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람 바람 바람'서 봉수(신하균) 아내 미영 역 맡아
"결혼 생각은 아직…내 생활 바꿀 만큼의 남자 나타나야"
"'런닝맨'은 폐쇄적·내성적이었던 나 바꿔놓은 프로그램"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송지효에게 떼어놓을 수 없는 키워드는 여러 가지가 있다. 월요여친, 에이스, 멍지효 등 예능에서의 친숙한 별명을 비롯해 드라마, 영화, 최근에는 뷰티프로그램의 MC까지 그 밝은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그래서 5년 만의 스크린 복귀에도 공백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포스트잇처럼 어느 곳에 붙였다 떼어도 어색하지 않은 그는 이미 대중이 사랑하는 엔터테이너다.

이지적인 얼굴로 홍일점의 카리스마를 선보인 '신세계'(2013) 이후 송지효가 선택한 영화는 '바람 바람 바람'이다. JTBC 드라마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로 이미 불륜 소재를 다뤘던 그가 '바람 바람 바람'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도 그렇고 '바람 바람 바람'도 '바람'이 주가 아니었어요. 바람은 초반의 분위기를 이끌어주는 하나의 소재죠. 무언가를 표현하고 싶은데 동떨어지거나 어려운 얘기를 할 순 없으니까요. 그래서 소재 때문에 불편하거나 껄끄럽진 않았어요."

영화 '바람 바람 바람'(감독 이병헌)은 20년 경력을 자랑하는 바람의 전설 석근(이성민)과 뒤늦게 바람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 봉수(신하균), 그리고 SNS와 사랑에 빠진 봉수의 아내 미영(송지효) 앞에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제니(이엘)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바람 바람 바람' 개봉을 앞두고 만난 송지효는 홍보 일정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못내 아쉬운 마음을 털어놓았다. 화기애애했던 촬영 현장으로 유명한 '바람 바람 바람'인 만큼 배우들과의 공동체 생활을 뒤로해야 한다는 것이 괜시리 섭섭하단다.


   
▲ '바람 바람 바람'의 배우 송지효가 미디어펜과 만났다. /사진=NEW



▲ 영화 개봉 소감은.

"영화가 개봉한다는 생각보다 '바람 바람 바람' 팀과 헤어지기 아쉽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그만큼 서로의 역할이 잘 맞았고 모난 사람이 없었어요. 성향이 비슷해서 더 재밌었던 것 같아요. 지방에서 올 로케이션 작품을 하는 게 소원이었거든요. 타지에서 잘 맞는 네 명이 있으니 재미가 배가 됐어요. 이성민 선배님과 이엘씨는 맛집을 찾아다니며 추천해주시고, 함께 맛집에 가면 저랑 신하균 선배는 리액션을 크게 하고 각자의 역할 분담이 잘 됐죠.(웃음)"


▲ 현실적 소재를 다뤘지만 이병헌 감독 특유의 생소한 상황 설정·대사가 많았다. 배우의 입장에선 어땠나.

"전 중구난방으로, 한꺼번에 여러 가지를 생각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말도 빠른 편이 아닌데, 이번 촬영은 저의 생각과 평소 습관과는 정반대로 해야 했기 때문에 어려웠어요. 이병헌 감독님의 대사가 재치 있고 재밌어지려면 감독님의 호흡법이 필요하거든요. 대사가 빠르고 공백이 없는데, 그게 끝날 때까지도 어색했어요. 감독님의 디렉션을 최대한 소화하려고 했지만 힘들었죠. 그렇다 보니 결과물을 보고 나니 후회가 되긴 하더라고요. '내가 그 당시에는 왜 이해를 못했을까?' 하고."


▲ 하지만 언론시사회 이후 연기에 대한 호평이 많았다.

"제가 생각보다 대사가 많이 없어서…(웃음) 그래서 더 어려운 장면도 있었어요. 여러 시도를 해서 제 것으로 만들기까지 기회가 없기도 했고. 전 제가 나오는 장면을 보고 손발이 오그라들더라고요. '왜 이렇게 했지?', '이게 아니었는데' 하고요. 저에 대해 자책을 많이 했어요."


▲ '바람 바람 바람'에서 우리가 아는 송지효의 모습이 많이 스쳐간 것 같다.

"여태까지 했던 작품에서 제 모습이 없는 부분은 없는 것 같아요. '여고괴담'의 열등감 넘치는 모습부터 혼란스러운 모습, 엉뚱한 모습까지 다 제 부분이죠. '런닝맨'에서의 모습이 본모습과 가장 많이 닮은 것 같아요. 이번 작품에서는 미영스러워 보이기 위해서 신하균 선배에게 더 톡톡 쏘아댔죠."


   
▲ '바람 바람 바람'의 배우 송지효가 미디어펜과 만났다. /사진=NEW


▲ 영화는 '바람'을 통해 여러 메시지를 전한다. 본인은 배우자의 외도를 용서할 수 있나.

"실수라는 가정 하에는 한 번쯤은 넘어가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전 용서 못해요. 간통죄가 폐지됐지만 바람은 죄에요. 나쁜 거에요. 다만 '바람 바람 바람'에서는 인물의 감정 변화를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소재로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 신하균과 8년 차 부부로 찰떡 호흡을 보여줬는데 결혼 생각은 안 들었나.

