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남북정상회담이 내달 27로 합의되면서 비핵화 논의가 이뤄질지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북은 29일 고위급회담을 열고 정상회담 날짜를 확정했지만 공동보도문을 발표하면서도 의제를 적시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30일 “리비아식 해법을 북한에 적용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혀 ‘선 핵폐기 후 보상’을 원하는 미국의 주장과 엇박자를 낼 조짐이다. 이 관계자는 이날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든 일괄타결이든 그건 현실에 존재하기 어려운 방식을 상정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최근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격 북중정상회담을 열고,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한미가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인 조치를 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김정은의 ‘단계적’ 발언이 비핵화 단어 앞이 아니라 평화실현에 맞춰져 있다고 하지만 북한이 만약 비핵화를 하겠다고 하면서도 ‘행동 대 행동’ 방식으로 몇 단계에 걸쳐 비핵화를 추진하면서 ‘잘게 나눈다’는 의미의 살라미 식을 고수할 경우 북미간 갈등은 재점화할 수밖에 없다.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은 취임 후 처음으로 만났지만 혈맹관계를 확인하고 ‘형님 동생 관계’를 부각시키며 우호관계를 과시했다. 이로써 당초 남북가 북미 순으로 예정됐던 비핵화 협상 과정에 중국이 개입되면서 4자 구도가 형성됐고, 남미 대 북중이라는 이해구도가 충돌할 경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북핵과 관련해서는 최단시간 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폐기하는 리비아식 해법을 추진해온 미국으로서는 북한이 중국의 개입으로 시간을 끌고, 이 과정에 중국의 대북제재마저 느슨해진다면 결국 북핵 폐기는 실패할 것이라고 우려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공언이나 미국 정부 내 매파들의 우려처럼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더라도 한번으로 폐기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정 서명을 북한과의 협상이 타결된 이후로 미룰 수도 있다”고 언급하면서 한미 FTA와 북핵 협상 연계 가능성을 시사한 것도 결국 최근 벌어지고 있는 한반도 주변국들의 움직임과 관련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나선 것으로 봐야 한다.
“리비아식 해법을 북한에 적용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밝힌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같은 날 다시 전날 남북고위급회담에서 정상회담 의제 합의 불발에 따라 제기되는 우려를 의식해 ‘비핵화 의제에 있어서 진전이 있었다’고 발언했다.
이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해 남측에서 비핵화, 한반도 평화정착, 남북관계의 담대한 발전이라고 제시했고, 이에 대해 북쪽에서 전혀 이의를 달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일단 진전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전날 고위급회담의 대화 내용을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의제와 관련해 합의를 보지 못한 이유는 북쪽의 정치적 문화 때문으로 중요한 의제는 지도자가 결정할 문제이지, 실무 차원에서 논의할 성격의 사안이 아니라고 해서 어제 몇몇(가지를) 합의하지 못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청와대 측의 발언은 지난 1월9일 평양을 방문한 대북특사를 만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직접 비핵화 의지를 표현했다고 전하면서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어버리는 방식”을 공언, 북의 핵폐기와 체제보장을 한꺼번에 푸는 일괄타결 식 해법을 거론해온 것과는 정반대 기류인 것은 사실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앞으로 있을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두 정상간에 (비핵화를) 직접 선언함으로써 큰 뚜껑을 씌우고 실무적으로 해나가는 그런 방식도 있지 않을까”라며 사견을 전제로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 결과가 “좋으면 포용하겠지만, 나쁘면 걸어나올 것”이라고 못 박으면서 북한이 ‘시간 벌기’에 나선다면 협상 국면이 와해될 것이라는 경고를 보내고 있어 북한이 ‘살라미 전술’로 나온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곧바로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대북제재 강화와 군사적 행동 검토 등으로 수위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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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을 전격 방문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왼쪽)이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28일(현지시간)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SPN 서울평양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