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 덕치, 명분과 대중 호응 필요...덕정 최고 형벌은 하수

<통쾌한 반격의 기술 오자서병법>에서 배우는 독서경영(저자 : 공원국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 전형구 전박사의 독서경영연구소장
《오자서병법》은 오나라 왕 합려와 전략가인 오자서가 치국과 군사전략에 대하여 논하는 병법서다. 오자서는 초나라에서 충의로 이름을 떨치던 가문 출신이었으나, 아버지와 형이 간신의 모함으로 살해당하자 복수를 위해 오나라 왕 합려를 찾아가 신생 오나라로 하여금  당시 패자를 자임하던 대국 초나라를 쓰러뜨리하고,  마침내 부모와 형의 복수를 한다.

이 책은 저자가 《춘추전국이야기 5》를 집필하기 위해 춘추 말기 오나라 관련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개려》라는 책을 통해 《오자서병법》의 존재를 확인하게 되었으며, 이를 정리, 해석해 국내에 처음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제1부에서는 《오자서병법》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반격의 조건’을 하나씩 살펴보았다. 대화체로 서술된 《오자서병법》은 어려운 내용이 없기 때문에 두어 번 반복해서 읽어보면 전반적인 의미를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다음 제2부에서는 《오자서병법》의 핵심, 즉 ‘반격의 실천’으로 역사의 주인공이 된 유비, 주원장, 유방, 모택동 등 네 명의 국가 창업자를 사례로 다루고 있다. 이들 창업자들은 모두 낮은 곳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국가를 세운 인고의 실력자들로서 《오자서병법》의 핵심을 이해한 사람들이다.

《오자서병법》의 전제는 “나는 약하고 상대는 강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저 쳐야 될 자들이 있는데, 바로 겉은 화려하나 속은 빈 자들, 자기 울타리 안을 잘 다스리지 못하는 자들이다. 이들은 한마디로 덕을 잃은 자들로, 모두 겉으로는 강해보이지만 내부에 허점을 가지고 있는 상대다. 그런 상대는 내가 덕을 갖추고 있다면 싸워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오자서는 말한다. “나는 난리를 구제하는 사람, 옳음으로 그름을 치는 사람이다. 지금 나는 옳은 행동으로 강해졌고, 적은 그른 행동으로 약해져 있다.” - <주도면밀한 공략이 필요하다_반격의 조건> 중에서

강해보이지만 바르지 않은 적이 앞에 있다. 그리고 그가 항복할 생각이 없다면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싸워야 한다. 그렇다면 바로 싸움을 시작해도 되는가? 그렇지 않다. 《손자병법》에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이 있다. 나를 안다는 것은 나의 강점과 약점을 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자서는 말한다. “약한 자는 싸움 전에 반드시 내부를 먼저 다스려야 한다.” 싸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가, 싸울 만큼 상하가 단합되어 있는가? 내부를 흔드는 자는 누구인가? 내부를 흔드는 자를 먼저 치면 싸움에서 우리 자신을 믿을 수 있다. 그렇다면 최소한 위태롭지는 않을 것이다. - <싸우기 전에 내부를 먼저 다스려라_출정 전야> 중에서

《오자서병법》에는 다른 병서에는 잘 찾아볼 수 없는 매우 특이한 부분이 남아 있다. 음양오행 사상을 병법에 적용한 ‘병음양가’의 학설이다. 음양오행은 고대 중국인들의 우주관과 자연관을 반영하는 것으로 고대 병가는 모두 별자리와 점복을 대단히 중시했다.
싸움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하는 것이다. 특히 고대에는 국가 간에 싸움이 벌어지기 전 반드시 하늘에 출정시기를 물었다. 점 따위를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고? 점을 믿는 것은 장수가 아니라 사졸들이다. - <강자를 상대할 수 있는 핵심을 파악하라_반격의 요결> 중에서

다른 병서에도 적을 속이는 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오자서는 적의 의심이 사라질 때까지 심리전을 개시하라고 한다. 강한 적 앞에 오히려 허술한 진을 쳐서 적이 달려들게 만들고, 막상 달려들면 또 뒤로 물러난다. 적을 기뻐하게 만들고, 적이 기뻐하면 더 기뻐하도록 아군은 슬픔을 가장한다. 적이 완전히 승리를 자신할 때까지 끝까지 기다렸다가 일거에 달려드는 것이 오자서의 전술이다. - <최후의 승부수로 적에게 타격을 입혀라_반격의 필살기> 중에서

맨손에서 출발하여 형주를 차지하고 이어 촉나라를 세워 삼국정립의 위세를 떨칠 때까지 유비는 확실히 《오자서병법》의 실천가였다. 하지만 관우를 잃은 슬픔에 흥분하여 일순간 《오자서병법》의 요체를 망각하면서 결국 한순간 무너졌다. 이릉에서 유비는 아군을 필사의 땅에 두고 말았다. 그리고 한실부흥의 꿈은 여기서 꺾였다.
오자서는 말한다. “필사의 각오로 전장에 나가라. 그러나 아군은 필생의 땅에 두라.” 그래서 나는 유비를 두고 대체는 알지만 응용은 미숙했던 초보자로 분류했다. - <핍박당해도 와해되지는 않는다_하수 유비> 중에서

