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 금호타이어 노사가 극적인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며 자동차 업계의 두 뜨거운 감자 운명이 엇길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측과 타협을 통해 막판에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금호타이어와 달리 한국지엠은 여전히 부도위기에 처해있다.
한국지엠은 제너럴모터스(GM)이 제시한 3월말 임단협 잠정합의 시점을 넘기게 됨에 따라 운명이 안갯속에 빠져든 반면 금호타이어는 자율협약 종료일인 30일 막판 구사일생의 기회를 잡아 생존의 불씨를 지필 수 있게 됐다.
◇금호타이어 법정관리 막을 막지막 기회…찬반투표 관건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30일 광주시청에서 경영정상화 추진을 위한 노사정·채권단 긴급 간담회를 열어 금호타이어 노사가 중국 더블스타로부터의 자본유치 및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해 최종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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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호타이어 중앙연구소 /사진=금호타이어 |
이어 금호타이어 노사는 지난 31일 오후 속개된 '46차 본교섭'에서 '경영정상화를 위한 노사특별합의서' 등에 잠정 합의했다.
이번 잠정합의는 크게 '노사특별합의'와 '2016년 단체교섭 합의서', '별도합의서', '경영정상화 합의내용 이행 합의서', '산업은행 및 더블스타 확인서'로 구분되어 구성됐다.
그간 해외매각보다는 차라리 법정관리를 택하겠다며 더블스타로의 매각을 반대해온 노조가 극적으로 전 조합원의 찬반투표를 결정하면서 마지막 기회를 만들낸 것이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이날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해외매각 찬반 투표를 실시하고 이를 통해 해외매각 동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투표방식과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투표는 빠른 시일 내에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극적인 입장 변화는 노조 내부의 부정적인 여론과 채권단과 사측, 정부의 완강한 태도에 따른 압박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24일 이후 노조가 주장해온 국내기업 인수설도 업체의 인수포기 의견으로 사실상 실체를 밝히지 못하면서 노조의 주장도 힘을 잃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이날 오후 광주에 도착해 노조를 만나 최종 설득작업을 벌였다. 이날 오전부터 정부와 채권단, 사측은 법정관리행을 막기 위해 노조에 협조를 호소했다.
앞서 산은은 30일 기한을 넘기면 더이상의 시한 연장은 불가능하며 법정관리는 피할 수 없는 절차라는 최후통첩을 전했다.
정부와 청와대 역시 노사협상 결렬시 법정관리가 불기피하다고 못 박았다. 이날 오전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노사 합의를 호소하고 나섰다.
김 부총리는 "노사간 합의가 없으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며 "노사간 합의가 이뤄지고 투자유치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정부도 금호타이어 정상화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에서도 금호타이어 문제에 정치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노조를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의 고통분담을 촉구했다.
생산직 노조를 제외한 금호타이어 일반직 사원들 역시 노조 집행부에 마지막 호소문을 발표했다. 일반직 대표단은 "법정관리 돌입시 청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회사를 살려 훗날을 도모하기 위해서라도 살아야 한다. 우리 모두가 살 수 있도록 더블스타 중국자본 유치와 노사자구안에 동의해달라"고 호소했다.
유동성이 막힌 금호타이어로서는 사실상 오늘 기한을 넘기면 법정관리 신청 외엔 달리 방법이 없다. 당장 주말을 지나 내달 2일이 되면 수백억대 어음 만기가 도래해 부도처리된다.
한용성 금호타이어 사장은 "법정관리 신청 서류는 모두 준비됐다"며 다음달 2일 이사회를 열고 법정관리 신청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업계는 금호타이어 노조가 찬반투표를 실시하면 해외 매각 찬성의견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노조 내부의 소통없이 강경하게 진행된 투쟁에 누적된 피로감이 크고 법정관리 돌입시 강도높은 구조조정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금호타이어가 법정관리의 파국 직전 이를 저지할 수 있을지 노조의 투표 결과에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한국지엠 임단협 합의 실패 안갯속
반면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 30일 GM이 제시한 데드라인 '3월 말'에 맞춰 7차 교섭에 들어갔지만 임단협 잠정합의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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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지엠 군산공장 /사진=미디어펜 |
양측 모두 각각의 요구안 수용을 밀어붙이면서 합의에 실패했다.
회사는 지난 6차 교섭에 노조에 전달한 회사 수정 요구안에 대해 노조의 잠정합의를 요구한 반면 노조는 사측의 단협 축소 반대, 장기발전전망안에 대한 사측의 수용을 요구하며 팽팽하게 맞섰다.
GM의 데드라인 3월 말 안 노사 합의가 실패함에 따라 노사가 강대강으로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오는 4월 6일 2017년 임금협상에서 합의한 일시금과 4월 27일 희망퇴직자 위로금 등의 각종 비용 지급을 중단한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노사협상이 3월 시한을 넘기게 되어 당면한 자금유동성 상황에 타개책을 찾기 어려워진 점 유감스럽다"며 "극도의 긴축 운영을 펼치는 가운데 후속 교섭을 통해 자구안 마련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카허 카젬 사장은 데드라인 하루를 앞두고 3월 말까지 임단협 회사 요구안에 노조의 합의가 없을 경우 일시금을 포함한 각종 비용 미지급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성 짙은 서한을 임직원에게 메일로 보냈다.
엥글 사장도 지난 26~27일 방한 기간 노조를 만나 노사 간 합의가 안되면 4월 말까지 마련해야 하는 희망퇴직 위로금 등 지출 경비를 6억달러 정도로 투입하지 않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노조는 "사측이 돈을 이용해 임단협을 악용하고 있다"며 "임금체불과 함께 지급키로 한 합의사항을 어길 경우 생산차량 압류 조치, 고소, 고발 등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지엠 관계자는 "이렇게 될 경우 한국지엠이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8차 교섭 일정은 추후 논의키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GM이 제시한 시점을 넘긴 한국지엠은 노조와 사측간 극한 대립으로 향후 임단협 도출이 더욱 어렵게 됐다"라며 "하지만 청와대가 선거국면을 노조가 오판하지 않도록 사인을 주면서 금호타이어 노조가 전향적으로 나선 것처럼 한국지엠 노조도 정치적인 투쟁이 답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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