"지금은 결혼 생각이 없어요. 안 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나이가 들어서 결혼해야 하기 때문에 남자를 만나야 돼. 옆에 있는 남자와 결혼해야 돼'라는 건 제 스타일이 아니에요. 전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는데, 이런 제 생활을 바꿀 수 있을 만큼의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결혼하지 않을 것 같아요. 결혼을 방학숙제하듯 등 떠밀려서 하고 싶진 않아요."


▲ 지금의 생활은 '일'과 '집'밖에 없다고.

"강아지를 입양했는데 그 친구 때문에 너무 즐거워요. 원래 일이 끝나고 나면 집에서 맥주 한 캔씩 먹었는데 요즘은 안 마셔요. '아이를 키우는 게 이런 마음이겠구나' 엄마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씻는 거 싫어하고 양치 싫어하고… 얘 하나 키우려면 가족이 총동원돼요. 얼굴 잡고 양치시키는데 발버둥 치고, 도망치면 잡는 게 소소한 재미예요. 어제도 강아지한테 목을 긁혔어요."


   
▲ '바람 바람 바람'의 배우 송지효가 미디어펜과 만났다. /사진=NEW



▲ '신세계' 이후 5년 만의 스크린 복귀라 큰 관심이 쏠렸다.

"전 데뷔 때부터도 작품을 많이 못했어요. 기회가 많이 없었거든요. 공포영화를 찍으면 그것에 대한 시나리오만 들어오고 비슷한 느낌의 대본만 들어오다 보니 쉽게 출연을 못했죠. 다른 시도를 많이 하려다 보니 기회가 많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실제로도 시나리오나 대본도 많이 안 들어오고 있는 것도 있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작품이 있으면 해야죠."


▲ 그간 작품에 대한 갈증 또는 조바심도 있었을 것 같다.

"조바심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20살 때 이쪽 일을 시작하기 전까진 '왜 작품을 못하나'라는 조바심이 엄청 많았어요. 근데 점점 그런 압박감에 못 이겨서 제게 상처를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생각을 해보려고 여행도 다니고 취미생활을 많이 했어요. 지금은 활동한 지 오래되다 보니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 방송(예능)과 연기를 병행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

"힘에 많이 부치죠. '런닝맨' 한 지 9년이 됐는데, 초반에는 방법을 몰랐어요. 제가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무작정 일만 하고, 모든 것에 힘을 다 주다 보니까 너무 힘들고 버거웠죠. 근데 '이것 또한 지나가겠지라'는 생각으로 버티다 보니 지금은 그런 것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9년이라는 시간을 해오니 이젠 힘 조절이 되고, 힘에 부쳐도 그걸 해결할 수 있는 요령이 생긴 것 같아요."


▲ 동료 배우들뿐만 아니라 방송인들까지 주위 사람들을 잘 챙기기로 유명하다.

"예전에는 폐쇄적일 정도로 내성적이었어요. 주목받거나 절 의식하는 것 같으면 너무 부담스러워서 경직되고 땀을 엄청 흘렸죠. 자존감이 되게 낮았어요. 제 문제점이 뭔지 알고 있었지만 정확히 파악하진 못했는데, '런닝맨'을 하면서 많이 알게 됐어요. 인간관계에서의 노력, 표현하는 방법 등을 많이 찾았죠. 그러고 보니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못하는 분들에게 말 한마디 건네고 챙기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일 같더라고요. '너 되게 소중하고 좋은 사람이야'라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오지랖을 부리게 돼요."


▲ 송지효에게 '런닝맨'은 떼어놓을 수 없다. 프로그램에 애착을 갖게 된 이유는 뭔가.

"제가 인간관계가 굉장히 깊고 좁거든요. 제가 '인기가요' 진행을 했을 당시 제작진이 '런닝맨'이라는 프로그램을 한다고 해서 투입됐어요. '런닝맨'을 보고 시작한 건 아니고 이 분들과 가까이 지내고 보는 게 즐거워서 출연했죠. 그런데 유재석 오빠가 제가 어떤 행동을 해도 '괜찮아'라는 말을 많이 해주시고, 마음껏 말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셨어요. 그래서 저도 많이 바뀌었고, 자신에 대해 알게 됐어요."


▲ 9년 동안 '런닝맨'에 출연하며 마음껏 즐기기도, 걱정 없이 망가지기도 했다. 애로사항은 없었나.

"결국 제 모습을 보여드리는 건데, 후회는 안 해요. 절 보여드린다는 의식도 하지 않고요. 치밀하지도 못하고 무딘 성격이거든요. 그리고 내가 여기서 어떻게 해도 제작진분들이 제 모습을 나쁘게 안 내보내주겠다는 믿음이 있어서 더 마음껏 놀게 되는 것 같아요."


   
▲ '바람 바람 바람'의 배우 송지효가 미디어펜과 만났다. /사진=NEW

   
▲ '바람 바람 바람'의 배우 송지효가 미디어펜과 만났다. /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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