이런 공포정치를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 그는 금의위라는 특무기관을 만들었다. 황제 직할의 감찰기구라고 할 수 있다. 수많은 공신과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는 일을 한 것이 바로 이 금의위다. 출발부터 공포정치를 통해 명나라를 활력 없는 ‘불신의 제국’으로 만든 사람은 태조 주원장 자신이었다.
《오자서병법》에 입각해서 다시 평가하자면, 천하를 평정하기까지의 주원장은 《오자서병법》을 따랐다. 그때가지 그는 고수였다. 그러나 막상 천하를 얻자 《오자서병법》의 기본을 무시했다. 덕정 대신 형벌을 앞세우고, 백성들을 편안하게 하는 대신 위협했던 것이다. - <적시에 움직여 적을 단번에 덮친다_중수 주원장> 중에서

   
▲ <통쾌한 반격의 기술 오자서병법>
몇 번의 사소한 실수가 있었지만 유방은 《오자서병법》의 처음과 끝을 모두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초한쟁패에서 이기고 한나라의 초대 황제가 되자 다시 교만해져 어렵게 얻은 나라를 거의 잃을 뻔했다.
유방은 주원장처럼 악독한 이는 아니었다. 한신과 영포 등 껄끄러운 행동을 불사하던 무장들은 제거했지만 다른 공신들을 일부러 해코지하지는 않았다. 비록 평성에서 흉노에게 치욕을 당하기는 했지만, 그는 전한과 후한 합쳐서 4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장수한 유씨 천하의 기틀을 닦은 사람이었다. -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_상수 유방> 중에서

중국에는 20세기를 산 사람으로서 죽자마자 신이 된 사나이가 있다. 중국의 운전사를 비롯한 보통 사람들은 그의 부적을 품고 액을 멀리하고 복이 오기를 기원한다. 20세기 이전이야 사람이 죽어 신이 되는 일이 쉬웠지만, 과학이 점령한 이 시절에 사람으로서 신이 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사망과 동시에 신이 된 사람, 바로 중국 공산혁명의 아버지 모택동이다.
그는 《오자서병법》의 완성자이며 실천자다. 이 산아이가 마음에 들든 들지 않든, 지금 자신의 약한 힘을 쥐어짜서 강한 상대를 이겨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라면 모택동이 온몸으로 체득한 《오자서병법》을 배우지 않을 수가 없다. - <모든 전략을 지혜롭게 활용한다_고수 모택동> 중에서

* 전박사의 핵심 매시지

오자서는 《오자서병법》을 통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방법만을 전한 게 아니었다. 그는 전략을 실행하기에 앞서 도(道)와 덕(德)으로 치국할 것을 전제 조건으로 제시하였다. 즉 싸움에서 반격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명분과 대중의 호응이 필요하며, 정의로운 마음으로 상하가 하나되어 싸워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결국 불의한 적과 싸울 때에 “나는 정의롭다”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전장의 약자 위치에서 모든 상황을 판단하고, 천문과 지리를 활용했으며, 인의와 순리 등 인간 본성을 잃지 않은 전략을 내세운 오자서는 결국 약소국 오나라를 춘추 말기의 패자로 우뚝 서게 했다. 아무리 강한 상대라도 혼란을 틈타 약점을 노려야 하며, 기회를 잡은 뒤에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이기는 전력을 펼쳐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강자를 이길 수 있는 약자의 반격 전략이 되는 것이다.

글로벌 경제전쟁시대에서 우리는 아직까지 많은 부문에서 약자의 입장에 서있다. 개인도 그렇고, 기업도 마찬가지다. 비록 약자의 위치에 있지만, 자연의 순리를 따르고 인간 본성을 바탕으로 강자를 이길 수 있는 자신만의 승리 방법을 이 책에서 찾아보면 좋겠다.

“무릇 천하는 도가 없으면 무너지고 도를 갖추면 흥합니다. 의를 행하면 높아지고 의를 버리면 천해집니다. 백성을 다스리는 도리는 그들을 먹이는 것이 근본이며 형벌은 말단이니, 덕정이 최고입니다. 백성을 부리는 방도로는 그들을 편안하게 하면 창성할 것이요, 위태롭게 하면 망할 것입니다. 그들에게 이익을 주면 부유해질 것이요, 손해를 끼치면 재앙을 당할 것입니다. 하늘의 법칙을 따름에, 천시를 거스르면 화를 입을 것이요, 따르면 복을 받을 것입니다.” /전형구 전박사의 독서경영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