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만에 대통령 참석 추념식 "보수든 진보든 공정으로 평가받아야"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추념식 최초로 대통령과 대통령 부인이 함께 헌화 및 분향을 진행했다. 김정숙 여사는 4.3을 상징하는 동백꽃을 헌화했다./사진=청와대 제공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은 3일 “4.3의 완전한 해결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을 약속한다”며 “더 이상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중단되거나 후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추념사를 통해 2000년 김대중 정부가 4.3진상규명특별법을 제정하고 4.3위원회를 만들었고,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4.3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던 과정을 언급하며 “드디어 우리는 4.3의 진실을 기억하고 드러내는 일이 민주주의와 평화, 인권의 길을 열어가는 과정임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4.3의 진실은 어떤 세력도 부정할 수 없는 분명한 역사의 사실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을 선언한다”면서 “국가권력이 가한 폭력의 진상을 제대로 밝혀 희생된 분들의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유해발굴사업, 유족과 생존 희생자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배‧보상과 국가트라우마센터 건립 등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4.3의 완전한 해결이야말로 제주도민과 국민 모두가 바라는 화해와 통합, 평화와 인권의 확고한 밑받침이 될 것”이라며 “오늘 4.3 영령들 앞에서 평화와 상생은 이념이 아닌, 오직 진실 위에서만 바로 설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추념사에서 4.3 희생자가 한국전쟁 때 군에 입대해 조국을 지켜낸 사례도 언급하며 ‘모두 희생자이기에 모두 용서‘하는 좌와 우의 화해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4.3 당시 군경에게 총상을 입었던 고 오창기 님은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해병대 3기’로 자원입대해 인천상륙작전에 참전했다”며 “아내와 부모, 장모와 처제를 모두 잃었던 고 김태생 님은 애국의 혈서를 쓰고 군대에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좌와 우의 극렬한 대립이 참혹한 역사의 비극을 낳았지만 4.3 희생자들과 제주도민들은 이념이 만든 불신과 증오를 뛰어 넘어섰다. 4.3에서 ‘빨갱이’로 몰렸던 청년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조국을 지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념은 단지 학살을 정당화하는 명분에 불과했다. 제주 하귀리에 호국영령비와 4.3희생자 위령비를 한자리에 모아 위령단을 만들었고, 2013년 가장 갈등이 컸던 4.3유족회와 제주경우회가 조건 없는 화해를 선언한 것처럼 이제 제주도민들이 시작한 화해의 손길은 전 국민의 것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국민들께 호소하고 싶다. 아직도 4.3의 진실을 외면하고, 낡은 이념의 굴절된 눈으로 4.3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낡은 이념이 만들어낸 증오와 적대의 언어가 넘쳐난다”면서 “이제 우리는 아픈 역사를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 불행한 역사를 직시하는 것은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만 필요한 일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도 4.3을 낡은 이념의 틀에 가두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대한민국은 정의로운 보수와 정의로운 진보가 ‘정의’로 경쟁해야 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공정한 보수와 공정한 진보가 ‘공정’으로 평가받는 시대여야 한다"며 ”정의롭지 않고 공정하지 않다면, 보수든 진보든, 어떤 깃발이든 국민을 위한 것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제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은 12년만에 대통령이 참석하는 추념식이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자격으로 참석해 국가적 추념행사로 위상을 높이겠다’는 후보자 시절의 약속을 지키는 자리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또 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행방불명인 표석 및 위패봉안실에 방문함. 문 대통령은 행방불명인 표석에 동백꽃을 올리고, 위패봉안실에서는 술 한 잔을 올림으로써 유족을 위로하고 4.3 영령을 추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 추념식 최초로 대통령과 영부인이 함께 헌화 및 분향을 진행하고, 김정숙 여사는 4.3을 상징하는 동백꽃을 헌화했다.

‘슬픔에서 기억으로 기억에서 내일로’를 슬로건으로 한 이날 행사는 제주 4.3이 제주도에 국한된 역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기억이자 역사로 나아가기 위한 추념식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다양한 추모공연도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