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사안 일방 개입 조정 등 횡포, 예산 확대로 막무가내 간섭 개입 우려

   
▲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을(乙)'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명목으로 을지로위원회가 탄생한지 1년이 훌쩍 지났다. 을지로위원회는 수많은 현장방문과 기자회견 등을 통해 민생에 한걸음 더 다가갔고, 을의 눈물을 닦아주었다고 자평한다. 하지만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준다는 명목으로 행한 수많은 일들이 누군가에게 또 다른 상처를 안겨주진 않았는지, 삼권분립이라는 헌법의 기본질서를 훼손하진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을지로위원회는 그동안 국회가 갖는 기능 중 현장에서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강조해 왔다. 자신들의 조정 아래 분쟁이 해결되었다며 다수의 사례들을 나열하고 홍보하기 바쁘다. 하지만 그들이 진정 불편부당한 조정자의 역할을 수행했는가?  ‘조정’이란 양 당사자 사이에 해결되지 않은 분쟁에 대하여 분쟁당사자의 의뢰에 따라 중립적인 제3자가 쌍방의 의견을 듣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을지로위원회는 지레짐작만으로 당사자 사이에 개입하곤 했다. 휴대폰 출고가를 둘러싼 한 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업체 사이에 개입했던 일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을(乙)로 지목된 기업은 출고가 문제는 사업자간 비즈니스 관계이므로 두 사업자가 협상을 통해 자율적으로 해결할 것이며, 제3자의 개입이나 정치권의 개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백히 밝혀 을지로위원회를 무안하게 만들었다. 또한 ‘조정’을 맡은 사람은 쌍방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하고 일방의 의견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 조정자가 양 당사자의 중간에서 균형적인 시각으로 판단해야 올바른 결론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을지로위원회는 분쟁의 일방 당사자를 해체해야 할 대상, 개혁해야 할 대상으로 미리 단정 짓고 말뿐인 조정에 나선다. 이는 결국 을지로위원회 활동 목적이 원활한 갈등조정이 아니라 자신들의 편향된 신념을 강요하는데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을지로위원회는 작년 한 통신업체를 방문해 자신들이 추천하는 변호사와 함께 불공정거래가 있는지 여부를 공동으로 조사하자고 제안했다. 동시에 그간 진행된 불공정한 거래관행의 개선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거래가 불공정한지에 대한 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개선안을 마련하라는 것이 정상정인 요구인가? 한쪽으로 치우친 을지로위원회가 추천하는 변호사를 믿고 조사에 응할 기업이 어디에 있을까?

   
▲ 새정치민주연합의 을지로위원회가 업계간 분쟁사안에 대해 균형된 조정자역할을 하기보다는 일방적인 조정과 압박, 편향된 이념 강요의 '슈퍼갑' 위원회로 변질되고 있다. 대기업들이 을지로위원회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총수의 국감출석 압박등으로 기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새정치연 문재인의원과 을지로위원회소속 의원들이 민주당시절 각종 민생현안과 관련해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기업 측에게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라고 강요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계속해 본사를 방문할 것이라고 반협박을 가한 사례도 있다. 괜히 국회의원들에게 밉보이면 사업에 차질이 생기진 않을까 경영진이 국정감사에 불려나가는 불이익이 생기진 않을까 두려워하는 기업에게는 크나큰 고충이 아닐 수 없다. 억지로 이들을 맞이해야 하는 기업들이 기업경영에 집중할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러한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새정치민주연합으로의 통합과 박영선 신임 원내대표 선출 과정을 보면 을지로위원회의 확대 개편과 원내 예산 투입 등이 점쳐진다. 앞으로 을지로위원회의 커지는 영향력을 당 스스로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잘 조절할 수 있을지 의문이며 예산지원을 등에 업고 막무가내식 간섭과 개입을 계속하진 않을지 심히 우려된다. 또 다른 갑(甲)이 되어가고 있는 을지로위원회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을 거둘 수 없다. 을지로위원회는 누가 감시해야 할까. /이동응 경영자총협회 전무, 미디어펜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