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우리가 만난 기적'이 첫 선을 보였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내용, 하지만 재미있겠다는 느낌을 강하게 심어준 첫 방송이었다.

2일 KBS 2TV 새 월화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극본 백미경, 연출 이형민) 첫 회가 방송됐다. 김명민이 13년 만에 KBS 드라마로 돌아오고, '힘쎈여자 도봉순'·'품위있는 그녀'의 백미경 작가가 집필해 화제가 된 기대작이었다. 

이날 1회 방송에서는 은행 지점장 김명민(송현철)과 중식당 주방장 고창석(송현철)의 운명이 바뀌는 모습이 그려졌다. 두 사람은 생년월일과 이름까지 똑 같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인물이다. 

   
▲ 사진=KBS 2TV '우리가 만난 기적' 포스터


김명민은 명문대 출신 지점장으로 잘 나가는 인물이며 부하 직원들을 함부로 대한다. 아내(김현주)를 무시하고 바람도 핀다.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소위 재수 없는 인물이다.

고창석은 능력껏 열심히 살면서 가정적이다. 식당 일 열심히 해서 아내(라미란) 등 가족과 좀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싶은 착실한 서민형 인물이다.

생년월일에 이름까지 같아서일까. 김명민과 고창석은 한 날 한 시에 각각 교통사고를 당했다. 김명민은 중태에 빠져 생명이 위태롭고, 고창석은 가벼운 부상만 입었다. 

그런데 사신(또는 저승사자) 카이가 생년월일과 이름까지 같은 두 사람을 두고 헷갈려서 그만 김명민 대신 고창석을 데려가고 만다. 즉 고창석은 사망했다. 뒤이어 중태에 빠졌던 김명민도 운명에 정해진 대로(?) 죽었다.

뒤늦게 사망자가 바뀐 것을 알게 된 카이. 고창석을 다시 살려주고 싶지만 이미 화장을 해 육신이 없어진 상태였다. 궁여지책으로 고창석의 영혼을 아직 화장 전 염을 하고 있던 김명민의 육신에 되돌려 놓는다. 죽었던 김명민이 벌떡 살아났다. 

이제 김명민은 영혼은 고창석인 채, 혹은 고창석은 몸이 김명민인 채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된다.

첫 회부터 주인공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다. 충격적인 설정이다. 하지만 어디선가 비슷한 상황을 많이 본 듯하다. 영혼이 바뀐 삶을 살게 되는 주인공. 드라마나 영화에서 드물지 않게 등장했던 설정이다.

이런 뻔해 보이는 내용을 전혀 뻔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바로 작가와 연출가, 배우들이 할 일이다. '우리가 만난 기적'의 성패도 여기에 달려 있다.

첫 회 방송은 재미 있었다. 

김명민을 비롯해 고창석 김현주 라미란 등 주연 배우들은 몇 장면 등장만으로 단번에 자신들의 캐릭터를 구축했다. 

백미경 작가는 뻔할 수 있는 얘기를 재미있게 끌고가는 필력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다음 장면이 궁금해지고, 드라마 엔딩에서는 다음 회가 기다려지게 만들었다.

월화 드라마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KBS가 이번에는 '기적'을 만난 것일까. 시청자들은 뻔해 보이는 얘기도 재미있으면 빠져들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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