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정광성 기자]'민주당 댓글 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번 사건의 중심인물인 김모(48·닉네임·드루킹)씨에게 반협박을 당해 이력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경위를 조사한 게 아니라 해당 변호사를 불러 오히려 인사 면접을 했다.

이에 대해 야권에서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라며 "도대체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인 김 의원과 김씨가 어떤 관계였길래 이렇게까지 한 것이냐"고 비판하고 나섰다.

김 의원에 따르면 대선 직후 김씨가 국회 의원회관으로 찾아와 오사카총영사로 모 변호사를 추천했고, 문재인 정부가 열린 인사 추천 시스템이라서 추천된 인사가 대형 로펌에 있고 일본 유명 대학 졸업자이기도 해서 청와대에 전달한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김 의원이 연말 되기 전에 이분은 어렵다고 전달하니 김씨가 그때부터 반 협박성, 반 위협성으로 '우리가 등 돌리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겠다'고 했다.

올해 2월까지 김씨의 요구가 계속되자 김 의원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내용을 전달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실세인 김 의원이 김씨로부터 압박을 받자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전달한 것은 비상식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후 벌어진 일도 마찬가지다. 김 의원에게서 이 얘기를 들은 청와대 백원우 민정비서관은 김씨가 추천한 인사를 3월 초에 직접 면접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백 비서관이 변호사를 연풍문 2층으로 오라고 해서 1시간가량 만났다"며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기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백 비서관은 조국 민정수석에게도 이를 구두로 보고했다고 했다. 김 의원이 김씨에게 사실상 인사 협박을 당했는데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조사는커녕 김씨 추천 인사를 면접했다는 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또한 김 의원은 사건이 터지자 두 차례 기자회견을 했고, 모두 말이 바뀌었다.

김 의원은 이날 회견에서 김씨와 만난 장소와 횟수를 5~6차례라고 선제적으로 밝혔다. 김씨의 경기도 파주 출판사 사무실도 찾아갔다고 했다.

김 의원은 김씨와 비밀문자를 주고받았다는 보도가 나온 첫날인 지난 14일 회견 때에는 "김씨가 찾아와서 만났다"고만 했으나 실제로는 수차례 만났던 것이다. 김 의원은 "2016년 중반 정도 김씨가 의원회관으로 찾아왔고, 내가 그해 가을쯤 파주에 있는 사무실로 가서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

그 이후에도 (파주에) 한 번 정도 더 들른 것 같다"고 했다. 대선 이후에도 2~3차례 김씨가 의원회관으로 찾아왔다고 했다. 김 의원은 김씨를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소개했다고도 했다.

김 의원은 첫 회견 때에는 "김씨가 선거 끝난 뒤 무리한 인사 관련 요구를 했다"며 "청탁이 뜻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자 상당한 불만을 품었고 그렇게 끝난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두 번째 회견에서 김씨가 추천한 변호사의 이력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밝혔다.

뒤이어 청와대도 민정비서관까지 나서서 해당 변호사를 만났다고 했다. 김 의원과 청와대는 또 이 같은 과정에 대해 "정상적"이라며 "인사청탁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완전히 말이 바뀐 것이다.

김 의원은 텔레그램 메시지에 대해서도 처음엔 "주고받았다고 하는 것은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 의례적으로 감사의 인사 이런 부분을 보낸 적은 있지만 상의를 한 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날은 "대선 때 문재인 후보에 관해서 좋은 기사 홍보하고 싶어서 제 주위 분들한테 기사 링크(URL)를 보냈는데, 김씨에게도 그 기사가 전달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말의 뉘앙스가 달라진 것이다.

대선 때 김씨의 활동에 대해서도 김 의원은 당초 "제가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날은 "김씨가 경선 과정에서 눈에 보이는 활동을 했다. 당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분들이 자발적으로 온라인 활동을 하지 않았나.

좋은 기사를 퍼오기도 하고, 기사에 들어가서 열심히 포털 사이트 순위가 올라갈 수 있도록 참여도 하고, 김씨도 그런 활동이 이뤄졌을 거라 추측한다"고 했다.

   
▲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민주당 당원 댓글공작'에 연루됐다는 한 매체 보도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정광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