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에 명시된 '단체행동권'…"노조 만들라는 것 아냐"
선진국 기업, 강성 노조보단 '사원협의회' 선호 추세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최근 “80년 지속된 삼성의 무노조 전략은 헌법 33조에서 보장한 노동권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심 의원은 지난 3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손석희 앵커가 “작년 9월에 작성된 문건에서도 무노조 원칙을 천명한 것으로 확인이 됐다”고 말하자 “삼성이 무노조 전략을 바꾸지 않고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능력을 인정받을 수 없다”며 이 같이 밝혔다.

심 의원이 언급한 ‘노동권’은 헌법 제33조 1항에 명시된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해당 조항이 이야기하는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은 ‘노동조합을 만들라’는 의미가 아닌 직원들의 단결권을 보장하라는 것으로, 그것이 꼭 노조의 형태일 필요가 없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헌법에 명시된 단결권은 노조에 대한 단결권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노동조합은 단결된 형태 중 하나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삼성은 ‘무노조경영’이라 말하지 않고 ‘비노조경영’이라 한다”며 “노조가 없는 경영이 아니라 노조 없이 하는 경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삼성이 ‘비노조 경영’을 하는 것은 단결권을 인정하지 않는 게 아니라 노조라는 특정한 형태가 아닌 다른 차원에서 직원들의 단결권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라며 “삼성은 이미 ‘노사협의회’라는 것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삼성 사옥./사진=연합뉴스


실제로 삼성전자는 ‘사원협의회’라는 형태로 직원들의 단결권을 보장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사원협의회는 지난 3월 직원 부부가 난임 치료를 원할 경우 1년 동안 사흘간 휴가를 주는 ‘난임 유급 휴가제’를 신설하기도 했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 전체에서 논의해야 할 일이 생길 경우 ‘노사협의회’라는 대의 기구를 구성해 종업원의 의사를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다”며 “일각에서 삼성을 ‘비노조 기업’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삼성에도 이미 다수의 노조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관계자 설명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경우 1962년 노조가 만들어졌고, 삼성증권은 1983년, 1990년에 노조가 설립됐다. 또 2011년에는 삼성 에버랜드, 2014년 삼성SDI, 2017년 삼성웰스토리, 삼성엔지니어링, 에스원의 노조가 각각 만들어졌다. 

한편 일각에서는 노조의 존재에 대해 회의감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 노조의 힘이 막강해질 경우, 노조의 잇단 파업으로 곤혹을 치른 현대차나 GM 사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제 임금상승과 노조강화로 2017년부터 5년 동안 국내총생산이 34조5126억원 감소하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정책으로 국내총생산은 21조2524억원 가량 줄어드는 등 사회후생의 순손실로 이어질 것”이라며 노조 강화를 우려했다. 

남성일 교수는 “최근 노조가 과격해진 것이 사실”이라며 “선진국에서는 노사 대립을 조장하는 노동조합이 아닌 직원협의회 형태의 단결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델타항공 등 미국 항공사가 그런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해 미국의 닛산 자동차 공장의 근로자들이 노조 결성을 투표를 통해 부결시킨 사례를 언급하며, “노조 없는 기업에 투자자들이 더 기꺼이 투자하고, 노조 없는 기업의 일자리가 더욱 잘 보호되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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