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배당금 지급일인 6일 삼성증권 우리사주를 보유한 직원 계좌에 배당이 1000원 대신 ‘1000주’로 지급되면서 사상 초유의 배당 사고가 발생했다. 삼성증권은 사태 해결에 힘쓰고 있지만 ‘공매도 금지’를 주장하는 청와대 청원까지 접수되는 등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의 배당사고 여파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앞서 삼성증권은 지난 6일 우리사주 283만주에 대해 1주당 1000원의 배당금을 입금해야 했지만 주당 1000주를 입고하는 주문 실수를 냈다. 이번 착오로 지급된 자사주는 모두 112조 6000억원에 달해 삼성증권 시가총액(3조4000억여원)의 30배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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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배당을 받은 일부 삼성증권 직원들이 잘못 입고된 대량의 주식을 매도하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되기 시작했다. 삼성증권 주가가 급락하면서 일부 투자자들이 피해에 노출되기도 했다.
통상 주식 발행 시에는 삼성증권 이사회와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 실물 인쇄를 하고 한국예탁결제원 등록 과정을 거친다. 단, 상장 예정 주식은 이틀 전에 공매도를 할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배당된 주식은 이틀 후 상장 예정되는 주식으로 인식돼 직원들에게 제공됐고 그 중 일부가 공매도 됐다.
향후 삼성증권은 한국증권금융 등 유관기관에서 주식을 빌려 사태 해결에 힘쓸 예정이다. 차액에 대해선 주식을 매도한 직원에게 구상금을 청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 펜더멘털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닌 만큼 사태 수습이 되면서 삼성증권 주가 낙폭도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는 점점 확산 일로로 진입하고 있다. 단순 주문실수가 남긴 파장이 생각보다 엄청나다는 사실이 노출되면서 공매도 시스템과 한국 주식시장의 전반적인 인프라에 대한 문제로까지 이슈가 확대되고 있다.
결국 청와대 청원에는 지난 6일 ‘삼성증권 시스템 규제와 공매도 금지’라는 제목의 청원까지 올라왔다. 이 청원은 불과 이틀 만에 10만 개에 육박하는 서명을 받았다. 서명에 참가한 이들은 ‘증권사가 실제 존재하지 않는 주식을 얼마든지 가상으로 만들어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다는 건 문제’라고 항의하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금융당국도 대응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배당착오 처리와 관련해 관계기관 회의를 개최한다고 이날 밝혔다. 잠시 후 오후 3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리는 이번 회의는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진행된다.
참석자는 증권선물위원회 위원, 자본시장 국장, 자본시장 과장, 금융감독원 증권 담당 임원 및 금융투자검사국장, 거래소 유가증권시장 담당 임원, 예탁원 예탁결제 담당 임원 등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삼성증권 배당 착오 처리 경과와 원인 ▲매매 체결된 주식 관련 결제 이행 등 문제 점검 ▲매매 제도 및 시스템 등 문제점 점검 ▲기관별 향후 대응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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