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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
미국의 독립 언론인 이지 스톤(I. F. Stone:1907~1989년)이 남긴 유명한 말이 있다. "모든 정부는 거짓말을 한다. 하지만 관리들이 거짓을 유포하면서 자신들도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때, 그런 나라에는 곧 재앙이 닥친다" 노엄 촘스키와 한겨레 출신 손 모 기자 등이 극찬할 만큼 좌익언론이 우익정권을 비난할 때 자주 애용하는 이 말이 문재인 정부만큼 딱 맞아 떨어진 경우가 없다는 건 아이러니한 일이다.
북핵 위기에 대응하는 태도나 드루킹 케이트, 김기식 사태에 대응하는 청와대와 민주당, 경찰, 검찰, 선관위 등 이 정권 관리들이 일사분란하게 거짓말을 하는 모습을 보면 이지 스톤의 일침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내로남불도 모자라 스스로 만들어낸 거짓을 진실로 믿는 지경에 이르렀다면 신의 경지에 올랐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필자는 현 정권과 지지세력이 적폐청산 과정에서 주거니 받거니 벌이는 카니발적 행태를 볼 때마다 정치집단이 아니라 흡사 신흥 종교 집단은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든다.
정치가 종교가 된 시대에 미디어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 감시견보다 우상을 즐겁게 하려 제단에 올릴 희생양의 피 냄새를 쫓는 사냥개의 모습으로 익숙하다. 대통령 탄핵 사태 때부터 지금까지 보아왔듯, 동전의 양면처럼 두 얼굴을 가진 미디어 권력 제어, 혹은 감시의 문제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 되었다. 민주주의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주류 언론이 가짜뉴스를 생산한다며 믿지 못한다는 국민이 4명 중 3명 꼴이다.
인터넷 언론은 더 심각해서 미국 국민 85% 이상이 인터넷 언론이 가짜 뉴스를 생산한다고 믿는다는 최근 조사결과가 있다. 대한민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민병욱)이 최근 진행한 '언론 신뢰도에 대한 시민 인식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 다수가 언론이 사회적 영향력에 비해 신뢰도와 도덕성이 낮다고 생각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응답자의 81.8%가 언론사가 '가짜뉴스'도 생산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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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일 대한민국 정통성과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자유민주주의 가치 수호를 목표로 미디어연대가 출범했다. 미디어연대는 조맹기 서강대 언론대학원 명예교수, 심원택 전 여수MBC 사장, 황우섭 전 KBS 공영노조위원장을 공동대표로 권력화된 언론의 개혁과 감시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사진=미디어연대 제공 |
이런 미디어 불신 시대에 언론 권력이 진실을 추구하도록 감시하는 일은 빛과 소금의 역할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주 금요일 거짓과 왜곡으로 빼곡한 기사의 홍수 속에서도 자기반성이 없는 언론에 철퇴를 가하고 자유민주주의 가치 수호를 목표로 미디어연대라는 조직이 탄생했다. 조맹기 서강대 언론대학원 명예교수, 심원택 전 여수MBC 사장, 황우섭 전 KBS 공영노조위원장이 공동대표를 맡아, 일찌감치 좌익판이 돼 버린 언론 현실을 구체적인 실천 운동으로서 바꾸는 개혁운동을 펼쳐나가겠다고 한다.
특히 황우섭 전 위원장은 KBS PD 출신으로 대한민국 언론을 쥐고 흔드는 언론노조를 잘 아는 것뿐 아니라 실전 경험도 풍부하다. KBS 인재개발원장을 지낸 후 퇴직한 뒤에 언론감시단체 바른언론연대 운영위원으로 봉사하면서 왜곡된 언론 현실을 바꾸기 위해 무던히 애썼던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프로 중 프로라 할 수 있는 인물이다. 미디어연대 앞으로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다.
미디어연대가 출범 기념 토론회로 '대한민국 정통성 부정을 우려한다'를 주제로 잡은 것은 이 단체의 목표를 분명히 해주고 있다 할 것이다. 작금의 언론지형은 단순한 좌익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는 세력에 의해 좌로 심하게 기울어져 있다. 언론을 바로잡는다는 것은 곧 대한민국 정통성과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일과 같다는 얘기다.
미디어연대에 우익세력이 전폭적으로 힘을 모아줘야 할 이유도 거기에 있다. 북핵 사태 뿐 드루킹 게이트와 같은 온갖 사건을 수습하는데 대한민국 운전대를 쥔 세력은 자신들도 모르는 미지의 길로 그야말로 폭주를 하고 있다. 언론 미디어는 이들 세력이 안심하고 가는 포장도로와 같다. 그런 언론이 국민 눈을 속이는 가짜뉴스와 왜곡된 기사를 무차별로 살포하는 흉기가 된 마당 아닌가.
미디어연대 출범에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되는 까닭이다. 필자를 포함한 우익사회와 많은 활동가들이 미디어연대에 아낌없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고 유무형의 지원을 다할 때 성과도 빛날 것이다.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박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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