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숲속의 작은집'이 첫 방송부터 시선을 모았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멍 때리면서 보게 했다.

tvN 새 예능 프로그램 '숲속의 작은집'이 6일 첫 선을 보이며 베일을 벗었다. 나영석 PD가 만든 전혀 새로우면서 낯선 예능. 기대했던 대로였다. 볼 만했고 쉽게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재미 있었다기보다, 새롭고 신선했다.

제주도 숲 속에 작은 오두막집 두 채를 지어놓고 남녀 톱스타 소지섭, 박신혜를 불러놓고 혼자 살아보도록 한다.

   
▲ 사진=tvN '숲속의 작은집' 방송 캡처


간단한 설정이다. 이들이 혼자서 뭘 하는지 관찰한다. 유사한 예능에서 많이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전혀 다른 느낌이다. 물과 전기, 가스, 음식 등 생활에 꼭 필요한 것들을 최소화한 '미니멀리즘'을 내세웠다.

영리한 설정이었다. 사실 숲속에서 집 짓고 사는 경우는 흔하다. 물론 '텐트'라는 임시 집이지만 캠핑족이 얼마나 많은가. '영리한 설정'이라 한 것은 텐트를 꽤 편리한 작은집으로 대체한 것이다. 말이 작은집이지 비바람이나 추위, 해충이나 동물의 침입 걱정없고 실내에서 대부분의 생활이 가능한 환경이다. 텐트 치고 생활하는 것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물과 전기 등이 제한적이라지만 그것 역시 야외 캠핑과 비교하면 호사스럽기 그지없다.

그렇게 숲속에 호텔급 텐트 대용 작은집을 지어놓고 며칠 살아보게 하면서도, 이 프로그램은 캠핑이 아니라고 우긴다. 아니 우길 필요도 없다. '집'에서 먹고 자는 것이니. 나홀로 캠핑을 관찰하는 프로그램이면서도 설정만 슬쩍 바꿔 전혀 새로운 것처럼 만들어놓았으니, 영리한 설정이었다.

캐스팅은 '역시 나영석 PD'라는 소리를 들을 만했다. '소간지' 소지섭에, 밝고 예쁜 박신혜(박신혜가 최태준과 공개 연인이 된 것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다.

비주얼 면에서 싫증이 안나는 소지섭과 박신혜가, 연기 때와는 다른 일상의 리얼한 모습을 보여주니 눈길이 가지 않을 수가 있을까. 아마 제작진은 소지섭이 '무한도전'에 나왔을 때, 박신혜가 '삼시세끼'에 게스트로 왔을 때 모습을 눈여겨 봤을 것이다. 즉, 연기를 안 할 때도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캐스팅을 했을 것이다.

   
▲ 사진=tvN '숲속의 작은집' 홈페이지


그래도 각자 한 사람의 숲속 작은집 생활을 카메라가 따라다니다 보면 재미없고 심심할 수 있다. 물론 이에 대한 대비책은 다 마련해뒀다. 묘하게 중독적인 내레이션이 공백을 계속 채워나간다. 교차 편집도 적절하고, 제주도가 선사하는 다양한 풍경과 자연의 소리는 또 다른 캐스팅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지루한 듯 지루하지 않고, 별로 보여주고 들려주는 것 없는 것 같지만 많은 것을 보여주고 들려준다. 

나영석 PD와 그 사단이 지금껏 시도해온 새로운 포맷의 예능, '꽃보다 할배(누나·청춘)' '삼시세끼' '윤식당'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알쓸신잡)' 등이 모두 그랬다. 방송이 흔히 다루는 익숙한 소재인 여행, 농어촌이나 식당일 체험, 시사교양 토크 등을 살짝 비틀어 전혀 새로운 것인양 설정한다. 그리고 대중적 호감도가 높은 다양한 인물들을 신중하게 캐스팅해 낯선 환경에 던져놓고 볼거리, 들을거리를 뽑아낸다.

'숲속의 작은집' 첫 방송이 나간 후 많은 시청자들이 호평을 했다. '왠지 자꾸 보게 된다', '심심한 듯 한데 전혀 지루하지가 않다', '그냥 멍 때리며 보게 된다', '완전 힐링되는 느낌이다' 등등.

첫 회 방송에서 제작진의 의도는 정확히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또 하나 나영석표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이 탄생했다. 다큐멘터리로 찍어놓고 예능처럼 만들었으니, '다큐예능' 또는 '다큐테인먼트'라고 부르는 것은 적절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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