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위대한 유혹자'가 제목과 달리 시청자들을 전혀 유혹하지 못하고 있다. MBC 드라마 가운데 역대 최저 시청률이라는 민망한 타이틀만 안았다. 

9일 방송된 MBC 월화극 '위대한 유혹자' 17, 18회는 1.8%, 1.6%(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18회의 1.6%는 드라마 자체 최저 시청률이자 MBC 드라마 역대 최저였다. 이전까지 MBC 드라마의 최저 시청률은 '20세기 소년소녀'의 1.8%였다.

이러다가 지상파 TV 드라마 통틀어 최저 시청률 기록을 경신할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역대 최저 시청률 불명예 기록은 KBS 2TV '맨홀'이 갖고 있는 1.4%다.

   
▲ 사진=MBC '위대한 유혹자' 포스터


'위대한 유혹자'는 왜 이렇게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는 것일까.

많은 시청자들의 의견은 배우들의 미숙한 연기를 꼽는다. 여주인공 은태희 역의 박수영(조이)은 지상파 드라마에서 처음 주연을 맡았다. 그동안 연기를 많이 해온 것도 아니었다. 인기 걸그룹 레드벨벳 멤버 조이로 활발하게 활동을 해오면서 드라마 출연은 지난해 tvN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 한 편 출연한 것이 전부였다. 조이는 바쁜 그룹 활동을 하느라 연기력을 가다듬을 시간이 제대로 있었던 것 같지도 않다.

다른 주인공들도 사정이 크게 낫지는 않다. 권시현 역의 남자주인공 우도환은 전작이었던 KBS2 '매드독'을 통해 주목할 신예로 떠올랐지만 아직 극을 끌고갈 힘은 부족해 보인다.

최수지 역의 문가영, 이세주 역의 김민재도 사정이 크게 나아 보이지 않는다.

젊은 배우들의 비주얼만 전면에 내세우고, 정작 연기력이 받쳐주지 못하니 시청자들의 외면을 사고 있는 것이다.

내용도 시선을 붙들어매는 데 실패했다. '위대한 유혹자'는 프랑스 작가 드 라클로의 18세기 소설 '위험한 관계'를 모티브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세 유럽 귀족 사회의 남녀 관계나 성적인 욕망 등을 섬세하게 파헤친 수작인 '위험한 관계'는 연극, 드라마, 영화로 수없이 많이 만들어졌다. 1988년 글렌 클로즈, 존 말코비치 주연의 동명 영화가 크게 흥행했고, 국내에서는 2003년 이재용 감독이 배용준 전도연 이미숙 주연의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로 각색해 영화화한 것이 화제가 된 바 있다. 2012년에는 허진호 감독이 장동건 장쯔이를 내세워 내놓은 '위험한 관계'도 있었다.

물론 드라마 '위대한 유혹자'를 원작 소설의 무게감이나 다른 영화와 비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온전히 드라마로서 시청자들에게 보는 재미를 안기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재미가 없으니 시청자들이 안보는 것이다.

'위대한 유혹자'는 "모두 누군가를 욕망하고 있다"는 컨셉트를 기획 의도로 삼고, 청춘 남녀들의 욕망과 사랑을 보여주려 했다. '위대한 유혹자'의 욕망은 비현실적이고, 사랑놀음은 남의 일 같다. 남녀 주인공의 '예정된' 키스신이 화제가 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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