인수 의지를 밝혔던 국내 기업이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더블스타에 맞설 대안도 사라져 노조는 고립무원의 상황이 됐다.
노조의 입장 변화로 금호타이어는 일단 법정관리를 피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앞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더블스타로의 인수와 관련된 직원 찬반 투표를 제안한 상황에서 노조가 투표를 결정하며 채권단과 노조간 접점이 생긴 것이다.
다만 아직 찬반투표 날짜와 방식 등은 정해지지 않은데다 투표 대상 범위에서도 채권단과 노조간 이견이 있을 수 있어 상황을 낙관할 수는 없다.
일단 투표 범위에서 산은은 '금호타이어 전 직원'을 대상으로 투표를 제안했지만, 노조는 '노동조합원'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전체 직원(약 5000명)의 30%에 해당하는 1500여명의 비노조 일반직 직원들은 그동안 해외 매각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일반직 직원들은 이날도 서울 신문로 금호타이어 서울사무소 앞에서 법정관리를 막아야 한다며 노조에 해외자본 유치 찬반투표를 시행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이 투표에 참여하면 해외매각 찬성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지만, 이들을 제외하고 조합원들끼리만 투표하면 결과를 점치기 힘들다.
노조 집행부는 이날 오후 광주시청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등 정부 관계자 및 윤장현 광주광역시장, 김종호 금호타이어 회장 등과 만나 구체적인 찬반투표 방식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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