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김정호 프리덤팩토리 대표 |
대한민국의 해양경찰은 정말 사라지게 되는 걸까요? 그러고 나면 삼면 바다의 치안을 누가 어떻게 맡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됩니다. 아무래도 해경 해체 결정은 너무 성급하게 내려진 것 같습니다.
아직 사고의 전모가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말입니다. 배가 뒤집힌 이유가 센 물살 때문인지 화물 때문인지도 정확히 모릅니다. 배를 인양해서 침몰의 직접적 원인을 확정할 수 없을 겁니다. 또 청해진의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화물에 관한 사항도 확정할 수 없을 겁니다. 해경과 관련해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해경 관계자들을 상대로 사고 직후 구조의 상황에 대해서 검찰의 상세한 조사가 이루어졌다는 소식을 들은 바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해경이 무엇을 잘했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드러난 것이 없다는 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해경 해체라는 엄청난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국가안전처를 신설하는 결정도 그렇습니다. 그런 정도의 중요한 결정이라면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넣어 국민적 선택을 받을만한 일입니다. 그런데 사고 직후에 제대로 된 국민적 토론도 거치지 않은 채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물론 부처를 없애고 만드는 일은 대통령의 결단만으로 되는 일은 아닙니다. 어차피 국회에서 입법과정을 거치게 될테니 그 과정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기는 하겠지요. 국가안전처가 생기지 못할 수도 있고, 해경이 해체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쪽이어도 문제입니다. 대통령의 결정이 그렇게 진상도 모른 채 추측만을 근거로 내려졌다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
|
|
▲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해양경찰을 해체하고, 국가안전처를 신설하는 등의 부처개편방안이 서둘러 제시됐다. 아직 세월호 침몰의 정확한 진상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부처 신설과 폐지등이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여론이 진실을 가려선 안된다. 법원이라도 제대로 된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 침몰한 세월호 주위에서 해과 민간어선들이 승객들을 구조하고 있다. |
참사의 세밀한 과정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우리가 미루어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세월호의 출발과 운항에 관련된 여러 가지들이 졸속이었을 것이라는 겁니다. 그러면 그 사고를 수습하는 일부터라도 치밀하고 꼼꼼하게, 더디더라도 지킬 것을 지켜가며 진행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어느 것 하나 그렇지 않았습니다. 잠수부들에게 요구한 것들부터가 안전수칙을 벗어난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언론은 언론대로 팩트를 밝혀내기보다 시청율과 열독률 높이기에 매달렸습니다. 시민들은 시민들대로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와 목청을 높입니다. 구조와 진상규명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음을 알고 있을 텐데 말입니다. 침착할 수 있으리라고 믿었던 대통령까지 진상도 밝혀지지 않은 시점에서 그렇게 큰 결정을 내려버렸습니다.
대통령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는 할 수 있습니다. 나라 전체가 마비되게 생겼으니 어떻게든 국면을 전환해야 했을 겁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경제도, 나라의 체면도 유지하기 어려울 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부처를 해체하는 정도의 중대한 결정은 최소한 진상이 밝혀진 후에 했어야 합니다. 마치 세월호의 선장이나 승무원들이 아무리 죽을 죄를 지었다 해도 재판이 끝날 때까지는 처벌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변덕스러운 여론이 이 나라를 휘두르고 있습니다. 여론 앞에서 진실 같은 것은 맥없이 꼬리를 내립니다. 아니 여론이 제멋대로 진실을 결정합니다. 대통령도, 기자도, 학자도 모두 여론에 굴복했습니다. 어쩌면 이제 판사들만 남은 것 같습니다. 선원들과 청해진 관계자들에 대한 재판에서 판사들은 과연 여론 앞에서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요. 제발 그래주길 바랍니다. 그나마 법이라고 살아남아서 이 나라를 지탱해주면 고맙겠습니다. /김정호 프리덤팩토리 대표, 미디어펜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